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땀을 삐질하게 흘리면서 남자친구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여자친구가 “확실히 잘 부르기는 하지만 내 친구 은정이 오빠만큼은 아닌데”라는 진실을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방금 전에 싸웠거나 곧 싸우게 될지 모른다. “우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노래를 잘해”라는 정도의 중간 사이즈의 과장법이나, “이승철보다 더 잘 불러”라는 빅 사이즈의 과장법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잘해”라는 과장법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과장 같기는 하지만 듣는 남자친구의 입장에서는 ‘혹시 진짜일지도 몰라’ 하는 허영심이 생길 법한 말이다. 물론 “이승철보다 잘 불러”는 분명한 과장이며, 듣는 사람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이라? 그것이 허풍임을 알아챌 것이다.
허풍임을 안다고 해서 그 말을 듣는 남자가 여자에게 악감정이 들까? “아니 너는 대체 이승철과 나를 비교하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라고 말이다. 아마도 이런 남자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만일 있다면 그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지금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김태희보다 더 예뻐!] 중에서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장점이다. 부모로서 칭찬을 해주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떻게 보아도 공부를 잘한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을 가진 아이에게 ＇공부를 잘한다＇는 칭찬은 모욕이다. 부모의 바람을 투사해서 존재하지 않는 장점을 만들어 칭찬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런 거짓말도 물론 듣는 순간 이것이 거짓말임을 알게 되지만, ＇김태희보다 더 예뻐＇와는 다른 반응을 얻게 된다. 부모나 교사와 같이 권력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이런 식의 거짓말은 듣는 이에게 강압이며 언어적인 폭력이 되기 쉽다.
당신의 자녀가 지금보다 더 성실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는가? 여자친구가 더 날씬했으면, 혹은 남자친구가 술과 담배와 경마를 멀리했으면 좋겠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바라는 그 방향으로 조그만 장점을 찾아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골초 남자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지나가던 유모차를 피해서 담배를 피웠다면 아끼지 말고 그의 배려를 칭찬하라. 그 작은 씨앗이 발아되어 싹이 나고 잎이 되어 결국은 흡연량을 크게 줄이거나 금연을 할 수 있도록 정성스레 가꿔라. 다만 명심할 점은 흡연량을 줄이는 것도, 금연을 하는 것도 모두 남자친구의 일이라는 점이다. 농부는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결국 성장하는 것은 벼의 몫이다. 씨앗을 가진 땅에 물을 주어야 싹이 튼다. 싹이 튼 땅에 영양분을 주어야 튼튼히 자란다. 씨앗도 없는 땅에 물과 비료를 부으면 땅은 썩는다.
-[삶이 풍요로워지는 거짓말] 중에서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은 상대당인 민주당의 선거운동본부가 위치한 워터게이트(Watergate) 호텔 객실에 도청장치를 했다가 들키고 말았다. 전직 CIA직원을 포함한 요원 5명이 도청장치를 재설치하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닉슨은 줄곧 그들과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와중에도 닉슨은 CIA에게 지시하여 FBI의 수사를 방해하도록 지시했으며, 그 논의과정이 녹음되어 후일 일반에 공개되었다. 의회의 청문회가 열리고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청문회의 명령에도 18분가량의 중요 내용을 삭제하고 제출하는 등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은폐시도가 있었다. 결국 닉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을 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다.
빌 클린턴(William Jefferson Clinton)은 1946년생으로 46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의 제 42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젊고 신선한 이미지의 정치 신인이었던 그의 당선은 당시로서는 매우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다. 그는 워터게이트에서 이름을 따온 지퍼게이트 혹은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불리는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 탄핵 직전까지 갔으나, 닉슨처럼 정치생명의 종말을 맞는 비극은 겪지 않았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언론에서 보도되었을 때, 그는 “나는 그 여자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는 유명한 거짓말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의 인턴직원이었던 르윈스키와 성행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클린턴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닉슨은 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을까? 도청에 대한 거짓말이 섹스 스캔들에 대한 거짓말보다 더 위중했기 때문일까?
-[공인의 거짓말에 대한 대중의 용서] 중에서

신문과 방송에서 전문가로 소개된 사람이 이렇게 대답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에 대한 대답은 딱히 뭐라고 특정할 수 없습니다. 워낙 비슷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의 자료나 증거, 현상만을 가지고는 단정지을 수 없겠습니다”라고 했다고 가정하자. 분명히 그 전문가의 답변은 방송에 나가지 못하거나, 그 이후에 섭외의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시청자나 청취자나 신문의 독자는 -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은 우리 모두는 ‘호감 있는 외모를 지닌 사람이 확신에 찬 음성으로 단순명료하게 상황을 분석’해주기를 원한다. 비관적이 아닌 긍정적인 결론을 더 선호하며 길지 않게 짧고 쉬운 설명을 들으면서, ‘그래 이런 사람이 바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가장 짭짤한 거짓말쟁이는 바로 ‘전문가’] 중에서

지나간 일을 해설하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21세기에는 이런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일은 사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인 점쟁이의 역할이었다. 나라와 문명을 막론하고 주술사, 점쟁이, 사제 혹은 종교인으로서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이제 21세기에 점쟁이들은 케이블 증권프로그?에 나와서 주식의 미래를 단언하고, 개별 주식가격에 대해서 조언을 한다. 또한 누군가는 부동산과 아파트의 가격을 급상승의 이유를 설명하고,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수많은 상품과 주식과 채권의 가격을 예측하고, 그에 맞추어 당신이 평생 모은 노후자금이나 결혼자금을 여기에 투자하라 혹은 하지 마라 하면서 조언하고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그들에게 사람들은 고맙다며 돈을 지불하기까지 한다. 미래에 닥칠 불투명한 일을 예측해준다는 이유로 말이다.
-[과거를 해설하고, 미래를 판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