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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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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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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02g | 120*188*15mm
ISBN13 9791162850466
ISBN10 1162850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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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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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난 후에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에 대해 사소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될 것 같다. 모래의 낱 알갱이가 구르는 일도, 한 번의 물결이 일어나는 일도, 한 자락의 바람이 동쪽으로 불어가는 일도 예사의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하는 동작은 미묘한 변화 이상을 만들어낸다.
마당을 쓸면 지구의 한 모서리가 말끔해진다. 꽃이 피어서 지구의 한구석이 곱고 환해진다. 속마음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 지구의 왼쪽 가슴이 설렌다. 우리들 내면의 토양에 시의 한 구절이, 시상詩想의 한 싹이 파릇파릇 새로 돋아나올 때 지구는 하나의 꽃밭처럼 산뜻해진다. 좋은 씨앗을 뿌리면 좋은 열매를 얻는다.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말 일이다.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해도 좋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 p.34~35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우리는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관계를 맺고, 교환하고, 협력하면서 살아간다. 기대어 살아간다. 몸이 의자에 편하게 기대듯이. 베개에 달콤한 잠이 기대듯이. 난초가 햇살이 쏟아지는 남쪽 창가에 기대듯이. 관계를 통해 말을 트고, 표정을 읽고, 감정과 의견을 나눈다. 단 둘의 관계에서 혹은 다수와의 관계에서 친밀감과 안정을 얻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보탬의 조건과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관계로부터 상처와 낙담과 이별을 받기도 한다.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은 “부서지기 쉬운 마음”이 서로 만나는 일이다. 언제라도 깨어져 여러 조각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흩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관계의 유지를 위해 좀 더 애쓰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을 처음 만난다는 것은 그의 일생을 상견相見하는 경험이다. 이미 지나간 때의 일과 생활과 지혜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지금 눈앞의 상황, 그리고 곧 꽃 필 미래의 시간이 한 사람과 더불어 함께 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와의 첫 만남은 놀랍도록 엄청나고 굉장한 일이다. 모든 이와의 세연世緣을 산처럼 굳게, 바다처럼 깊게 여겨서 살아가야겠다.
--- p.62~63

살았능가 살았능가
최승자

살았능가 살았능가
벽을 두드리는 소리
대답하라는 소리
살았능가 죽었능가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
대답하라는 소리만
살았능가 살았능가
삶은 무지근한 잠
오늘도 하늘의 시계는
흘러가지 않고 있네

생겨난 모든 소리는 생생하다. 바깥에서 오는 소리이든 내면에서 울려오는 소리이든. 두드리는 소리는 깨우는 소리이다. 질문하는 소리요, 응답하라는 요구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삶의 생기와 의욕과 진전을 증거를 들어 밝히라는 요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에 눌린 듯 무거운 잠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무기력하게, 꺾인 갈대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벽이 된 나의 몸과 마음을 두드리자. 그래서 얼음을 깨듯 나를 깨트리자. 눈보라 가듯 움직여가자. 삶이 무지근한 잠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이 그 속에 생화生花처럼 놓여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알프레드 드 뮈세는 “삶은 잠, 사랑은 그 꿈”이라고 노래했으니 말이다.
--- p.96~97

건들대봐
김형영

나뭇잎은 흥에 겨워
건들대는 거야.
천성이 그래,
사는 게 즐거운 거지.
바람 불면 바람과 함께
비 내리면 비와 함께
새들이 노래하면
새들의 날개에 얹혀
같이 날아보는 거야.
그런 게 즐거움 아니냐고
너도 건들대보라고,
죽기 전에 후회 없이
한번 건들대보라고.

건들대는 것은 몸과 마음에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일 테다. 언덕을 넘어서 오며 버드나무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가만가만 흔들어놓는 봄바람처럼. 조금은 들떠서 조금은 신이 나서 흥에 겨워 살아도 좋겠다. 바람이 저편으로 가면 바람을 따라서 가고, 비가 오면 빗방울처럼 수면 위를 뛰고, 새들이 울면 새들의 악보에 맞춰 노래를 하면서 살아도 좋겠다. 너무 무겁고 딱딱하게 살지 않고, 너무 심각하게 살지 않고. 살구꽃이 피는 일에도 신명이 들어 있고, 보리밭이 넘실넘실하는 일에도 신명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봄바람을 마신 새처럼 봄을 흥얼거리면서 살아도 좋겠다.
--- p.166~167

강아지풀에게 인사
나태주

혼자 노는 날
강아지풀한테 가 인사를 한다
안녕!
강아지풀이 사르르
꼬리를 흔든다
너도 혼자서 노는 거니?
다시 사르르

길가나 들에 흔하고 흔한 것이 강아지풀이다. 키가 꽤 작다. 잘고 보드라운 털을 코끝에 손바닥에 목덜미에 살짝 대면 살근살근 잘도 간질인다. 바람에 흔들릴 때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어 누군가를 반기는 것 같다. 아이들과 가장 친한 풀이다. 시인은 이 강아지풀에게 가서 말을 걸고 있다. 몸을 굽혀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맞추고 있다. 대수롭지 아니하다고 여길 만한 풀에게 인사를 한다. 심심하던 차에 함께 놀자고. 외톨이였으나 이제 서로 짝이 되자고. 꾸밈없는 순수한 마음이 쓴 시다.
이러한 마음이라면 누구와도 금세 사귀어 친해질 수 있고, 정이 깊게 들 것이다. 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중얼거리며 외워본다. 기쁨이 온다.
--- p.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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