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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여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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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여행, 여행

: 풍경,사람, 기억에 관한 오키나와 여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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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44g | 148*210*20mm
ISBN13 9788997089505
ISBN10 899708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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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고현정
미스코리아 선을 시작으로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말숙, [모래시계]의 혜린, [봄날]의 정은과 [선덕여왕]의 미실, [대물]의 서혜림 등으로 기억되는 대한민국의 여배우. 2011년 [고현정의 결]이 출간된 후 3년 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프로필에 [미쓰Go]의 천수로, [고쇼(GO SHOW)]의 호스트, [여왕의 교실]의 마여진이 추가됐다. 그리고 2014년 크리스마스에 여행에세이를 통해 다시 책으로 GO했다.
40대를 겪는 여자이면서 지켜내야 할 것이 많은 여배우, 그래서 더욱 내면으로 깊이 방랑하는 여행가. 자신의 느낌과 의식에 집중해 불안감을 잠재우고, 스스로를 기다려주고 다독여 겨울의 혹독함을 이겨내며 인생의 진짜 봄을 맞이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제 그녀는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오키나와의 자연과 공간, 사람 속에서 자신의 사색이 담긴 시와 음악, 맛을 통해 새로운 여행(女幸, 여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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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물을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연잎이 물방울을 바로 바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아서 한꺼번에 와르르 좍 쏟는다는 기사를 읽고 흥미로웠다. 왜 그럴까? 한 번에 모아서 비우면 잎에 묻은 자질구레한 먼지나 포자, 세균이 물방울에 말끔히 씻겨 나가 깨끗해진 잎으로 광합성이 훨씬 잘 된다는 거다. 완벽하게 비우기 위해 연잎은 그 싫어하는 물을 안고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거다. 기왕 소진될 거라면 나도 물방울을 모아서 한 번에 확 쏟아내고 싶다. 끝까지 다.
-‘소진. 아주 사라져 다 없어져버리다‘ 중에서-

추위에 약한 풀들은 죽는 대신에 쉽게 얼지 않는 바싹 마른 씨앗을 남긴다고 했다. 여린 싹을 뿌리에 틔워 땅속에 깊게 박거나 나뭇잎을 겹겹이 포개 태양열과 땅의 열을 한껏 받게 한다. 마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 것. 나무와 풀에게 봄을 이기는 겨울이란 결코 없는 거다. 삶과 죽음을, 인생의 겨울을 나는 법을 늦은 가을에라도 깨달으니 다행인 건가.
-‘배은망덕하지 않으려면’ 중에서-

풍경과 사람, 둘 중에 좋은 것을 꼽으라 하면 난 사람이 있어서 풍경이 좋아진다고 말하겠다.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는 경치가 있으면 ‘한 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지만 딱 그 정도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그 풍경이 더 좋고, 사실 남들이 쳐주는 풍경은 아닌데 친한 사람과 얘기하면서 지나가면 그 풍경이 좋아진다. 누구랑 얘기하고 누구와 웃었는지, 그런 기억을 떠올릴 때 그 풍경이 함께 떠오르는 걸 보면 확실히 난 사람 쪽이다. 이제 호시즈나와 곤도이 해변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더 좋아질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별을 줍고 스카프를 날렸던 즐거웠던 기억 때문에.
-‘어린아이와 같이 즐겁고 싶다’ 중에서-

햇살이 비춘다. 따뜻하다. 흙이라는 것이 원래 따뜻해서 그걸 만지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는 건가? 산 중턱의 집에서 흙을 빚을 수 있음에 날마다 감사하며 산다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정말 어려운 거라는 걸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다 안다. 그럼에도 그럴 수 있는 건 이들이 정말 심지가 굳고 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척, 대충 모양만 흉내내는 사람들은 느낌으로 가려낼 수 있다. 애매한 것 없이 분명한 사람들. 그렇게 빛나는 영혼들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다 만나보고 다닐 수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척하는’ 사람들뿐이라면 우리는 꿈을 꿀 수 없다. 그리고 나도 연기를 계속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 사람들이 실제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니 나도 조금씩이라도 나다운 방식으로 뭔가를 계속 해도 된다는 격려를 받는다.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려봐야지.
-‘판단하려 마세요 가늠하려 마세요 내 맘이에요’ 중에서-

어른스러워져야겠다고 나 자신을 밀어 붙이면서 난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결혼. 진짜 어른들이 이루는 행복한 가정에의 동경, 그 가정의 울타리 안에 있을 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큰 안정감을 느꼈다. 맘껏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나도 한없는 사랑을 받는 완벽한 가족. 그래서 난 태양처럼 밝은 아빠의 웃음과 달빛처럼 편안한 엄마의 미소를 보이는 사람들에 약하다.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중에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뜨는 태양이지만 태양을 소유한 사람만이 매일 아침 달라지는 태양빛을 발견한다. 그리고 태양빛에 반사되는 자신의 감성과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람을 소유한 사람은 그 움직임에 따라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본다. 단순한 삶은 결코 없어서 초라한 삶이 아니다. 내면의 간소함으로 이루는 평온하면서도 용기 있는 삶이다. 어쩌면 그게 삶의 본질일지도.
-‘까다로웠던 입맛, 담담淡淡해지다’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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