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관료제에서는 “계산 가능한 규칙”이라는 두 번째 요소도 실제로 지배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근대 문화의 특성, 특히 기술적 및 경제적 하부 구조의 특성은 바로 이 결과의 “계산 가능성”을 요구한다. 완전히 발달한 관료제는 특수한 의미에서는 또한 “분노도 편견도 없이(sine ira ac studio)”라는 원칙하에 있다. 관료제가 “비인간화” 될수록, 다시 말해서 관료제의 미덕으로 찬양되는 특수한 성질이 완전하게 달성될수록, 관료제는 자본주의에 어울리는 특수한 성질을 더 완전하게 발전시킨다. 여기에서 관료제의 미덕이란 사랑, 미움, 일체의 순전히 개인적인 감정 요소, 일반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모든 비합리적인 감정 요소를 직무 처리에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동정, 호의, 은총, 감사에 의해 움직인 구질서의 지배자 대신에, 근대 문화는 - 바로 그 문화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될수록 그것을 지탱하는 외적 장치를 위해 - 그만큼 더 인정에 쏠리지 않으면서 엄격하게 “객관적인”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41쪽)
· 특수화된 전문 지식이 점점 더 관직 보유자들의 권력 위상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지배자”의 걱정은 일찍부터 어떻게 하면 이 전문 지식을 이용하면서도 그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지배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었다. 그러므로 행정 업무가 점점 더 질적으로 확대되고 이와 함께 전문 지식이 필수불가결한 것이 됨에 따라, 다음과 같은 현상이 매우 전형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 즉 지배자는 믿을 수 있는 몇몇 심복들과 그때그때마다 상의하거나 또는 상황이 어려울 때 그들을 이따금 회의에 소집해서는 더 이상 국정을 꾸려나갈 수 없어, 이제는 상설적으로 열리는 합의제적인 자문 및 의결 단체-“궁정외 고문관 회의”는 이에 이르는 특징적인 과도현상이다-로 둘러싸인다(국무 고문 회의, 추밀원, 최고 간부 회의, 내각, 의정부, 총리아문, 외무부 등). (75쪽)
· 관료제 행정은 지식에 의거한 지배를 의미한다. 이것은 관료제 행정을 특별히 합리적이게 하는 기본적인 성격이다. 관료제(또는 관료제를 이용하는 지배자)는 전문 지식을 통해 얻은 강력한 권력 위상을 넘어서서 직무 지식(업무 교류를 통해 얻었거나 “서류를 통해 안” 실무 지식)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증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직무상의 비밀”이라는 개념은 권력을 추구하는 이러한 경향에서 유래한다. 이 개념은 관료제에만 해당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별히 관료제적인 개념이다. “직무상의 비밀”이 전문 지식에 대해서 갖는 관계는 상업적인 경영 비밀이 기술적인 지식에 대해서 갖는 관계와 비교될 수 있다. (103~104쪽, 〈관료제의 행정 직원을 갖춘 합법적 지배〉)
· 오늘날 존재하는 사회주의 대중 정당, 따라서 사회 민주당과 정강 면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회주의의 특성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이 사회주의의 기초가 되는 문서는 1847년의 《공산당 선언》인데, 이것은 1848년 1월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의해 출간되어 유포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문서의 결정적인 명제들을 거부한다 해도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합니다만), 그것은 그 나름대로 제1급의 학문적인 업적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또 부정해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부정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양심의 가책 없이는 그러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거부하는 명제들에도 사상적 깊이와 독창성이 있는 오류가 있습니다. 이 오류는 정치적으로는 매우 상당하지만 아마도 항상 기분이 좋지는 않은 결과를 지녔습니다. 그렇지만 그 오류는 학문에서는 매우 유용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종종 이 결과는 진부한 정확성보다 더 유용합니다. (128쪽, 〈사회주의〉)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