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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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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 사랑과 운명을 이기고 스스로 왕이 된 여자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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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41g | 150*220*30mm
ISBN13 9788976040442
ISBN10 8976040449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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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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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체취를 난생 처음 맡아 수줍던 그의 열 손가락은 여인을 즐겁게 하는 음사(陰事)의 능란함을 깨우치고 날로 왕녀와 함께 관능의 세계를 알아 갔다. 한 쌍의 자웅으로 서로를 탐닉해 버린 선덕과 자장은 단 하루도 만나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고 다른 이에게서는 어떤 쾌락도 느낄 수 없는 서로만의 암수로 길들어졌다. --- 「불타는 인연, 불타는 정욕」 중에서

사랑은 여기 있으니, 백성이 나를 먼저 사랑한 것이 아니요 내가 먼저 백성을 사랑한 그 사랑이라. 여인으로서의 사랑 따위는 잊으리라.
나의 갈 길을 가리니, 나의 가는 길에 사랑마저 녹아들어라.
나는 운명마저 이기고 불타는 용광로가 되어 사랑도 녹이고
운명도 이기어 빛나는 정금(正金)처럼 세상에 나오리라! --- 「목숨을 건 환속」 중에서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성은 김이요, 이름은 유신이라 하옵니다.”
“김유신이라... 그대의 무예가 참으로 뛰어나구나. 나를 위해 그대의 재주를 써 주겠는가?”
유신의 눈빛이 마침내 흔들렸다. 오래 전에도 이렇게 말한 여인이 있었다. 단 한 번 뜨겁게 안았던 것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 여러 해가 지나도록 한 순간도 잊지 못하고 아직도 젊은 가슴으로 그리워해 오던 여인. 그녀가 갑자기 아련한 기억 속에서 걸어 나와 바로 눈앞에 있는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덕만공주였단 말인가.
“그대에게 왕의 이름으로 단석검을 내리니 일어나 받으라. 그대는 수천 명의 낭도들이 지켜보는 여기서 죽기까지 충성을 맹세하라!”
이윽고 유신은 단호한 표정으로 검을 치켜 든 채 외쳤다.
“저 뜨거운 태양을 두고 맹세하오니 우리 화랑도는 천년이 지나도록 왕실을 지킬 것이며 신국과 운명을 같이 하겠나이다. 천년이 지나도록 신국을 지키겠나이다!”
유신이 나서서 단석검을 들어 올리며 충성을 맹세하자 그를 따르는 용화향도를 비롯하여 모든 낭도들은 모두가 뜨거운 마음이 되어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 와아!”
“덕만(선덕)공주 천세 만세 만만세!”
“백정(진평)왕 천세 만세 만만세!”
“와아, 와아!”
덕만은 유신을 옆에 세우고 환호성을 지르는 낭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사람을 얻어야 천하를 얻는다」 중에서

“공주를 죽여라, 공주부터 죽여라, 왕은 이미 산송장이다!”
포위망이 뚫리자 기쁨에 들뜬 칠숙이 소리를 질러댔다. 칠숙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역도들이 모조리 공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지귀와 찬영, 청한이 공주를 에워싸며 역도들을 막아섰다.
“물러서라, 터럭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공주는 계단 위에 선 채 역적들을 내려다보며....외쳤다.
“너희는 마지막 기회를 이미 잃었다. 단 한명도 남기지 않고 핏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공주는 역도들에게 이렇게 외친 다음 화랑들에게 다시 큰소리로 명했다.
“단 한 명도 살아서 월성을 나가지 못하리라. 역도의 흔적을 없애라!”
역도들이 혼비백산하고 우왕좌왕하고 화랑과 낭도들의 검이 역도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검은 마치 춤을 추듯 바람을 가르고 피 냄새를 찾아 역도들을 남김없이 베어 나갔다.
빼앗으려는 자의 욕망은 신국의 선을 지키려는 뜨거운 욕망으로 덮어졌다. 살아남은 욕망은 꿈틀대고 전율하며 활활 타고 있었다. 월성을 가득 메우고 넘쳐 성 밖으로까지 이어진 낭도들의 횃불이 달과 함께 깊은 밤을 밝혔다. --- 「욕망이 일렁이는 밤, 불의 향연은 끝이 없어라」 중에서

세상에서는 그녀를 지배할 수 없었지만 침실에서는 그녀를 지배할 수 있었다. 세상에서는 그녀가 왕이었지만 침전에서는 용춘 스스로 왕이 되어 그녀를 정복할 수 있었다. 용춘의 울분은 욕정과 뒤섞이어 덕만의 몸 위에서 마구 요동쳤다. 그렇게 한 차례 격정이 지나간 후 덕만이 말했다.
“자식이 없으니 물러나기를 청하였던가? 이제 물러나 살기를 허락할 것이니라.”
용춘이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덕만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
“그대 형제들은 내 등에 칼을 들이댔으나 나는 그대들의 아들 춘추를 귀히 쓸 것이다.”
덕만은 일어나 앉아 옷을 걸치며 이렇게 덧붙였다.
자결한 용수전군 외에 용춘도 역모에 관련되어 있음을 모르지 않는 왕이었다. 그러나 용춘을 죽이지 않고 살려 두더니 이제 용수와 용춘의 아들인 춘추를 쓰겠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적의 아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정적의 아들인 춘추를 쓰겠노라고...
용춘은 알몸인 채로 벌떡 일어나 앉아 옷을 입고 돌아서는 왕의 등 뒤에 대고 절을 하며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꼭 감았다. 적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숨길 수 없었다. --- 「지울 수 없는 사랑과 배신」 중에서

반란군과 왕군이 대치한 지 열흘째 되는 날. 병석의 덕만(선덕)이 유신을 불러 말했다.
“그대의 수고에 힘입은 바가 큰 세월이었소. 유신,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덕만은 말하다 말고 갑자기 몸을 뒤척이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비단 보 위로 피가 떨어졌다. 유신은 황급히 덕만을 부축하며 소리쳤다.
“어의를 불러 주시오. 어의를!”
밖에서 급한 발걸음이 들리더니 곧 어의가 뛰어 들어오고 자장법사가 따라 들어왔다. 멀리서 반란군의 함성이 들려왔다. 월성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대장군, 어서 가시오. 반란군을 진압하고, 승만공주를 잘 부탁하오!”
덕만이 유신의 손을 꼭 잡았다. 유신은 온몸에 경련이 일었으나 참고 말했다.
“대장군 김유신, 명을 받들어 속히 반란군을 진압하고 오겠나이다.”
부디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올 때까지 나를 기다려 주소서.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그 다음 말을 끝까지 듣지도 못했는데, 좀 더 내게 시간을 주소서! --- 「님은 먼 곳에」 중에서

덕만대왕이 반란 중에 숨지니 신하들은 예전 대왕이 자신의 죽을 날로 예언한 바로 그날이라 그 영험함에 다시 놀라며 유언대로 낭산 남쪽에 장사지냈다. 신하들은 덕만대왕에게 선덕(善德)이라는 시호를 지어 올렸다.
676년 드디어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고 삼국을 통일한 후 문무왕이 낭산 남쪽에 ‘사천왕사’를 짓고 보니, 바로 선덕대왕의 묘 바로 아래였다. 도리천 밑에 사천왕천이 있게 된 것이라.
“아아, 내가 선대 여왕의 신령스러움을 새삼 깨닫는다. 도리천에서 나라를 지켜 주겠다는 유언으로 당을 축출하게 되었구나.”
사천왕사가 지어질 것을 수십 년 전에 내다보고 자신을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한 선덕대왕의 신령스러움을 문무왕과 신하들이 비로소 깨달아 죽은 여왕의 넋을 기렸다.
--- 「님은 먼 곳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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