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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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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2

: 제2권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백선엽 | 책밭 | 2016년 10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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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402쪽 | 584g | 153*224*30mm
ISBN13 9791185720302
ISBN10 1185720308

업체 공지사항

문제집, 수험서, 대학교재, 만화 등 반품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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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백선엽
평안남도 강서군 덕흥리에서 1920년 11월 23일 태어났다. 대한민국이 1950년 북한 김일성 군대의 기습적인 남침을 맞아 벌인 6.25전쟁의 최고 명장으로 기록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일성 군대의 최정예 3개 사단에 맞서 대구와 부산을 지켜냄으로써 대한민국을 ‘바람 앞 등불’의 위기에서 건진 다부동 전투는 너무도 유명하다.
국군 최초의 평양 진격, 1.4후퇴 뒤 서울 탈환, 지리산 빨치산 토벌, 휴전 직전 금성전투에서 30만 중공군 격퇴, 휴전 직후 국군의 전력 증강, 병력 40만의 1야전군 창설 및 휴전선 국군 단독 방어체계 확립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펼쳐진 전공이자 업적이다.
군복을 입은 그는 김일성을 꺾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구했으며, 이승만을 도와 오늘날 국방의 초석을 닦았다. 군복을 벗은 1960년 뒤에는 중화민국(대만) 대사, 프랑스 주재(서구 5개 국가 및 아프리카 13개 국가 주재 대사 겸임), 캐나다 대사를 역임했다. 박정희 대통령 정부에서는 교통부 장관을 지낸 뒤 충주비료와 호남비료 사장을 거쳐 한국종합화학 사장을 지내며 한국 화학공업의 뿌리를 다졌다. 현재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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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한민국 국방의 현대화를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나는 재창설한 2군단장으로서, 그리고 지리산 일대의 빨치산 토벌 사령부의 총사령관으로서, 나아가 별 넷의 한국 최초 대장으로서, 또 육군참모총장으로서 대한민국 국방 초석 다지기에서 그가 보였던 활약을 늘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군복을 벗은 1960년, 그리고 그 이후 많은 과정을 거치면서도 나는 밴 플리트 장군을 잊지 않았다. 아니, 늘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며 인정스럽게 사람을 대하다가도 전쟁터에 서서는 추호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그리고 공산주의와 싸우던 대한민국을 위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앞에 나서던 그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 p.21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거수경례를 했다. “Sir,….” 밴 플리트 장군도 몸을 곧추세웠다. 그러나 기력이 아주 떨어져 보였다.…그는 왼손을 들어 올려 오른팔을 받치면서 간신히 거수경례를 했다. 희미한 표정이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이 반가움으로 빛나는 듯했다.…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나의 얼굴, 그리고 밴 플리트 장군의 얼굴은 벌써 눈물로 범벅을 이루고 말았다. 세월의 야속함에 흘리는 눈물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반가움으로 흘리는 눈물이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휠체어에 의지해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밴 플리트 장군은 그저 처연(悽然)하기만 했다. 말도 없이 우리는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 p.30

“미군은 모든 것을 주고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그런 점에서 너그러웠다. 모든 것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필요와 이해(利害)를 날카롭게 저울질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명분과 실정에 맞는 일이라면 자신의 권한을 양도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은 군대였다. 그들의 성향이야 여러 가지임에 분명하지만, 미군은 특히 합리성을 존중했다. 명분에 합당하다면 상대를 받아들이는 버릇이 있었다.” --- p.115

“오후의 시간도 답답하게 흘러갔다. 아이젠하워가 있던 동숭동 미 8군 사령부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대통령은 급기야 나를 바라보더니 손짓을 했다. “이리 와보게, 백총장.” 곁에 다가선 내게 대통령은 착잡한 표정으로 “자네가 한 번 다녀와보게”라고 말했다. 힘이 많이 빠진 대통령의 목소리였다.…나는 경무대에서 동숭동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했다. 미국과의 협력은 아주 절실한 과제였다. 특히 한국군의 전력증강 사안에서 미군이 지닌 몫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젠하워 일행을 설득해 경무대에 오도록 해야 했다.” _ pp.133~135

“나는 오전 7시쯤 전화 소리를 들었다.…아주 당황한 목소리였다. “적이 공격해 왔다”는 말이 먼저 들렸다.…나는 개성에 적군이 진입했다는 그의 보고를 듣고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았다. 머리에 떠올리기조차도 싫었던 적의 전면 남침이라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우선 움직였다. 비록 교육생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끌던 1사단으로 급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전투복이 아닌 정복 차림에 신발은 군화가 아닌 일반 단화였다.” _ pp.177~178

“나는 사단 사령부를 나와 연대 전방 지휘소 등을 둘러보러 길을 떠날 때는 일부러 시신이 쌓여 있는 곳에 눈길을 두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참담한 그 광경을 보면서 괜히 투지(鬪志)가 꺾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미 그곳 일대는 무더운 8월의 날씨로 인해 주검이 부패하면서 번지는 냄새로 가득 차고 말았다. 전쟁은 여러 가지의 책략과 전기(戰技)를 필요로 한다. 싸움의 얼개를 다루면서 전체 흐름을 조정하며 적에 앞서 유리한 지형과 시간을 선점하는 전략적 안목, 병력과 화력을 제 때 동원해 공격과 방어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보내는 전술적 시야 등이 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때 낙동강 전선 서쪽, 대구 북방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는 그런 여러 가지 요소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적을 맞아 끝까지 싸우려는 굵고 강하며 꺾이지 않는 투지였다.“ --- p.257

“지금 우리는 대구와 부산만을 남긴 상태다. 이곳을 지키지 못해 대구를 내준다면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바다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여러분 모두 그동안 잘 싸워줘서 정말 고맙다. 그러나 한 번 더 힘을 내자. 저 밑 계곡에서 미군은 우리를 믿고 싸우는 중이다. 우리가 먼저 물러나면 저들은 곧장 철수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망한다. 내가 먼저 앞장을 설 테니 나를 따라와라. 그러다가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말을 마치고서 나는 대열을 가르면서 걸어 나가 앞장을 섰다. 권총을 빼들고 선두에 서서 물러났던 고지를 향해 뛰어나갔다. 얼마를 뛰다가 나는 뒤를 따라오던 부하들의 제지로 더 이상 앞장을 설 수 없었다. 누군가가 내 어깨와 허리를 잡더니 “이제 우리가 나아가겠습니다”라고 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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