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은 지적 허기를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탐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깊이 사귀지 못한다. 대체로 미식가들은 미적 감각, 예술적 탐닉, 지적 욕망도 강렬한 편이다. 하나의 요리에는 그 지역의 풍토와 문화, 관습과 역사가 배어 있고 심지어 과거 계급사회의 전통이 내포되어 있다.
정소영의 《맛, 그 지적 유혹》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통해 작가의 무의식, 인물들의 본능을 맛깔나게 해석해낸다. 다양한 문화이론과 풍부한 여행 경험을 통해 다져진 정소영의 지적 편력이 책 속에 묘사되는 요리 과정을 통해 담백하지만 도도하게 전달된다. 이 책은 맛에 대한 욕망을 미학적으로 진지하게 탐구함으로써 분석 대상이 된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은 지적 허기를 불러일으킨다.
- 김미도 (연극평론가,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백반집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한정식을 한 상 제대로 대접받은 기분”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소개하는 가벼운 책인 줄 알고 펼쳐 들었는데, 음식을 매개로 문학 작품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해주는 묵직한 책이었다. 간단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백반집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한정식을 한 상 제대로 대접받은 기분이랄까! 음식을 사랑하는 이든, 문학을 사랑하는 이든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전문기자)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는 차라리 ‘자기 배려’의 처음이자 마지막 길”
‘인류의 번영은 신학자의 섬세한 해석보다 오히려 식이요법에 달려 있다’(《이 사람을 보라Ecce Homo》)라며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는 육체를 경멸하고 정신만 영원하다는 생각에 젖어 있던 동시대인들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먹는 것이 우리를 구성하고 우리를 살게 하며, 결국 우리를 정의한다. 올림포스의 신들조차 암브로시아와 넥타르에 불멸성을 빚지고 있으며, 어려서 섭취했던 야생 동물의 골수 덕분에 아킬레우스는 육신의 힘은 물론 강건한 정신도 함께 유지할 수 있었다. 폐쇄된 창고에서 항생제로 길러진 닭고기나 냉동 라자냐를 먹고 자란 고대의 영웅이 없었듯 정크 푸드가 지배하는 현대인의 삶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처럼 주어지는 건강은 존재하지 않는다.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는 차라리‘자기 배려’의 처음이자 마지막 길은 아니었던가. 그리스인에게 먹는다는 것은 또한‘함께’먹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호메로스를 읽으면서 느꼈던, 진귀한 요리를 맛보고 포도주를 마시며 함께 존재하는 기쁨을 정소영의 책 《맛, 그 지적 유혹》을 읽으며 다시 발견한다. 동서양 현대문학의 거장들이 얼마나 자주 먹는 것으로 자신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평범한 장소를 자기만의 공간으로 만들었으며, 자기 삶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했는지 궁금하다면 정소영의 책을 지금 펼쳐보라.
- 조재룡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