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사람들이 꿈을 잃어 가는 것, 우리 사회의 진정한 문제는 이것이 아닐까? 물질적인 욕망에 허덕이며 자신의 이익에 몰두하는 개인들, 이런 개인들이 만드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마치 맹수가 득실거리는 정글과 같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스스로 행복하고 더불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소유의 욕망에 휘둘리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잃어버려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개인과 사회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길일까?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우리 청소년 독자 여러분들과 더불어서 우리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꿈꾸고 가꾸어야 할 이상과 소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아름다운 꿈을 함께 그려 보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섬의 ‘제비갈매기족’의 행동들은 ‘회색 늑대족’에게는 낯설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들이 살았던 저 평원과 숲의 생존 방식은 투쟁과 탈취였다. 같은 부족끼리는 공동의 이익으로 단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부족은 부족의 이익을 위하여 투쟁하고 무찔러야 할 적이었다. 경우에 따라 다른 부족과의 동맹이 가능했지만, 그것도 상황만 바뀌면 언제나 적이 될 수 있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다른 부족에게 조건 없이 물건을 나누고 호의를 베푸는 것은 그들에게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어리석은 일이었다. --- p.92 “슬픔은 그 출발이 되지.”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것 역시 자네가 찾아야 하네. 이 이야기를 큰 노래로 바꾸는 것은 자네의 몫이야.” --- p.175
누가 선동한 것은 아니었다. 만원에 밀물이 들듯 오래 불러 온 노래가 자연스럽게 그들 맨 앞자리에 서 있었다.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에 더 이상 노예의 노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오랜 그리움으로 꿈을 꾼 사람들만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글의 화자인 작가는 어느 날, 오랜 친구에게서 이 소설의 바탕이 된 ‘기록’을 전해 받는다. 친구는 그 기록을 연구년을 맞아 머물렀던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의 인류학 자료 보관소에서 발견해 복사해 왔다고 했다. 그 기록은 소수 부족의 언어를 연구했다는 언어학자의 기록으로, 거의 100여 년 전에 작성된 것이었다. 그 기록은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그것은 세계 불가사의 중에 하나로 꼽히는 이스터 섬의 거대한 모아이 석상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모아이 석상이 갖고 있는 놀라운 비밀은 물론, 그 석상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가를 매료시켰고, 작가는 이 기록을 생생하게 살려 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 가기로 한다. 아주 오래 전 이스터 섬에서 함께 살아 온 장이족과 단이족의 비극적인 역사는 물론, 마침내 그들이 찾아낸 평화의 노래, 그리고 어렵게 평화를 찾은 그들을 무력으로 끌어 내 노예로 만들어 버린 우리 인류의 역사 등이 건조한 문서 뭉치였던 기록에서 깨어나 대서사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