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일반적인 지표가 될 이론의 부재, 근간이 되는 원리의 모색, 어느 한 이론이 다른 것보다 더 ‘옳지 않다’는 인식의 확산, 새로운 치료법들의 양산, 그리고 자신의 접근법이 지닌 한계에 대한 불만 등은 여러 심리학자들로 하여금 통합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게 만들었다. 루보스키의 선언에 충격을 받은 나는, 마침내 학교를 졸업하고 진료를 시작한 뒤에도 독자적인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정신분석학의 심원한 통찰력과 행동주의의 강력한 기법, 인지심리학의 경험적인 방법론, 실존주의 분석의 자유로운 철학, 그리고 인본주의의 인문학적인 관계를 결합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심리치료를 내담자 개개인의 필요에 맞춰 구체적으로 조정하기보다는 내담자의 문제가 특정한 틀에 맞아 들어갈 것이라고 간주한다.
대표적인 심리치료법들의 공통 분모를 찾아 나섰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각 학파의 거장들을 완전히 파악해야 했다. 우선 심리학의 다양한 학파들을 ‘비교 연구’하는 한편으로, 그 이론들을 통합할 방법을 모색했다. 나는 각 체계에서 주장하는 원리와 변화의 과정을 분리해내고자 했다. 학파마다 그 기원과 이론에 대한 정보는 넘쳐났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자료나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오랜 시간 자료를 수집한 끝에 나는 여러 가지 심리치료법에서 변화의 과정만 뽑아 정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심리치료법들이 내담자에게서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달리 하고, 내담자가 바로 그러한 문제를 갖게 된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면서도,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변화가 실현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백 가지나 되는 심리치료 이론들은 ‘변화의 과정들’이라고 부를 만한 본질적인 몇 가지 원리로 압축할 수 있었다. 이 변화의 과정들은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생각과 감정, 또는 행동을 변경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스스로 시작하는 모든 활동, 바로 그것이 변화의 과정이다.
변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가장 적절한 과정을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기 변화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 어떤 사람의 단계를 알면 어떤 치료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동시에 어떤 것이 금기사항인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 다른 단계에서는 전혀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다.
가장 빈번하게 잘못 연결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초기에 효과가 극대화되는 의식의 고양과 자기 재평가를 실행 단계에서도 의지하려고 든다. 행동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켜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통찰력만으로는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정신분석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경우는 문제를 인식하거나 행동을 준비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실행에서 가장 효과가 있는 보상이나 대항, 환경 통제 같은 과정들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앞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바로잡으려 한다. 행동주의를 비난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통찰력이 결여된 채 지나치게 행동에 주력하면 일시적인 변화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변화의 단계
원래 내 연구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를 밝혀내려 했지만, 정말로 놀라운 발견은 다른 데에서 나왔다.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 도구들을 특정한 시기에만 사용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상황이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할 때마다 다른 도구를 선택해서 사용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문제인가에 상관없이 동일했다. 우리는 이 시기들에 ‘변화의 단계’라는 이름을 붙였다.
누구라도 자신이 해결한 어떤 문제를 곰곰이 따져보면, 해결책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개 처음 얼마 동안은 문제 자체를 무시한다. 그러다가 한번 부딪혀볼까 생각한다. 그 다음에는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힘―정신적인 힘, 육체적인 힘, 그리고 사회적인 힘―을 결집한 다음에는 행동에 돌입해서 문제와 격투를 벌인다. 이렇게 해서 성공을 거두면, 새롭게 변모한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잠시 동안 포기했다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이런 경험들이 모두 예상 가능하고 명확한 변화의 단계들이다. 각각의 단계에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완료해야 하는 일련의 과업들이 있다. 어느 한 단계에 고착되어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변화의 단계와 단계별로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과정들을 이해하고 나면, 변화의 주기를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기를 더욱 빠르고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
1단계:무관심 단계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 사람들과 의사, 심지어 직장 동료에 이르기까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고 있는 문제를 정작 본인은 까막눈인 양 보지 못한다.
무관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한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가 화제로 떠오르면 서둘러 주제를 바꾼다. 신문을 읽다가 자신의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다룬 기사가 눈에 띄면 얼른 다른 면을 펼친다. 정보를 몰라도 좋고 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른다고 해도 그저 모르는 게 약인 상태에 머물고자 한다.
무관심 단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부정이다. 이들은 문제의 책임을 유전자나 중독, 혹은 가족이나 사회로 돌리거나, 때로는 ‘운명’을 탓하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으로 밀어낸다.
2단계:심사숙고 단계
이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문제를 인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문제를 이해하고, 그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심사숙고에 들어간 사람들은 막연하게나마 앞으로 6개월 안에 행동을 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3단계:준비 단계
준비 단계에 들어서면 당장 다음달로 실행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변화에 필요한 조정을 한다. 이 단계에서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변화하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 월요일부터 절대로 적당량 이상은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준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굳은 결심을 하고, 실행 단계로 넘어갈 태세를 갖춘 듯 보일지라도, 그 동안의 막연함이나 모호함을 전부 걷어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이라고 해도 여전히 실행에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확신이 부족할 수도 있다.
실행을 앞두고 막바지에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는 것은 필요하고도 바람직하다. 준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담배의 양을 줄였거나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는 등, 소소한 변화를 시작했을 수도 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은 예리하고, 기대는 손에 잡힐 듯 뚜렷하다. 준비 단계를 건너뛰는 것, 이를테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느닷없이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오히려 궁극적인 성공 가능성을 낮춘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신경 써서 계획을 세우고 세세한 부분까지 확실하게 전략을 구상하고, 유지 단계를 넘어 종료에 이르도록 계속 추진할 변화 과정을 습득했는지 검토하면서 준비 단계를 최대한 알차게 보내는 것이 현명하다.
4단계:실행 단계
실행 단계에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행동과 주변 환경을 바로잡으려고 시도한다.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고, 집안에 있는 간식은 모조리 치우고, 마시다 남은 맥주도 전부 쏟아버리고, 두려움에 당당히 맞선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동안 장고를 하며 준비해온 한 수를 과감히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때는 누가 봐도 가장 바쁘고, 시간과 노력을 가장 많이 쏟아야 하는 시기다. 실행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는 다른 단계에 비해 훨씬 가시적이라 그만큼 사람들 눈에 띈다. 여기서 야기되는 위험이라면, 심지어 전문 심리치료사들마저 실행을 변화 그 자체로 생각해 성공적인 실행을 위한 준비 과정을 간과하거나, 중요도나 난이도에서 실행 못지 않은 유지 단계를 경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실행 전이나 그 후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 충고나 격려를 소홀히 한다면, 그 결과는 대단히 유감스러울 수 있다.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가장 필요할 때는 무관심 단계나 심사숙고 단계, 그리고 실행에 뒤따라오는 단계들인데도 주변에서는 실행 단계의 가시적인 변화에만 관심을 갖기 쉽다. 실행만이 문제 극복의 유일한 단계가 아님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행동을 바로잡는 것이 가장 가시적인 변화 형태임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것만 가지고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5단계:유지 단계
뛰어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산과 같은 것은 유지 단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실행을 통해 손에 넣은 것을 확실하게 다지는 작업을 하는 동시에 일시적인 일탈이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변화는 결코 실행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껏 전통적인 심리치료에서 정적인 것으로 이해해온 유지는, 사실 짧으면 여섯 달에서 길게는 평생이 될 수도 있는 실행의 연장이다.
변화된 행동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결의가 없으면 십중팔구 재발에 빠지는데, 보통 무관심이나 심사숙고 단계로 되돌아가게 된다.
6단계:종료 단계
종료는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예전의 문제들이 더 이상 유혹이나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예전의 행동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재발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에 맞설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종료에 도달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 마침내 승전고를 울리며 변화의 주기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변화의 나선형 모델
처음 변화의 단계를 구축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무관심 단계→심사숙고 단계→준비 단계→실행 단계→유지 단계→종료 단계
일직선으로 곧게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드문 현상이다. 사실상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심사숙고를 거쳐 준비를 하고, 이어 실행에 돌입한 다음, 유지에 들어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변화를 진행하는 도중에 한번쯤은 발을 헛디뎌 다시 심사숙고 단계로 되돌아가고, 심할 경우 무관심 단계까지 후퇴했다가 새롭게 의지를 다지고 도전한다. 결국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변화의 주기를 여러 차례 거친 끝에 마침내 그곳에서 탈출한다. 일례로, 사람들은 서너 번쯤 담배를 끊겠다고 본격적으로 덤벼든 끝에야 금연에 성공한다. 굳은 결심을 하고 유지 단계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똑같은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낙담할 것은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성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심사숙고에서 종료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지속적인 노력은 물론, 재발을 방지할 계획을 짜고 단계별로 적절한 과정을 적용해 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대부분의 일상적인 문제에서 재발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원칙에 가깝다는 게 사실이다. 재발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결코 상쾌하거나 즐겁지 않다. 예전 습관이 재발했을 때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느낄 수도 있다. 틀림없이 당황스러울 테고 죄책감에 빠질지도 모른다. 지금껏 애쓴 보람도 없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될 것이다. 잔뜩 기가 꺾여,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아예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수도 있다. 무관심했던 마음을 일으켜 여기까지 왔건만 한순간에 다시 무관심 단계로 미끄러져 내릴 수도 있다.
이런 후퇴와 퇴보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 원을 따라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예 틀린 생각도 아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이라면 그 원이 닫힌 형태가 아니라 나선형을 그리며 위로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단계와 과정의 연결은, 혼자 힘으로 변화해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다. 이제 어떤 행동이건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새로운 기법을 찾아 익힐 필요가 없다. 문제가 세 가지라고 해서 세 권의 자기 변화 전략을 다룬 책이나, 세 명의 심리치료사나, 세 종류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문제를 상대로 변화의 과정을 적용하는 것이, 한 문제씩 따로 따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 역시 동시에 진행하는 변화가 더 나은지, 아니면 순차적인 노력으로 얻는 효과가 더 큰지에 대해서는 더욱 정밀하게 연구하려고 자료를 수집하는 중이다.
“나쁜 일은 쌍으로 다닌다”는 말도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들도 서로를 강화하는 듯하다. 과음이나 과식, 또는 흡연이 재발하는 이유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정서적 고통이다. 담배를 피우다가 끊은 사람이 술을 마시면 다시 담배를 피울 확률이 두 배로 증가하고, 담배를 끊은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체중 증가이다(이 때문에 여성들은 차라리 다시 담배를 피우겠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변화의 사례를 보면, 한 번에 하나의 행동에만 접근하기보다 서로 관련된 일련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담배를 끊고 싶은데 살이 찔까봐 걱정하는 사람이나, 술은 끊고 싶지만 담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
▶9가지 변화의 과정
의식의 고양
변화의 과정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의식의 고양이란 말은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목적이 “무의식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오늘날 거의 모든 심리치료는 내담자로 하여금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수집 가능한 정보의 양을 늘려 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의식의 고양은 숨어 있는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자기 문제의 성격을 아는 것 역시 정보의 원천이나 출처에 관계없이 의식을 고양시켜준다.
사회적 해방
여기에는 변화를 시도하거나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외부의 환경이 모두 포함된다. 가까운 예로 금연 구역을 확대하고 비흡연자―또는 비흡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를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세련된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저지방 메뉴도 사회적 해방의 또 다른 예다.
사회적 해방은 외부적인 힘이기 때문에 어느 단계에 있는가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금연 구역을 적대시하거나 분개하지만, 어떤 사람은 금연 구역을 확산시키려 노력한다.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변화를 돕기 위해 사회적 환경을 바꾸려 노력할 수 있다.
정서적 각성
수많은 심리치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도구로, 자신이 그 동안 변화에 방어적이었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정서적 각성은 어떤 면에서 의식의 고양과 비슷하지만, 감정적으로 더 깊은 층위에서 작용한다. 두 과정 모두 변화의 초기 단계에 중요하다.
극적인 방출―전통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카타르시스라는―로 알려진 정서적 각성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한 중요하고도 급작스러운 감정적 경험으로 나타난다. 바로 이 점에서 정서적 각성은 더없이 강력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서적 각성은 실제 삶에서 겪는 비극적인 일에서 유발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음주벽이 있는 사람이 차 사고를 낸 후 가족 중 누군가가 술을 끊었다는 이야기 등.
자기 재평가
이 과정은 문제를 주의 깊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재평가하도록 하고, 문제를 정복한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자기 재평가는 문제가 있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자기 개인의 가치와 충돌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그 결과, 만약 지금 이 문제를 제거한다면 자신의 삶이 확실히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전념
일단 변화를 선택하면 변화의 책임감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임감은 전념, 또는 ‘자기 해방’이라고 부르는 노력에 대한 부담감이다.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고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의 첫걸음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변화하기로 결정했음을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어 두 번째는 그 결심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변화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만약 변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여러 사람 앞에서 부끄럽고 죄스러워서라도 변하려는 노력을 배가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대항
건강하지 못한 반응을 건강한 것으로 대체하는 기법을 일컫는 용어가 바로 대항, 또는 역조건 형성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활동은 어느 것이든 효과적인 대항 기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약물 남용자라면 약에 취한 몽롱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충동을 떨쳐버리려고 나가서 조깅을 할 수 있고, 활동성이 결여된 정주 성향의 사람이라면 소파에 파묻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기보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대항 활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환경 통제
대항과 마찬가지로 환경 통제 역시 활동 지향적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자신의 내부적인 반응을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다시 구성함으로써 문제의 소지가 될 사건의 발생 개연성을 낮추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대항은 특정한 자극에 대한 개인의 반응을 조절하는 것이고, 환경 통제는 그 자극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다. 환경 통제 기법은 집에서 마약이나 술을 없애는 것처럼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금연 표시나 냉장고에 경고 문구를 붙여 놓는 것처럼 긍정적인 신호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상
처벌과 보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을 때 벌을 줄 수도 있고, 바람직한 행동을 보상으로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적인 변화를 완성해 낸 사람들이나 심리치료사들의 경우 처벌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보상은 행동변화에 성공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칭찬을 하는 것도 간단한 보상의 일종이다. 일정한 목표에 도달했을 때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거나,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절약한 돈으로 원하는 것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상은 다른 사람들이 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체중을 줄인 사람에게 가족들이 칭찬을 해주거나, 금연을 두고 친구와 내기를 할 수도 있다.
주변의 도움
자기 변화란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독자적인 노력을 말한다. 그렇다고 주변의 관심이나 지원, 또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변의 도움은 심리치료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과정이며, 자기 변화자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 전문가에게 의지하든, 가족이나 친구, 하다 못해 성직자를 찾아간다고 해도, 주변의 도움은 관심과 지지, 이해, 그리고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기 단계의 파악
변화의 첫걸음은 자신의 단계를 아는 것이다. 변화는 단계에 좌우되고, 어느 지점에서 변화의 주기에 진입하느냐에 따라 적용하는 과정이 달라진다. 단계를 부정확하게 분석하면 과정을 잘못 사용하게 되고, 이는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자신의 단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아래 네 문장에 그렇다, 아니다로 답해보기 바란다.
1. 나는 내 문제를 여섯 달 전에 해결했다.
2. 나는 지난 여섯 달 사이에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취했다.
3. 나는 다음 달 안으로 실행에 들어갈 생각이다.
4. 나는 앞으로 여섯 달 안에 행동을 취할 예정이다.
만약 대답이 전부 ‘아니다’면 무관심 단계다. 심사숙고에 있는 사람이라면 4번 문장만 ‘그렇다’이고, 나머지는 ‘아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준비 단계에 있는 사람은 3번과 4번 문장에는 ‘그렇다’, 앞의 두 문장에는 ‘아니다’고 답했을 것이다. 만약 2번까지 ‘그렇다’고 답하고, 1번만 ‘아니다’고 했다면 실행 단계에 있는 사람이다. 만약 한 점의 거짓도 없이 답했는데도 전부 그렇다는 대답이 나왔다면 이미 유지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