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희현: 내가 80년대 후반에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촌지 안 받기나 비리 없애는 자정운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데 있어 학생을 주체로 생각하자였습니다. 그러니까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생각하려면, 지금까지 일제시대의 잔재로 남아 있는 교육제도나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성환 학생이 말한 이야기를 하기엔 시대가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오래도록 사람들 몸과 마음에 체화 되어버린 탓인지 완전히 배척하기만은 힘든 것들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아침 조회 같은 것?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아침 조회를 합니까?
문성환: 네, 해요.
구희현: 내가 있는 학교에서는 이미 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없어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교복을 보면, 예전 전두환 시절에도 교복 자율화가 있었는데 사복들 입고 다니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학교별로 다시 교복을 입게 된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교복의 스타일이나 색상, 착용여부에 대해서는 학교 구성원인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이, 교사는 좀 뒤로 빠지고 두 주체가 학교별로 합의를 해서 결정하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어야 한다. 안 입어야 한다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율성입니다. 재량이고, 그것이 다양성이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조사를 해보니 의외로 교복을 입자고 하는 의견이 더 많긴 합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친구들은 교복 입기를 싫어하는 쪽인가요?
문성환: 투표하면 교복입자는 의견도 많은 것이 사실이긴 해요.
구희현: 두발자율화 문제도 그렇습니다. 내가 학생회나 학생자치 일 하면서 경험해봤는데, 의외로 두발자율화를 반대하고, 또 염색하는 걸 반대하더군요.
문성환: 네, 맞아요. 제가 중학교 때 그때 선생님들이 좀 젊으신, 진보적인 선생님들이 많으셨어요. 학생회의를 하는 중에 규제를 다 없애자 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오히려 애들이 나서서 반대를 하더라구요.
구희현: 교실에서 수업이나 학생들의 교육을 통해서 다양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말 획일화된, 고착된 옛 모습들을 떨치고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p.39-40
구희현: 루소는 18세기 프랑스의 교육론자 이자 철학자, 사상가 인데, 그가 쓴 책 중에서 소설형식의 교육이론서인 《에밀》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은 권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에 있다’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루소 역시 당시 교육이 안고 있었던 수많은 문제 들을 뛰어 넘으려 했던 것이었는데, 그 때문에 핍박을 당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요. 내가 갑자기 루소의 《에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유’야 말로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학교에 안 와도 수업이 가능한, 하드웨어가 없는 방향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고, 교과서도 디지털의 형태가 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체험학습이라는 말보다는 소풍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하는데, 이럴 때 일수록 학교 내의 체험학습, 축제나, 체육활동 등이 오히려 늘어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활동들이 어느 학교든 공정하게 보장되는 교육과정으로 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수업도 줄어들고 말이죠. 그래서 학생들을 입시교육 중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해주고, 정신건강도 증진시켜주는 중요한 창구역할도 되어 주고 이를 통해서 암기 위주의 교육보다도 스스로 창의력을 만들어 내고 함께 더불어서 협동하는 것, 협력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키우도록 말입니다. 어차피 4차 산업이라는 것이 사실 사람 간의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런 방향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교육과정 역시 이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고요. 이러한 것들이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과도한 입시교육, 경쟁교육, 경쟁사회의 폐단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 아니 전 사회 모두가 빠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겁니다. 진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 p.6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