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영화 감독인 안슬기는 한겨레 영화제작학교와 심산스쿨 시나리오 워크숍을 수료했으며, [고지식한 자판기(1999)], [가장자리(2000)], [생활대백과사전 GD(2001)] 등과 같은 단편 영화를 제작했었다. 2002년 단편 영화 [사랑 아니다]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사랑 아니다]와 [Kiss me, please!(2003)]는 2003 트멍영화제 본선에 진출하였으며, [결혼이야기 Ω(2003)]는 제11회 소니코리아 사이버단편영화제 사전제작지원을 받기도 하였다.
첫 장편 연출작인 「다섯은 너무 많아(2005)」는 2005 부산국제영화제, 2005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가 된 후 국내외 호평을 받아, 2005 제1회 오사카 코리안엔터테인먼트영화제, 2006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또한 2005 CJ 아시아인디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인기상을 수상하였고, 서강 알바트로스 영화제에서는 그해 최고의 데뷔작으로 뽑히기도 하였으며, 2006년 12회 리용아시아영화제에서는 최우수관객상, 최우수기자상을 수상하였다. 두 번째 장편 「나의 노래는(2008)」과 세 번째 장편 「지구에서 사는 법(2009)」을 연출하여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영화제에 꾸준히 초청받은 그는 [아시아 영화 펀드]로부터 시나리오 개발비 지원을 받아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훈아. 아버지가 치즈케이크 사왔다.” 지수는 베이커리 종이 가방을 열어 보지 않아도, 심지어 받아들지 않아도, 안에 있는 것이 치즈케이크인지 알 수 있다. 하기야 아니면 또 어떤가? 그런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진 집이다. 보통은 엄마가“아빠 오셨다. 나와서 인사해야지!”라고 하지만, 이 집은“아버지가 치즈케이크를 사왔다.”라고 하지 않는가? 무언가가 지나간 집이고, 무언가가 빈 집이고, 무언가가 꽉 찬 집이다. 역시 훈은 이 집에 어울리게 아빠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먹고 싶지 않아.” 초등학교 4학년짜리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저렇다. “나중에 먹을 게.”도 아니고, “지금 바빠.”도 아니고, “먹기 싫어.”도 아니다. “먹고 싶지 않아.”다. 먹고 싶지 않아. 이 말은 시간의 조건이나 공간의 수용 가능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영원히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가 사온 것은 절대 먹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 pp.47-48
그래서 그랬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한 번은 눈을 부라리고 싶었다. 난 아버지가 없다. 누구에게나 있는 아버지가 없다.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난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없는 것이 맞다. 한 번도 나에게 그런 기운이 전달된 적이 없다. 누추한 어머 니만 있었고, 그 어머닌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친척들도, 친구들도, 학교 선생님도 그랬다. 나도 동정녀의 자식이다. 하지만 당신이 아버지라고 말하는 사람을 아버지로 두기 싫었다. 당신은 처음부터 좋았는가? 그것은 참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의 아들이 되는 것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할 만큼 힘겨운 책임이다. 나는 그 대신 혼자이길 원했다. 투항하기 싫었다. 당신은 총애 받는 장자이지만 나는 언제나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둘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