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깜깜해지면 언제나 등불을 환하게 켜주던 그 사람이 이제 없다는 사실, 울고 싶을 때 다정하게 손 내밀어줄 그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없다는 사실, 참 두렵고 슬픈 사실입니다. 사랑의 시작은 분명히 인생의 아름다운 사건이지만, 사랑의 끝은 인생이 다하는 날까지 도무지 기록이 되지 않습니다. ‘끝났다’고 인식은 하면서도 가슴속에서는 끝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매일 그리운 사람 있기에〉 중에서
가장 위험한 생의 고비에서, 그리고 가장 기쁜 순간에 부르고 싶은 이름, 그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인생이 유격 훈련처럼 고단할 때, 링 위에서 싸우는 복서처럼 고독할 때, 혼자 불빛 하나 없는 밤길을 걸어가는 기분일 때 부르고 싶은 이름, 부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름, 부르면 힘을 얻게 되는 이름, 부르면 꿈이 생기는 이름, 부르면 더욱 그리워지는 이름, 그 이름을 목 놓아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고백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부르고 싶은 이름이 바로 당신이라고 -〈사랑한다면 표현하세요〉 중에서
어린 딸의 통통한 두 볼, 변성기가 된 아들의 걸걸한 목소리, 아버지의 시선, 어머니의 온기. 나를 선하게 만들고,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 말 한마디 없이, 기척도 없이 모두 해내는 사람…… 그 사람들이 내 든든한 배경입니다. 내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기꺼이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그 사람들이 있는 그 공간이 바로 집입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천국으로 가는 발걸음입니다. 외딴곳을 헤매는 우리는, 차가운 바람을 지나 마침내 따뜻한 등불이 켜진 그 오두막에 도착합니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중에서
혼자 잘난 맛에 살기도 하지만, 내가 잘나면 얼마나 잘나고 내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내가 신은 신발, 내가 입은 옷, 내가 듣는 음악…… 이 모든 것이 타인으로 인한 것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에 기대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돌아오기 위해 떠납니다〉 중에서
1등보다 꼴찌가 아름다운 이유,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정겨운 이유, 그 자리에 서면 ‘내게로 오는 사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서면 ‘내가 다가가야 할 마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1등보다 꼴등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모두 그 자리의 가치는 있는 거겠지요. 특히 인간적인 따뜻함은 언제나 중심의 자리에서 비켜난, 구석의 자리에 있는 듯합니다. -〈꼴찌의 철학〉 중에서
비바람이 치는 추운 길을 헤매다가 그 사람에게 갔을 때 그 사람 가슴에 켜놓은 난로의 온기로 따뜻해지던 기억…… 있으신지요? 차가운 세상사에 시달리다가 그 사람이 품은 난로의 온기에 기대어 따뜻해지던 그 기억은 고통을 이기는 연료가 되어줍니다. 그런데 내 가슴의 온도는 지금 과연 몇 도나 될까요?성능 좋은 난로처럼 따뜻할까요,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가울까요? -〈가슴의 온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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