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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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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

: 우리 시대 지성 11인의 삶과 시공간 이야기

[ EPUB ]
황인숙 등저 | 개마고원 | 2012년 11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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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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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84MB ?
ISBN13 9788957691342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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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엮은이 : 고종석
고종석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 겸 도서출판 개마고원의 객원기획위원.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한국일보 등지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일했다. 개마고원에서 펴낸 책으로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감염된 언어』 『자유의 무늬』 『서얼단상』이 있고, 이 밖에 소설 『기자들』 『제망매』 『엘리아의 제야』, 서평 『책 읽기, 책 일기』 『국어의 풍경들』, 문명비평 에세이 『코드 훔치기』, 시 평론 『모국어의 속살』 등이 있다.
저자 소개
황인숙 시인. 1958년 서울 생.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자명한 산책』, 산문집 『인숙만필』 『목소리의 무늬』 등.
홍세화 언론인. 1947년 서울 생.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빨간 신호등』 등. 현재 한겨레신문사 시민편집인.
진중권 미학자, 시사평론가. 1963년 서울 생. 『미학 오디세이』 『앙겔루스 노부스』 『춤추는 죽음』 『진중권의 현대 미학 강의』 『레퀴엠』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폭력과 상스러움』 『시칠리아의 암소』 등.
조선희 소설가. 1960년 강원도 강릉 생. 장편 『열정과 불안』, 소설집 『햇빛 찬란한 나날』, 산문집 『그녀에 관한 7가지 거짓말』 등.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장.
이우일 만화가, 삽화가. 1969년 서울 생. 『우일우화』 『도날드 닭』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 『울퉁불퉁 공룡탐험』 등.
나희덕 시인. 1966년 충남 논산 생.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 곳이 멀지 않다』 『사라진 손바닥』, 산문집 『반통의 물』 등. 현재 조선대학교 교수.
김정환 시인. 1954년 서울 생.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하나의 이인무와 세 개의 일인무』 『기차에 대하여』 『텅 빈 극장』 『회복기』 『순금의 기억』 『해가 뜨다』 『레닌의 노래』, 소설 『파경과 광경』, 산문집 『발언집』, 문학평론집 『삶의 시, 해방의 문학』 등. 현재 한국문학학교 교장.
김연수 소설가. 1970년 경북 김천 생.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7번 국도』 『?A빠이, 이상』, 소설집 『스무 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등.
김명근 한의사. 1959년 서울 생. 『애노희락의 심리학』 『우리 아이 공부 비결, 체질에 숨어 있다』. 현재 함소아한의원 중랑분원 원장.
공선옥 소설가. 1963년 전남 곡성 생. 장편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 『수수밭으로 오세요』 『붉은 포대기』,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 세상』,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마흔에 길을 나서다』 등.
강금실 변호사. 1957년 경북 경주 생. 서울 고등법원 판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법무부 장관 등 역임. 현재 여성인권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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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마치 생을 바꾸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난 뒤에 우연히 여권을 보게 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여권에 기재된 바로 그 사람이었을 때는 언제였을까. 물론 타지를 떠돌 때였다. 그럼 집에 있는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그는 영원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만간 그는 다시 공항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공항에서 우화는 반복된다. 결국 우리는 무례한 타지 사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덧없이 반복되는 존재일 뿐이다.
- 김연수, 「역, 휴게소, 공항」 중에서

방 속에 있다는 것은 바닥과 천장을 포함한 여섯 개의 벽에 갇혀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방은 고립과 유폐의 공간처럼 여겨지지만,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우리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이처럼 자신의 한계뿐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그 벽을 넘어 외부와 소통하는 계기를 허락해준다. 이 방의 벽은 옆방의 벽과 등을 마주대고 있으며, 창문이나 문은 그 관계의 열고 닫음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창문이 없는 방은 눈을 잃어버린 사람과도 같다. 군집과 고립이 동시에 가능할 수 있는 지혜는 이미 말벌에게서 배운 바가 있다. 말벌집의 내부가 육각의 방들로 이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나희덕, 「六角의 房」 중에서

강릉은 한국사회에서 가장자리였다. 한쪽 귀퉁이였다. 버스를 타면 반드시 한번쯤 멀미를 하게 만드는 대관령은 언제든 우리가 변방에 갇혀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대관령의 반대편엔 경포바다가 있었다. 경포바다는 이 변방의 폐색전선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불어넣어주었다. 나무 결에 스며 있는 햇볕의 무늬처럼 내 뼈 속엔 경포의 바닷바람이 배어 있다.
- 조선희, 「경포바다」 중에서

다락방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어 상상을 하기에는 딱 좋다. 천장은 신문지로 도배가 되어 있다. 일종의 ‘파피에 콜레’인 셈이다. 그곳에는 평소에는 같이 있지 않을 물건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다. 물건은 보통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 연상은 거의 강제적이다. 하지만 용도를 잃어버린 물건들은 다르다. 그것들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들과 자유롭게 교제를 할 수 있다. 여기엔 모종의 초현실주의가 있다.
- 진중권, 「어린이 정경」 중에서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라는 시조 구절은 맞지 않다. 인걸이 간 데 없는 그 산천은 이미 의구하지 않다. 그건 이미 다른 산천이다. 한 공간을 살아가던 존재들이 사라지면 그 공간은 사라진다. 끝없이 생멸하는 공간들. 하나뿐인 지구라지만 이 지구를 채우고 비우는 존재들의 켜만큼 지구는 무수하다.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이 세상에 태어났던 모든 생명에 저마다의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켜켜의 공간에 있는 것이다.

- 황인숙, 「자유고양이의 공간을 찾아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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