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치고 건강하지 않은 길이 없다.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희망 없는, 희망을 배태하지 않은 길이 없다. 소외와 고립의 길도 희망을 전제로 하며, 아무리 슬프고, 애잔하고, 아득한 길이라도 건강한 내일의 희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 p. 6
길이 그립다고 하는 것은 상실과 복원의 동시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며, 길이 그리움으로 열린다고 하는 것은 참혹함이 곧바로 내일의 건강함과 맞닿고 있다는 것이다. 길을 가고 길을 되돌아보는 것은 흘러간 시간에 대한 애무지만 결국 삶에 대한 애무이고, 그것도 곧 과거가 될 현대적 삶에 대한 애무이다. --- p. 6
홀로 걷고 싶은 길이란 물리적으로 ‘혼자'임을 상정하면서 동시에 내게로 떠나는, 내 안을 향한 안쪽으로의 여행이다. 나를 찾고 나를 알고 나를 의식하면서 나를 만나는 나를 향한 길이다. --- p. 13
인생이나 여행이나 아무나, 누구나 길을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는 사람, 길을 나서는 순간 좌표와 방향이 분명이 선 사람만이 길을 나설 수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길일지라도 가야 할 길이 분명한 사람은 그래서 행복하다. 단 한 번뿐인 인생으로부터 길을 나서는 순간 상상계의 삶이 시작된다. 삶은 행복하고 희망의 무지개는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