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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고 싶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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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고 싶은 그림

: 모든 그림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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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804g | 170*220*30mm
ISBN13 9788952739155
ISBN10 895273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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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우리 역시 「노상송사」와 「시골 선거일」 그림을 지적 호기심과 유희로만 감상할 수 없다. 낯부끄러운 문제를 일으키고도 술에 취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모르는 척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김홍도의 그림 속 태수와 형리와 닮았다. 또한 빙엄의 그림에는 지역적 특혜에 대한 공약에 취해 자질 없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일부 유권자들의 모습이 있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고위 공직자의 역할, 그리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활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유권자의 역할은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 제1전시실: “술 취한 미래의 시간을 보다” 중에서

여러 전시실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조선 시대 전시실로 들어갔을 때 「복쇠자매문기」를 처음 마주했다. 제목을 보지 않고 우리는 그림 앞에서 각자 손 그림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미소 지었다. 종이 위에 다섯 손가락을 좍 펴서 올려놓고는 펜으로 손 모양을 따라 그리고 나서 색색이 매니큐어 바른 손톱이나 반지를 그리며 놀았던 어릴 적 추억, 그리고 미술을 전공할 때 해부학적 손 그림을 수십 장씩 그린 기억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다음에 작품 문구를 읽는 순간 너무 당황했다. “가난한 사람이 스스로 노비가 됨을 증명하는 문서”라고 쓰여 있었다.
--- 제1전시실: “노비가 된 신체” 중에서

때로는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의 표정을 볼 때가 있다.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가 그렇다. 차가운 바위 위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응시하는 방랑자의 뒷모습은 광대한 자연과 비교하여 왜소해 보이기는 해도 위축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안개 바다 속에 무겁게 가라앉은 바위산과 계곡을 바라보는 남자의 관념적인 모습은 무대 위에서 “고단한 내 삶의 여정은 언제쯤이나 끝날 것인가?” 하며 격정의 대사를 쏟아 내는 배우처럼 극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 제1전시실: “뒷모습을 본다는 것은” 중에서

정선과 세잔은 성장하며 바라본 동네의 산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미술사에 큰 산을 만들었다. 정선은 조선 회화사의 기념비적인 산을 만들었고, 세잔은 서양 미술사의 산맥을 만들었다. 동네의 흔한 뒷산을 거대한 미술의 산으로 옮기는 예술적 성취는 감각의 근육만이 아닌, 봉우리가 높고 골짜기가 깊은 지성의 산맥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키운 지적 근육이 병행되었기에 가능했다. 산을 쉼 없이 오르다 보니, 그들 자신이 산과 같은 사람이 되었다.
--- 제2전시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까” 중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홀연히 어떤 문학적 경험이 그림자처럼 따라올 때가 있다. 동양 문화권에는 이미 서와 화의 근원을 하나로 보는 서화동원 의식이 있었다. 그림과 글은 삶의 근원을 묻는 언어적 역할을 한다는 유사점이 있다. 윤두서의 「나물 캐기」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은 자연스럽게 펄 벅의 소설 『대지』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으로 펄 벅은 1938년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중국 청나라 말기부터 중화민국 탄생 무렵의 농촌을 배경으로 가난한 농부 왕룽이 부유한 지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땅에 대한 땀과 애정으로 가득한 파란만장한 삶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항상 아내 오란이 함께한다.
-제2전시실 “잔혹한 어느 봄날 ‘오란’을 만나다” 중에서

의사가 여성의 맥박을 재고 있다. 그런데 가운을 입지 않았다. 따라서 이곳은 병원이 아니고, 의사도 다급한 연락을 받고 왕진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수녀로 인해 이 누추한 장소가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길에서 아이와 구걸하거나 성매매로 병을 얻은 여성들이 구조되어 오는 장소임을 알 수 있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혼자 힘으로 더는 삶을 헤쳐 나갈 수 없을 만큼 피폐해져 벼랑 끝에 놓여 있을 때 이송되어 오는, 빈민가에 마련된 곳이다.
--- 제3전시실 “자비가 필요한 시대” 중에서

공기놀이하는 남자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여자아이들의 행방이 궁금하다. 구경하는 모습으로라도 등장할 법 하건만 여자아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옛 그림에 보이는 딸들의 모습은 주로 동생을 업거나 일하는 성인 여성들 옆에서 시중드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동생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 옆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도 있다. 아직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고 놀이가 필요한 나이임에도 동생들을 돌보거나 궁핍한 살림에 보태기 위해 남의 집 허드렛일 중이다. 이렇듯 서민층 딸들에게는 ‘놀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보인다. 서양의 그림에 등장하는 성장기 여자아이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 제3전시실 “놀이의 순간을 통해 본 ‘놀 권리’” 중에서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가 시각 예술가들의 창작의 화두라면 감상자의 화두는 이를 통해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떤 각도에서 볼 것인가다. 우리가 흔히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작품들에는 공통적으로 어느 시대의 감상자를 만나더라도 관찰과 성찰이 가능한, 즉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인류의 보편 가치가 담겨 있다. 천차만별인 미술의 기초적 이해나 미술 경험을 넘어 자신의 삶을 성찰하거나 오늘 여기의 인간 공동체를 둘러보게 하며 질문을 갖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수동적 수용보다는 능동적 접근이 필요한 일이다. 예술의 완성과 인생의 교과서 같은 작품은 감상자의 관찰자적 시선과 성찰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림 감상」과 「루브르 박물관의 살롱 카레」를 통해서 엄중한 질문을 갖게 된다. 나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제3전시실: “그림의 기만 혹은 해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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