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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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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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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06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5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9.3만자, 약 6.1만 단어, A4 약 121쪽?
ISBN13 9788984371194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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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마침표일까? 쉼표, 혹은 느낌표일까? 아니면 영원한 물음표?
모르겠다. 그저 안개 속을 걷는 일이라고 해두자. 삶도, 죽음 역시 안개에 뒤덮인 미지의 길이다. 부활이든 소멸이든,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든 뭐가 대수일까.
지쳤다.
몹시 지쳤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순례자가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물을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지친 삶을 우격다짐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넌덜머리가 났다. 지긋지긋한 오늘의 끝을 볼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은가. --- p.9

어느 날은 장려한 황혼이 펼쳐졌다. 어느 날은 비가 내리거나 온통 구름이었다. 풍경과는 무관하게 그저 오래된 습관의 명령을 좇는 양, 몸에 밴 루틴을 놓치지 않으려는 운동선수처럼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열중한 시기가 있었다. 나그네로 배낭을 둘러매고 떠돌며 마주친 광경들을 카메라에 담곤 했다. 세상을 떠돌고 싶은 건가, 사진을 찍으려는 열망을 앞세우고 있는 건가. 의문이 깊어진 순간부터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앞이 뒤가 되고, 사소한 것이 중요한 무엇을 앞지른다? 그건 그가 살아야 할 인생이 아니었다.
그는 오찬미를 통해 자신의 카메라를 그 아이에게 건넸었다. 받지 않았다.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사진 찍는 건 질색이라고 했다.
그 아이는 줄곧 다리의 왼쪽 인도를 택해 걸었다. 그는 오른쪽에서 차도를 사이에 두고 따르곤 했다. 굳이 의식하지 않는 이상 눈에 띌 거리가 아니었다.
숙명적인 간격.
그리 불러도 좋았다. 아주 멀어질 수는 없었다. 지나치게 가까워져도 안 되었다. 늘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가야 할 숙명이었다. --- pp.18-19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그는 셔츠의 깃을 세우고 차의 진행 방향을 따라 걸었다.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난간에 배를 붙인 채 강을 굽어보고 있었다. 오찬미의 말대로 누군가 투신을 한 모양이었다.
죽을 용기의 절반만 사는 데 쓰면, 못할 게 어딨어…….
남은 사람 생각도 해야지, 모두 제 속만 편하겠다는 이기적인 수작이라고…….
건넛마을 불구경처럼 바라보는 건 그렇다고 치자. 뭐랄 수 없었다. 하지만 죽은 자의 결정을 산 자의 목숨으로 멋대로 입에 올리는 건 가당치 않았다.
당신들이 스스로를 죽이고자 한 자의 몸부림이 어떤지 알기나 하냐고, 도무지 내일이 보이지 않는 그 절망의 늪 속에 빠져봤느냐고, 고함이라고 치고 싶었다.
자살은 절망이 들려주는 속삭임이었다. 달콤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고, 옳고 그름을 떠나 귀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속삭임.
퇴원을 앞두고 생각했다.
더는 견딜 수 없을 지경과 대면할 것이다. 그때가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리라. 광인의 얼굴과 짐승의 정신으로 생의 시간을 우격다짐 연장하고 싶진 않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죽어 마땅한 이유도 있다. 정신이 괴로워 몸을 망가뜨리고 싶을 때가 있다면, 몸이 괴로워 정신을 버리고 싶은 때도 분명히 있다. 정답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 길로 가야 할 경우가 있다.
그는 인도를 메운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멈칫멈칫, 어깨를 부대끼지 않을 요량으로 몸을 피해 걸음을 옮겼다. --- pp.20-21

속절없는 기다림 속에서 육체는 이미 망가져 흐물흐물해졌다. 최선의 치료 기회가 다가온대도 감당치 못할 지경이리라. 그러므로 홍 과장이 언급한 각오와 기회는, 단지 기적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었다.
기적은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당장의 갈증은 씻어주지만 영원한 거처로 삼을 순 없는 노릇이다. 기적에 온전히 매달릴 만큼 삶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오늘 용케 수렁에서 발을 뺐다손 내일 다시 빠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기적으로 오늘의 삶이 반짝이더라도 한 부분, 한순간에 불과하다.
알면서도 기적에 매달리고 싶어졌다. 한순간 반짝이는 삶일지라도 홍 과장의 말대로 당장은 열심히 싸워 나가고 싶었다. --- p.38

“우린 같은 날 고아가 됐어. 우리 아빠도 그 배를 탔어. 그러니까 너만 혼자고, 너만 힘든 게 아냐.”
처음으로, 인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인희의 눈동자 속에 내가 들어 있었다. 이내 내 모습은 흐리멍덩해졌다. 인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뚝, 떨어졌다. 나는 잠시도 인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내 안에 무엇인가 떨어져 아득해지는 느낌에 사로잡힌 채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건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의 한 부분이다. 근거 없는 생각이었지만 꽤 강렬해서 진짜처럼 여겨졌다.
인희가 말했다.
“너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고 싶어. 너도 나에게 그래 줘. 그때, 그날 깜깜했던 밤길처럼 휘파람을 불어줘. 날 위해 계속 불어줘.” --- p.75

살인범에게는 비난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낀다. 자살실패자를 두려워하는 경우는 없다. 혹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지만 그 안쪽은 어김없이 비난이다.
해나는 문득문득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어진다. 눈에 핏발 세우며 악다구니를 써대며.
생각이 짧아서 죽으려던 게 아니다. 의지가 약해 빠져서? 천만의 말씀이다. 생각을 했으면 당신들보다 더 했다.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도록 강렬하게 맞서도 봤다. 살고 싶었지만 도무지 살아지질 않았다. 그리고 당신들이 보지 못했거나 보지 않으려고 했던, 괴롭고 덧없는 인생을 솔직히 인정했을 뿐이다. 그게 비난받을 짓이라면 얼마든지 하시라.
소라 엄마가 침대 시트까지 들춰댄다. 해나는 목소리를 높인다.
“나, 보기보다 독해요. 괜한 사람을 건들지 말아요.” --- p.92

사는 게 뭐 있어?
사는 일에 무엇인가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부류도 있다.
그는 어느 쪽일까. 시한부 삶의 그에게 사는 일은 무엇일까. 과연 대단한 무엇이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아등바등 안간힘을 내며 버텨보려는 것일까.
해나는 돌아서 말해주고 싶다. 간곡하게. 제대로 알아듣도록.
하루를 더 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당장 비참한 도망자 신세잖아요.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데 질질 끌 거 없잖아요. 내가 아저씨라면 간단히 끝내겠어요. 마음 편하게 안녕, 하겠어요. --- p.171

“해나야, 난 네가 소리 내어 울었으면 좋겠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계속 울어야 될지도 몰라요. 그게 겁이 나요. 울고, 울고…… 영원히 울기만 하는 꼴이라면, 처음부터 울지 않는 편이 옳아요.”
“널 울게 만든 이유가 네 눈물을 멈추게 할 이유도 된단다. 넘어진 자리가 바로 일어설 자리인 것처럼 말이다.”
“믿지 않을래요. 아저씨를 봐요. 평생 울기만 사람이 바로 아저씨잖아요.”
“예전에는 그랬지. 하지만 앞으론 다르단다.”
“왜요?”
“난 이제 눈물을 닦아줘야 할 사람이거든.”
“누구의 눈물을요?”
네 눈물을 닦아줄 거야.
말은 머릿속에서 아우성치는데 소리가 되어 흘러나오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던 해나가 쓸쓸한 표정을 짓고는 돌아섰다. 해나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향해 그는 연신 손을 내저었다.
꿈인 듯했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환영을 보는 듯도 했다. --- p.203

“살아온 과거를 부정하는 것처럼 힘겨운 일도 없더군. 해나에게 그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그걸 자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네. 내가 떠난 후에도.”
“이해 못해.”
“그럼 그냥 받아들여줘. 이제껏 부족한 친구에게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일세.”
그는 침대의 등받이를 조절해 누워 등을 돌렸다. 뚝, 눈물 한 방울이 시트 위로 떨어졌다. 검지를 펴 눈물의 흔적을 가리며 그는 말했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야. 해나가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는 것. 어쨌든 살아보자고 마음먹는 것. 해나가 살겠다고 각오를 한다면, 내일이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난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 --- pp.253-254

“아저씨는 중환자예요. 누구랑 싸울 처지가 못 되잖아요.”
“곤줄박이라는 아주 작은 새가 있다. 둥지에 솔개가 침입해서 새끼들을 채 가려는 거야. 그때 어미 곤줄박이가 조그만 부리를 휘두르며 솔개에게 달려들었어. 죽을 각오로 싸우니까 결국 솔개가 물러나더라고. 내가 곤줄박이보다야 낫겠지. 아무리 부실해졌다고 해도.”
“난 곤줄박이새끼가 아니랍니다.”
그는 해나에게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해나가 잠시 머뭇대다 손을 잡았다. 해나의 표현대로 하자면 개구리 발가락을 닮은, 그에게는 영락없이 자신의 닮은 손이었다.
너는 나의 곤줄박이새끼란다. 위기에 처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할 어린 곤줄박이 말이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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