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리 집에 오기 전에 머리를 짧게 잘라달라고 하면 불쾌한 부탁이 될까요?’
저는 제가 잘못 들었나 했어요. 홈즈 씨, 지금 보시는 것처럼, 제 머리카락은 숱이 많은데다, 금발 안에 다소 독특한 밤색 빛이 돌잖아요? 예술적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걸 잘라버린다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안 되겠는데요.’ 제가 말했어요. 그 순간, 작은 눈으로 저를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던 그분 얼굴에 언뜻 실망스러운 기색이 스치더군요.
‘그건 꼭 따라주어야 하는 일인데요.’ 그가 말했어요. ‘그건 아내의 취향인데, 숙녀의 취향이란, 음, 그러니까 숙녀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머리를 자를 수 없겠소?’
‘네, 자를 수 없습니다.’ 전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이걸로 이야기는 끝내야겠군요. 그것만 아니면 다 마음에 드는데 안타깝게 됐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스토퍼 양, 당신의 기록부에 있는 젊은 아가씨들을 좀 더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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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었죠. 저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창가에 앉아서, 다시 배를 잡고 웃었어요. 러캐슬 씨의 우스운 이야기 레퍼토리는 끝이 없는 것 같더군요. 이야기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고요. 그러고 나서 제게 노란 표지의 소설책 한 권을 건네주더니, 제 의자를 살짝 옆으로 틀어서 책에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하고는 책을 소리내어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 10분쯤 읽었을까요? 이제부터야말로 재미있어지려는 대목인데, 러캐슬 씨가 갑자기 문장 중간에서 제가 읽는 것을 뚝 끊고는,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지 뭔가요.
홈즈 씨도 제 입장이 이해가 되시겠지만, 그런 이상한 연극을 벌이는 까닭이 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들 부부는 늘 제가 창문 쪽을 보지 않도록 제 얼굴을 거실 쪽으로 돌려놓기 위해 여간 애를 쓰는 게 아니었어요. 제 등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까, 뒤를 돌아보고 싶어서 온몸이 막 근질거리는 것 같더군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