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함께 하시라고? 그게 고작 당신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무릎꿇고 간청하는 사람에게 해준다는 말인가! 내가 하나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면, 벌써 교회에다 사기를 쳤을 거란 말이오!' 루크는 그녀의 뒤에다 대로 외쳤다. 카산드라는 뒤도 안 돌아보며 걸음만 재촉하고 있었다. '좋소!' 루크가 목에 힘줄을 세우며 거친 목소리로 하소연을 계속했다. '가시오. 당신이 그렇게 고고하고 잘났다며! 그러나 내 말 잘 들어요! 당신은 기껏 해봐야 가난뱅이와 결혼이랍시고 해서는 스커트 자락엔 배가 고파서 울부짖는 애새끼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게 될거요. 가 보시오. 내가 말리나!'
그의 말 그대로 카산드라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순가, 루크의 눈가에 눈물이 번지기 시작했다. '행운을 빌겠소! 좋은 남편 만나실 바라오. 난 그저 창녀의 사생아로 태어나서 사창가에서 자라나, 교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런 놈인지 모르지만, 이것만은 말하게 해주오! 당신이
천년을 산다 한들 당신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을 거요.'--- p.469
잘났다, 정말 잘났어.
니자막한 신음을 토해내며 그는 돌아서서 문짝에다 등을 기댔다. 그녀처럼 신뢰해주었던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살아오는 동안에 그는 내내 시시한 존재에 불과했다. 아이 때는 창녀의 천덕꾸러기로, 성인이 되어서는 그저 잔인한 속물로. 수년 전에 그는 방황을 끝내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루크 다가트는 부자가 되기를 꿈꾸었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창녀의 천덕꾸러기가 돌연 세상을 깔아뭉갤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다. 그는 이를 갈며 자신의 꿈에 무던히도 발길질을 해왔던 것이다.
마음속에 카산드라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맑은 눈이라니, 젠장. 그녀의 두 눈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너무나 푸르고 반짝이며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그를 바라볼 때면, 루크는 훌륭하고 용감하고 고상하고 친절한 사람이 된다. 창녀의 사생아가 아니라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느낌을 좋아했다. 무지하게. 바로 그것이 빌어벅을 문제였던 것이다.--- pp.206-207
오래 전 그 밤에, 결국은 어머니의 말을 따라 울먹미며 그 말을 해야만 했다. 연속되는 주문처럼 그는 그 말을 계속해야 했으며, 그의 육신은 고통으로 찢기우고, 그 말이 비명으로 바뀔 때까지 그의 작고 더러운 손은 침대바닥에 묶여 있어야만 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찢기고 피를 흘리는 채로 어둡고 냉랭하기만 한 홀의 한구석에 처박혀졌을 때, 그는 다시는 누구 앞에서라도 그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떤 것이다. 그것은 그가, 잘못 태어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하나의 약속이었다.--- p. 329
'당신을 나보다 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는 다시 한 번 숨을 삼켰다. 그가 그렇게 하기 어려워하는 한마디가 후두부에 걸린 듯했다.
'사랑하는......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캐시.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오. 아주 많이, 죽을 만큼 말이오.'
그가 막혔던 숨을 내뿜듯이 말했다. 순간, 카산드라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루크를 향해 날아가듯 달려들었다.--- p.470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