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예술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뉴질랜드 Westpac School Music Competition 오클랜드 지역 및 전국 우승을 차지했다. TV 프로그램 Asia Dynamic에 출연했다. Bay of Island Festival 초청 콘서트를 열었다. 뉴질랜드 Kristin School을 졸업했다. 뉴질랜드 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을 중퇴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외항사 승무원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다. 네덜란드에 온 이후로는 네덜란드어 공부와 함께 동네에서 일 년에 한 번씩 가정 피아노 콘서트를 열고 있다. KLM 네덜란드항공 공식 블로그 『키미’S 유럽 다이어리』(http://blog.naver.com/flyklm)에 네덜란드통신원 다이어리를 연재 중이다. 단편 『승무원의 첫사랑』,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 (마더북스, 2011, 전자책, 북씨 제작), 장편 로맨스 『공증그녀』(마더북스)를 펴냈다.
“은주야!” 나도 모르게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소리를 빽 질러 버렸다. 낯선 한국말이 이상한지 주변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개의치 않고 다시 한 번 그녀를 불렀다. “은주야, 은주 맞지?” 그녀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은 여전히 컸다.
‘은주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중학교 땐, 그런 은주의 참이슬 같은 외모가 부럽기만 했다. 물론 은주 스스로가 무언가를 이루는데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같은 아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한다는 걸 나는 은주와 사고를 치고 다니며 깨달았다. 이런 그녀의 외모에도 장점과 더불어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뒤 같은 대학교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고 나서였다.
어느 때부턴가 은주가 한 남자와 눈에 띄는 일이 많아졌다. 교내 퀸카였던 은주가 사귀는 남자는 신인 영화감독이라고 했다. 대학 재학 시절 만든 독립영화로 이미 영화계에 이름이 알려졌다는 그 남자는 은주를 데리러 학교로 자주 오는 것 같았다.
“너, 좀 잔인하다는 생각 안 들어? 어차피 이 사람들과 사귈 것도 아니면서 연락한다고 다 받아주는 것, 그들에게 괜한 희망을 주는 거 아니니? 지금 딱 잘라 거절하는 게 오히려 그 남자들을 위하는 게 아니야?”
마음이 삐딱해져 휴지에 코를 흥 푸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말을 뱉으면서도 내가 주제넘게 간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주가 괜한 허영심으로 남자들을 잡아두는 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남자들이 그래도 은주에게 매달리는 거라는 걸, 다른 누구보다도 오랜 친구인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