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누스(Sextus Julius Africanus, 160?-240?)는 헬라어로 쓰여진 5권짜리 『연대기』(Chronographiai)를 주후 210년대에 완성했다. 그러나 이 책은 현재 남아있지 않고, 다른 연대기에서 인용된 단편들이 십여 페이지 분량으로 수집되어 있다. 테오필루스의 연대기 제작연대가 아프리카누스의 것보다 수십 년 빠르지만, 이런 사실은 11세기에 밝혀졌고, 또한 후세의 저명한 연대기자들이 아프리카누스의 연대기를 의존했기 때문에, 연대기의 시조는 아프리카누스가 차지했었다. --- p.23

콜룸부스는 천 년의 재림지연기를, 종말이 6천 년이 아니라 7천 년이라고 수정해서 만들어 냈다. 하지만 루터는 헬라어구약성경이 아니라 히브리어구약성경을 따라서 그리스도의 탄생년도를 5천 년대에서 4천 년대로 수정하는 방법으로 천 년의 재림지연기를 만들어 냈다. 르네상스인들은 콜럼버스식의 수정법보다 루터식의 수정법을 선호했던 것이다. 이렇게 임박할 것으로 믿었던 재림이 지연되자, 교회는 천년왕국을 새롭게 해석했다. 그래서 중세 교회가 믿은 주류 천년왕국신앙이 무천년주의다. --- p.70

그 중 가장 큰 파벌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SDA)는 17세의 엘런 하몬(결혼 후 화이트)이 계시를 받아 윌리엄 밀러의 시한부 종말론을 나름대로 재해석함으로 1863년경 세워졌다. 한국교회가 이 컬트 집단을 이단으로 단정하는 이유는 넘버스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님으로부터 직통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엘런 화이트가 이 집단에서 선지자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고, 그녀의 가르침이 이 집단의 모든 교리에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엘런 화이트는 환상 중에 일주간의 창조 현장뿐만 아니라 창세기 사건의 현장을 직접 보았다고 주장한다. --- p. 183

모리스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성경적 데이터를 배제하려 했고, 성경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화석기록과 같은 증거를 적극적으로 다루었다. 모리스의 전략이 ‘과학적 창조론’이라고 한다면, 이전의 창조론은 ‘성경적 창조론’이라고 칭할 수 있다. ‘성경적 창조론’에게 프라이스의 『새로운 지질학』이 교과서였다면, ‘과학적 창조론’에게는 『창세기 대홍수』가 교과서였다. 1971년 창조연구학회 저널을 통해 모리스는 이런 운동 전략을 소개했고, 1972년 창조연구학회 위원회는 ‘과학적 창조론’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사용할 것을 계몽했다. --- p. 243

명심할 것은 우리 모두에게 창조론과 종말론은 한묶음이란 사실이다. 한 신자에게 있어서 창세기를 해석하는 렌즈와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렌즈는 하나여야 하지, 다를 수 없다. 창세기는 세대주의적 렌즈로 해석하고, 요한계시록은 개혁주의적 렌즈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신학적 정신분열일 것이다. 나는 요한계시록을 개혁주의적 렌즈인 무천년설로 해석한다. 그래서 창세기를 세대주의적으로 해석하는 창조과학을 반대한다.

『창조과학과 세대주의』는 세대주의 종말론적 성경해석과 창조과학의 성경해석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치밀하게 밝혀냅니다. 게다가 신학적인 내용을 자세히 담았음에도, 탐정이 조사해나가듯 단서와 근거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속도감 있고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그래서 윤철민 목사님의 이 책과, 전작 『개혁신학 vs. 창조과학』은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저의 만화 『창조론 연대기』를 그려나갈 때도 너무나 귀중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했던 청년들과 한국교회 모든 성도 분들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김민석 (작가, 기독교 웹툰 『창조론 연대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