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골프 유머를 바탕으로 신문이나 문예지나 잡지 등에 이미 발표한 작품들을 모아『오늘 골프 어때?』,『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에 이어 세 번째 책을 냅니다.
앞선 두 책은 독자들의 사랑을 분에 넘치게 많이 받았습니다. 보내주신 팬레터에 미처 답장을 못 드린 독자들께 먼저 용서를 빌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열아홉 번째 그린』이 나오기까지 너무 뜸을 들여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아울러 올립니다.
골프란 실제의 라운드도 즐겁지만,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골프라운드를 할 수 없는 겨울철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골프에 관한 책을 읽거나 가본 적이 없는 골프장의 아름다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서 홀로 골프 하는 자신을 그려보는 일명 ‘안락의자 골프’입니다.
추워서 더워서 천둥번개가 쳐서, 혹은 어떠한 이유로도 마음은 푸른 초원에 있으나 라운드를 할 수 없는 날, 내일의 라운드를 기대하거나 어제의 라운드를 반추하고 싶은 골퍼를 위하여, 행복하고 즐거운 안락의자 골프를 위하여 이 글을 썼습니다.
골프가 무엇이기에 다들 왜 그다지도 열광하는지 알고 싶은 초보골퍼를 위한 글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가족을 비롯한 골프동호회 회원,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단 한 번의 골프라운드를 나눈 골퍼, 친척, 친지, 친구들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등장인물들을 결혼식 주례사의 신랑이나 신부처럼 멋지게 묘사를 해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진실로 미안합니다.
푸른 잔디 위에서 꼭 다시 만나서 원은을 풀고 싶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짜릿한 정타의 희열이 있음으로써 골프가 존재한다. 그 찰나를 맛보려고 골퍼는 인고한다. 정확한 방향성과 거리의 극대화를 가져다주는 정타의 고지를 향한 염원으로 골퍼는 성숙한다. 정타만이 원하는 대로 공을 멀리 정확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는, 정타의 오르가슴을 위한 가없는 정진이다.
내가 자주 가는 골프장 그늘집의 처마 끝에는 청아하게 울리는 풍경이 달려있다. 나는 그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천상의 음악소리를 낼 때면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머리가 명징하게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 마음에 새겼던 기도를 다시 올린다.
운에 기대지 않는, 핑계 대지 않는, 캐디를 탓하지 않는, 자성하며 공부하는 골퍼가 되게 하소서. 동반자가 샷 하는 동안 정숙하게 침묵하는, 디봇 자국을 항상 보수하는, 벙커에 남긴 흔적을 고무래로 잘 지우는, 룰과 에티켓이 몸에 배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스스로 우러나는 골퍼가 되게 하소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