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달국은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영남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84년부터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에서 남이 만들어 놓은 잘 닦인 길을 가다 1998년 스스로 그 길을 떠났다. 그 후 방대한 독서로 홀로 서는 법을 배우며 2003년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황소의 뿔을 잡아라」「유쾌한 인간관계」「29세까지 반드시 해야 할 일」「유쾌한 자기계발」「유머 사용 설명서」「결혼 후 10년」등 다수가 있으며, 기업체, 대학, 방송국 등에서 강연도 하고 있다. 현재 포항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자연과 책 그리고 자신과 가까이하며 '유쾌한 삶 연구가의' 길을 걷고 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대부분 한 번쯤 일탈을 꿈꾼다. 가슴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한 느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년은, 소설이나 영화 같은 연애를 실제로 하고 싶다는 충동에 빠져들기 쉽다. 중년의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나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사랑을 꿈꾸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이 찾아오면 피하기 힘들다. 사랑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다.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배를 뜨게 하는 것도 물이요 배를 전복시키는 것도 물이듯이, 중년의 사랑 역시 달콤하고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럽고 불행한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중년의 사랑은 하나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건다. 그것은 절벽 끝에 피어 있는 꽃을 꺾는 것과 같다. 또한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산들바람처럼 왔다가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간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가치관과 인품에 달려 있다. 결혼 후의 일탈이 불륜으로 이어져 가정이 깨진 사람은 무모한 바보이며, 결혼 후 한 번도 일탈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너무 순진하거나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 머리말 중에서
그녀도 천생 여자였다. 그동안 문자를 통해서 전해진 그녀의 느낌은 강인함과 연약함이 공존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나니 후자 쪽에 더 가까웠다.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연약한 한 마리 새 같다고나 할까.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얻게 된 지금의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었다. 어떤 연인이든 수십 년이 지나도 늘 처음 같은 설렘 속에서 사랑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랑의 행위는 의지로 가능하지만 감정은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모든 것을 녹슬게 하고 빛바래게 한다.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는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흥분상태가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파민의 분비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처음의 그 뜨겁던 사랑 대신 점점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의 자리에 익숙함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만남이 지속될 것 같던 사람과도 언젠가는 헤어지며, 언제까지나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 같던 사람도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안나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에 남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눈빛이었다. --- p.57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가슴속에 어떤 생각이나 사상을 계속 넣어두고 살다 보면, 어느새 그렇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대체로 미래는 운명적인 것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꿈꾸고 생각한 대로 펼쳐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안나와의 사랑에 대해 방향을 잡게 된 것도 에머슨의 영향이 컸다. 나는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저 단순히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는 사랑, 그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랑,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순수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랑은 그 사랑의 단점까지도 운명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 내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이타적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