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길이 있었다. 내게 그 길은 시시해보였다. 그래서 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 길을 걷다 보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미래가 불안해지고, 내가 믿었던 신념이 흔들리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불안해졌다. 그 모든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내가 시시하다고 말했던 그 길로 걸어 들어갔다.
안정적이었다. 인간관계도, 수익도, 삶의 패턴도.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그 안정감은 내게 권태를 가져다줬다. 새로울 것 없는 인간관계, 변화 없는 수익, 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하루 일과. 권태는 쌓이고 쌓여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나는 다시 불안을 택했다. 그리고 그토록 싫었던 권태를 택했고, 또 다시 불안을 택했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권태와 불안을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속는다. 불안하면 권태가 새로운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고, 권태로우면 불안이 새로운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결국 깨닫는 건, 나는 결국 이 불안과 권태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 p.1~2
실제 ‘나’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나’가 다를 때,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대로 실제의 ‘나’가 끌려다닐 때,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낀다. 반면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불행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로서 살 뿐. --- p.34
글을 쓰는 소방관, 주짓수를 하는 공무원, 격투기를 하는 인문학과 대학생. 내 주변엔 꿈에 ‘올인’하지 않고도 꿈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전, 소방관은 책을 출간해 작가가 됐고, 공무원은 주짓수 대회에서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격투기 선수를 꿈꾸던 인문학과 대학생은 현재 격투기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들은 생업에도 소홀하지 않고, 자신의 꿈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꼭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아도,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안정’과 ‘꿈’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다 잡을 수 있다고. --- p.65~66
작년 연말 밤, 녹초가 된 몸으로 택시를 탔다. 정신없이 졸다가 택시에서 내리는 내게, 기사 아저씨가 이렇게 말을 건넸다.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듣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에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새해도 파이팅하자는 그런 미래지향적인 말보다 훨씬 더.
아마 내가, 우리가 필요한 건 ‘새해에도 힘내자'는 버거운 말보다 '올 한 해 정말 수고했어’라는 작은 위로 아닐까. --- p.111~112
“생기있는 삶을 살아야 돼요”
오래 전, 한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다. 머리는 복잡하고, 시선은 흐리멍텅하고, 무엇 하나에 집중을 하지 못했던 나였다.
아이디어가 넘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들을 생각하던 예전과 달리 나는 썩은 동태였다. 생기있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그의 말에, 나는 퇴사를 했다.
통장에 80만원이 있었다. 의형제와 같은 형 생일 케잌 3만원이 아까울 정도로 금전적 여유가 없었다. 다급히 알바를 찾았고 늦은 나이에 내 신분은 알바생이 됐다.
근데 그의 말대로 생기를 되찾았다. 전에 하지 못하던 생각을 하게 되고, 잃었던 삶의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 나를 가만히 보더니 “생기있는 삶을 살아야 돼요.”라고 말해준 그 친구 덕에 나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를 그 친구가 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 “생기있는 삶을 살고 있네요.”라고 할까 아니면 “또 다시 생기를 잃었네요.”라고 할까. --- p.121~122
회사에 그저 ‘돈 벌러’ 다니는 사람들이 오히려 회사를 오래 다니더라. 그들은 회사에 기대 따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회사는 그저 '돈 벌러' 다니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도 자기가 받는만큼만 딱 하고, 그 외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자기가 받는 것 이상을 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회사에 거는 기대가 큰 사람은 금방 지치더라. 회사에서 내 자아를 실현하려다 무릎 꿇게 되고, 사내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려다 상처받게 되고,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다가 가로막히게 되고. 그런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이다보면 ‘나는 이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퇴사를 준비하게 된다.
입사하기 전엔 [지원 동기]란에 ‘돈 벌기 위해서요.’ 라고 쓸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입사했잖아? 그러니 최소한 [재직 동기]는 '돈 벌기 위해서 다녀요. 거, 당연한 거 아니요?'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가? 회사에 상처 받아 허둥대는 분들, 회사 그냥 돈 벌러 다녔으면 좋겠다. 크고 작은 상처 쌓여 늪에 빠지지 말고. --- p.171~172
주변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당신을 막 대하는 사람이 있나요? 하지만 가까운 사이라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나요?
착각하지 마세요. 그는 당신과 친해서, 당신이 편해서 당신을 막 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은 당신과의 관계를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하니까 막 대하는 거죠. ‘허물없이 대하는 것’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 p.182
상상해봐요. 값비싼 차를 타고 운전석에 앉아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핸들을 잡으면 어떻겠어요? 불안하지 않겠어요? 반면에 덜덜거리는 똥차를 타도 당신이 핸들만 꽉 잡고 있다면 최소한 불안하진 않잖아요?
인생을 차로 한 번 생각해봐요. 난 그 차의 핸들을, 당신이 꼭 잡고 갔으면 좋겠어요. 타인이 대신 잡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당신이 어떤 차를 타든 관심 없어요. 중요한 건 인생의 핸들을 당신 손에서 놓지 않는 거예요. 그거 하나면 돼요.
---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