현재 창원전문대학 식품조리과 교수로 있다. 파리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서 요리·제과·와인 과정을 마쳤다. 그 이전에서는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프랑스에 건너가 미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오랫동안 꿈꾸던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프랑스와 한국에서 요리사로 일했으며, 『초콜릿 이야기』『향신료 이야기』 등의 저서가 있다.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인도에서 대부분의 힌두교도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신탕을 먹지만 유럽에서나 미국에서는 혐오 음식으로 여긴다. 우리가 즐기는 문어와 오징어도 북유럽인은 먹기를 꺼린다. 이처럼 어떤 음식을 먹고 안 먹고, 즐기고 꺼리는가는 서로 다르다. 그 다름이 음식문화의 차이를 낳는다. --- p.4
유럽에서는 오늘날에도 스페인의 엑스트레마두라에서는 개고기를 별미로, 스위스의 농촌 지역이나 알프스 지역에서는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20세기 초에는 독일에서도 개고기를 먹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덜 익은 개고기 식용에 따른 선모충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프랑스도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시기에 프로이센군에게 포위돼 굶주린 파리의 시민들이 개고기를 먹었다고 하는데, 고양이와 개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었다고 하니 단지 우발적인 도살에 의한 식용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창 브리지트 바르도의 한국인의 개고기 식용에 대한 발언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던 2001년, 한국의 한 중앙일간지를 통해 1910년대 파리에서 최초로 개고기 정육점 개점을 알리는 사진이 게재돼 당시 프랑스에서 개고기 소비층이 있었음이 알려졌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기아에 빠진 시민들이, 제2차 세계 대전 때에는 독일군에 맞서 싸우던 바르샤바의 시민들도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 p.31
대규모 축산은 공기와 수질을 오염시키고 토양을 척박하게 만들며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곡물의 대량생산 또한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하고 유전자 변형 식품의 섭취에 따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대량생산되고 속성으로 숙성된 식품들은 인간의 미각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자연적인 순환과 지속의 시간 감각을 상실하게 한다. 이른바 패스트푸드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생산시간을 단축하고 대량생산을 위해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에 따라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된 음식 재료들을 자연적으로 숙성시키고 가공하여 만든 음식, 즉 ‘느린 음식’이 우리의 식생활에서 부활한다면, ‘속성 음식’, ‘획일화된 음식’은 금기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적·생태환경적 변화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때 속성 음식을 금기시한다는 것은, 자연의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느린 삶을 속도와 도구적 합리성에 빠진 탈시간화·탈공간화된 빠른 삶과 ‘구별 짓는’ 것이며, 자신의 삶을 ‘신성화’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미래의 금기음식 문화의 이런 식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무용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