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의 화장실에서 청소를 하는 백인 청년을 보고 나는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화장실 청소는 보통 흑인이나 유색인종이 맡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아온 데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교민은 약 25,000여 명으로 수도권에 밀집하여 주로 의류봉제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인종차별에 대해 좀 더 부연하자면 페루의 한국 교포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두 번, 세 번 강조하였다. 나는 브라질 축구팀과 아르헨티나 축구팀의 흑백인 비율을 들어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제기했더니 현지의 한국 가이드는 궁색한 변명으로 인종차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브라질은 열대이고 아르헨티나는 온대이기 때문에 기후의 요인도 있고, 인디오와의 전쟁으로 인디오도 없어지고 흑인이 많이 희생된 점도 들었다. 인종차별 문제는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흑인이나 인디오들이 차별이 덜 심한 나라로 다 빠져나간 것을 봐도 아르헨티나는 주위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백인 위주의 나라인 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맞아 나는 이 나라가 앞으로 브라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 라틴아메리카 - 양극화에 시달리는 중·남미를 보고 와서 중에서-
스페인 하면 나는 독재자 프랑코와 최근 수년 동안 뛰어난 활약상을 보이고 있는 축구팀을 연상하게 된다. 왜 프랑코냐 하면 내가 유학 생활을 하던 70년대 중반에 스페인에서 프랑코의 독재가 막을 내리고 민주화의 시기로 이행하던 과정이 나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은 최근 금융 위기에 처해 있어 이번 여행의 초점은 아무래도 스페인으로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암스테르담을 경유, 리스본에서 시작하는 여정은 12일 동안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여러 도시를 둘러보는 것으로 짜였다. 암스테르담까지 11시간 30분, 약간의 체류 시간까지 더해서 3시간을 더 가야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도착하는 긴 여행이었지만 암스테르담에서 옆자리에 탄 60대 중반의 포르투갈 신사가 자주 말을 걸어 주어서 어느 정도 지루함을 면할 수 있었다. 박식한 노인이라 한국과 서울에 관심이 많았고 대화는 우리의 언어인 한글에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자기는 포르투갈이 기후 좋고, 음식값이 싸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과 오늘의 현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의 이야기 중에서-
마카오의 첫인상은 우람한 고층 건물들이 관광객을 압도해서 아름다운 느낌은 안 들었다. 우람함과 웅장함은 여러 가지 중국 건축 스타일의 한 가지이다. 만일 마카오 여행이 중심가의 이런 건물들을 보는 것만으로 끝났다면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인구는 2012년 1월 현재, 약 557,400명으로 인근의 메트로폴리탄의 인구까지 치면 약 73만의 도시이다. 중국의 남쪽, 광동성의 끝자락에 위치한 마카오는 우선 호텔들의 규모가 큰 데 놀랐다. 그리고 그 호텔들은 하나같이 대규모의 카지노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다. 베네치안 마카오라고 여행사가 지정해 줘서 묵은 호텔 역시 커다란 카지노를 가지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별 다섯 개짜리로 호화로운 데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호텔 안에 세 개의 물길을 만들어 곤돌라를 띄우고 있으니 호텔 규모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곤돌라를 저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이태리인들이었다.
-홍콩과 마카오의 재발견 중에서-
나는 ‘관료적 문화 유형’이란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정당 조직의 비민주성, 비합법적인 방법과 수단을 이용해서 얻은 부의 축적 현상, 사회조직의 중앙 집권화, 관료 조직의 지배적 특성과 지역 정치와 파벌 정치 등을 설명했다. 또한 물량주의, 족벌주의, 특혜주의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관료적 문화 유형’은 사회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그 현상이 심화될 경우에는 내·외의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구소련과 동구권을 들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잠시 논의가 되었던 이른바 ‘관 피아’ 역시 ‘관료적 문화 유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두 도시를 사흘에 걸쳐 보는 것만으로는 위에서 제기한 현상과 문제에 대한 답은 도저히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차르 시대의 절대 권력과 부패와 사치는 어떠했는가? 또 현재 고르바초프에 대한 인기는 어떠한가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키는러시아와 핀란드의 관계 중에서-
스칸디나비아 삼국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 몇 나라의 복지국가 유형을 어떤 학자는 조합주의 복지국가라고 부른다. 이익집단의 대표들이 경제와 사회정책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정부는 계급투쟁보다는 협동을, 사회 갈등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책임을 강조한다. 이런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corporatism)는 남미에서처럼 국가가 강압적으로 노·사 관계를 이끌고, 인기 영합주의에 따라 분수에 맞지 않게 각종 복지 혜택을 마구 뿌려대는 국가적 조합주의와는 구별된다. 또 다른 학자는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또는 노동자의 삶이 시장에 의존하는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탈상품화의 개념으로 복지국가를 나누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의 탈상품화 정도는 제일 높은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복지국가들의 모습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를 돌아보고-
중세의 보석이라 불리는 로텐부르크는 전통적인 독일의 가옥들이 중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인구 1만 2천 명의 도시이다. 도시 한 귀퉁이의 높은 곳에서 보면 밑으로 타우버 강이 흐르고 있고, 마르크트 광장, 시청사, 야곱 교회당 등이 볼만한 곳으로 일정표에 나와 있다. 특히 시중심부에는 마르크트 광장이 있는데, 이곳은 언제나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시의원들의 연회관 건물의 꼭대기 창문 두 개가 매시간 정각에 열리면서 벌어지는 인형극을 고개를 쳐들고 보게 된다. 인형극의 이야기는 30년 전쟁 당시 에스파냐 장군으로부터 커다란 포도주 한 통을 단숨에 마시면 시민을 학살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받고 시장이 포도주 한 통을 다 마셔 시민들을 구해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 이 광장 부근에는 시청사와, 일 년 내내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파는 상점이 유명하다.
-다시 시작하는 동구(東歐)여! 영원하라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