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이디어는 소중하다. 그러나 실행 과정이 잘못되면 그 가치가 퇴색돌 뿐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해를 자초할 수도 있다. 훌륭한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문제가 있을 때는 버뮤다 삼각지대의 존재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고객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해 이러한 삼각지대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기업 내부의 세계관만을 중시한 채,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시각이나 세계관은 아예 무시해버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 언젠가 출장을 나섰다가 한 통의 음성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메시지 내용은 이랬다. '손님의 거래은행에서 보내드리는 메시지입니다. 시간이 되시는 대로 이 번호로 저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이 메시지에는 아무런 정보도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나는 은행계좌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생각했다. 다급해진 나는 공항에서 부랴부랴 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이렇게 한마디를 전할 뿐이었다. "손님께서 우리 은행의 고객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메시지를 남기겠다는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정보의 버뮤다 삼각지대'의 존재로 인해 좋은 의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한 사례였다. 그 메시지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좋지 않은 상황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다른 식으로 메시지를 남겼더라면 은행은 내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손님의 거래은행에서 보내드리는 메시지입니다. 손님께서 우리 은행의 고객이 되어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리며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이 번호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