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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중고도서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야망 에세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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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218g | 122*190*20mm
ISBN13 9791189932084
ISBN10 118993208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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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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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자였다면 나의 야망이 유난한 것이었을까? 야망은 소년들의 몫. 소녀들은 야망을 키우고 드러내게끔 키워지지 않는다. 착하고 무해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배운다. 하지만 그건 가부장제가 잘 굴러가는 데 필요한 여성성일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여성성’은 대개 그럴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야망이 큰 것과 여성적이지 않은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탁월한 재능도 재력도 없는 내가 서울에 올라와 지금껏 이런저런 일을 벌인 것도, 탈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야망 덕분이다. 야망이 평범한 여자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야망이 여자를 살린다」중에서

엄마와 언니를 포함, 내 주변의 거의 모든 기혼 여성들에게도 같은 말을 들었다. 농담 아닌 농담으로. “포기하는 게 속 편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포기한단 거지? 아파트, 자식, 노후, 제도적 보호, 정상성…… 결혼으로 얻는 것이 무엇이든 나는 포기하기 싫었다. ‘82년생 김지영’처럼 ‘며느라기’처럼 관계를, 존엄을, 나를 조금씩 포기해야만 유지되는 게 한국의 결혼이라면 굳이 이 제도가 존속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의 이득을 위해서? 결혼의 수혜자가 여성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이건 상대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나는 탈혼을 선택했다. 포기하지 않기를 선택했다. ---「포기하지 않기를 선택했다」중에서

자기 손으로 돈 벌어 눈치 보지 않고 쓰는 기쁨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어떤 조명보다 그를 빛나게 한다. 이를 위해 여성의 노동엔 반드시 제값이 매겨져야 한다. 기업과 사회가 합심해 고용차별, 임금차별 콤보로 여성의 돈줄을 조이고 결혼, 즉 무급 그림자 노동으로 내몬다 하더라도 일베, 불법촬영과 싸우며 전사로 성장한 한국 여자들이 순순히 협조하진 않을 것이다. 출산불매 다음은 결혼불매다. ---「무급 노동이 싫어서」중에서

결국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적게 벌면서 남자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주로 남자들에게. 소비자이기만 했을 땐 나 역시 이런 돈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했다. 내가 가진 거의 유일한 자기결정권에 홀려 거울 앞에서처럼 쇼윈도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을 사고 무엇을 포기할까?’에 몰두하느라 ‘왜 나는 이것밖에 벌지 못할까?’ ‘왜 여자 자산가는 찾아보기 힘들까?’ 같은 구조적 의문을 가질 새도 없었다. 하지만 내 가게를 운영하고 외식업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보이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내가 지금까지 누구에게 돈을 쓴 거지?’ ---「여자에게 돈을 쓰자」중에서

2, 30대엔 내 욕망을 헷갈렸다. 불안을 결혼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싶었던 건 언제나 남편이 아니라 아파트였다고. 이제라도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졌으니 해결책도 분명해진다. 필요한 건 결혼이 아니라 적금이고 펀드고 재테크다. 세대주로서의 감각이다. ---「나는 나의 세대주다」중에서

‘백마 탄 왕자’처럼 실재하지 않는 가짜 권력에 속지 말자. ‘예쁘다’는 찬사는 ‘추한 여성’이라는 낙인보다 더욱 강력하고 교묘한 현실 통제 수단이다. 그 안에 매몰돼 더 이상의 꿈을 꾸지 못하도록 막는다. 모든 여자는 아름답다? 아니, 여자는 예쁠 필요도 욕망당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여고생들이 간절하게 ‘픽미업’을 외치는 그림이 괴이하지 않은가? 우리는 초이스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해방되는 순간 진짜 힘이 생긴다. 타인이 아닌 나에게 힘을 돌려주자. ---「초이스에서 해방되자」중에서

어떻게 하면 안정된 조직 안에서 팀원들과 함께 협업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일반적 여성 리더의 수를 늘릴 것인가?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여성이 투표권을 웃으며 얻지 않았듯 이 과정 역시 자율과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 기업 내 여성 임원 할당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여성의 인맥 쌓기」중에서

뼈에 새겨지다시피 한 성적 대상화, 남성 숭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여성은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좋아서 하는 다이어트? 좋아서 하는 덕질? 나의 선택, 나의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 첫 단계다. 이 과정 없이 가부장제에서의 독립은 성공할 수 없다. 설사 경제력이 있다 해도 말이다. ---「실패로 끝난 미러링」중에서

여성의 외모권력은 허상이며 타인에게 성적으로 욕망당하고 싶은 욕망 역시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내 안에 내면화한 남성의 시선, 남성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한 채 살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다른 욕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탈코르셋’은 그저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깨닫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성적 대상화에 몰두했던 사람일수록 이 의미를 잘 이해한다. ---「그건 나의 권력이 아니었어」중에서

공직자 여성 공천 50% 법안이 현실화되고 기업으로까지 확대되어간다면 지금 각성한 10대, 20대 여성 중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 임원이 나올까? 상상만 해도 신난다. 그들이 그 자리에 갈 때까지 내 전문성을 포기하지 않고 진도를 조금이라도 나가는 것. 이건 앞서가는 세대로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비단 여성계, 육아와 병행하기 좋은 여성 친화적 일자리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 자기 자리와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 내 유전자를 잇는 것만큼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 단절되지 말자.
---「단절되지 말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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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두에 잠깐 나온 ‘비혼의 방은 집이 될 수 있는가’로 토론을 벌인 날을 떠올리니, 마음속에 투쟁심과 반가운 연결감이 차오른다. 한남동 김진아의 존재가 심적인 지지대인 이는 나뿐이 아니리라. 그가 책 속에서 고백하는 중산층 백인 여성에 동일시하던 ‘주체적 쿨걸’과는 조금 다른 기조지만 이 길에 고백건대 나 역시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벗지 못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온오프라인에서 그의 머리가 계절마다 짧아지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고 멋지다 생각한다. 나도 그처럼 매 계절 짧아지는 머리로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의 곁에 선다.
전주에서 여성들을 만나 남성을 향하던 사랑을 여성에게 돌리는 전략과 타협 없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그의 글을 읽는 지금, 우리가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거쳐 같은 지점에서 같은 것을 옹호하며 각자와 서로를 지키고 있음을 느낀다. 한때 나를 상대하고 나를 위하기 싫어 타인에게 나를 바치고 나를 학대하는 길에 동참하게 하고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던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사랑할 때, 자신의 파이를 희생하는 대신 다른 여성의 파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북돋을 때, 사랑과 도덕과 평화와 야망은 어느 하나 탈락될 이유 없이 모두 한곳에 자리할 것이라 믿는다. 현실에서 나에겐 김진아가 만든 울프가 바로 그런 공간으로 남아 있다. 김진아의, 그 곁의 모든 여성들의 더 많은 쟁취를 기원한다.
- 이민경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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