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물의 행동과 마음, 그걸 조종하는 뇌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곧장 ‘별자리’, ‘혈액형’ 같은 것으로 대변되는 ‘마음을 읽는 능력’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게 무조건 틀렸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이라는 건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이 책 『뇌과학으로 사회성 기르기』는 ‘사회성’을 만드는 뇌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고 일상적인 이야기에 담아낸 책입니다. 책 속에는 우리의 ‘사회성’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과 감정, 또 그것을 조종하는 뇌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회성’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 내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감정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여기 담긴 이야기들도 지극히 일상적이고,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행동, 느꼈을 법한 감정에 대한 것들이랍니다. 책을 보신 독자 여러분이 일상 속에서 친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하게 되는 행동,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뇌과학, 신경과학적으로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남동생이 하나 있는 대학생 호준이와 오랜 친구인 재민, 지영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에는 왜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일지, 또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라고 볼 수 있는 가족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협동이나 경쟁과 같은, 다른 사람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호준이와 재민이, 지영이는 독자 여러분의 가족, 친구들, 한 동네에 사는 가까운 이웃입니다. 사실, 어쩌면 여러분 자신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호준이, 재민이, 지영이가 되어 그들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며 이야기를 읽으면, 어느새 사회성에 대해, 그리고 우리를 ‘사회적 동물’로 만드는 뇌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열차가 달려오고 있다. 열차가 달려가는 방향에 다섯 사람이 서 있다. 나는 육교 위에서 그 상황을 보고 있는데, 내 옆에 서 있는 조수를 밀어 떨어뜨리면 열차를 막을 수도 있다. 한 사람을 희생시켜 여러 사람을 구하는 것과 고의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 중 무엇이 더 도덕적인 선택일까? 이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본다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옆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 역시 도덕적이라고 볼 수 없는 선택이며,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불러올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에 손상을 입어 죄책감, 희생에 대한 책임 같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뇌에 손상이 없는 사람에 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겠다는 선택을 내리는 비율이 더 높았다. 또 이들은 선택을 하는 데 있어 망설이는 시간도 훨씬 짧았다.”
“부끄러움, 수치심도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두 감정은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반드시 동반하는 ‘사회적 감정’으로 앞서 얘기한 기쁨, 슬픔, 분노, 혐오감, 공포와 같은 감정과 조금 다르다. 기쁨이나 슬픔, 분노, 혐오감, 공포심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꽃을 보면 기쁘고, 기르던 화분이 시들어 죽으면 슬프고, 화분을 잘 돌보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날 수도 있다. 또 화분에서 징그러운 무늬의 풀이 돋아난 걸 보면 혐오감이나 공포심이 들 수도 있다. 다섯 가지 감정을 느낄 동안 다른 사람의 개입은 전혀 없다. 반면,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은 타인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 반영된 감정이다. 죄책감이나 자부심 같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까? 아스퍼거증후군과 자폐 증세가 있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알려져왔다. 거짓말을 하려면, 나와 상대방이 각각 알고 있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아스퍼거증후군, 자폐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을 어느 정도까지, 어떤 의도로 속이느냐에 따라 거짓말을 하는 데 요구되는 사고 능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폐 증세가 있는 아이들과 정상 발달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본 연구에 따르면, 자폐 증세가 있는 아이들도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관찰한 거짓말이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