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한대 피울 텐가?"
그는 하나를 내게 던져주었다.
나는 시가를 잡았다. 브로디는 시가상자에서 총을 꺼내서 내 코를 겨누었다. 나는 총을 보았다. 검은색 38구경이었다. 나는 그 순간 그것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깔끔한 솜씨지? 잠깐 일어서주실까. 이 미터 정도만 앞으로 와. 그러면서 두 손을 들어."
그의 목소리는 영화 속 갱이 공들여 내는 무심한 목소리였다. 영화가 그들을 몽땅 저렇게 만들어놓았다.
"쯧,쯧."
나는 전혀 꼼짝도 않고 말했다.
"이 동네는 총은 그렇게 많은데 똑똑한 머리를 가진 놈은 그렇게 없다니까. 몇 시간 전에도 손에 총만 들고 있으면 세상을 다 손에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한 친구가 당신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네. 총을 내려놓고 바보같은 짓 그만두지. 조."
--- pp 124
여자와 나는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 귀여운 작은 미소를 짓고 있으려고 했지만, 얼굴이 너무 지쳐서 그럴 힘조차 없어 보였다. 여자의 얼굴은 계속 멍해졌다. 미소는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처럼 스러졌고, 어리벙벙한 듯 어리석어 보이는 멍한 눈 아래 창백한 피부는 까칠까칠했다. 백태가 낀 혀는 입꼬리를 계속 핥았다. 예쁘고 버릇이 없으며 별로 똑똑하지도 못한 아가씨였다. 아주, 아주 잘못된 길로 빠져버렸지만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았던 소녀. 부자들이란 지옥에나 떨어지라지. 부자들에게 구역질이 났다.
--- pp 101
그녀는 사진을 꺼내어 문 바로 안쪽에서 선 채 들여다보았다.
"작고 예쁜 몸을 가졌죠. 그렇지 않나요?"
"흐음."
그녀는 내 쪽으로 약간 몸을 기울였다.
"내 몸도 봤어야 하는데."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일을 준비해줄 수 있겠소?"
그녀는 갑자가 날카롭게 웃더니 문 쪽으로 반쯤 향하다가 머리를 돌리고 냉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이제까지 내가 본 중에 가장 냉혈한이에요, 말로 씨. 아니면 필이라고 불러도 되겠어요?"
"물론이요."
"나를 비비안이라고 불러도 돼요."
"고맙소, 리건 부인."
"지옥에나 가요, 말로 씨."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 pp 96
나는 깊고 푹신한 소파의 가장자리에 앉아 리건 부인을 보았다. 그녀는 바라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였다. 사람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타입이었다. 슬리퍼를 벗은 채로 현대식 긴 의자 위에 몸을 쭉 뻗고 있어 얇디얇은 실크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보였다. 그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자리에 놓인 것 같았다. 두 다리는 무릎까지 드러나 있었지만 한쪽 다리는 더 깊숙한 곳까지도 보였다. 무릎은 움푹 패어 있고 뼈가 튀어나오거나 너무 뾰죽하지도 않았다. 종아리가 아름답고, 발목이 길고 날씬하여 교향시의 멜로디 라인이라고 해도 좋을 선을 보여주고 있었다. (...) 입도 멋지고 턱도 멋지다. 입술은 샐쭉하게 움푹 패였는데 아랫입술이 도톰했다.
--- pp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