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상황 정리 능력이 뛰어나군.” 엎드려 있던 마야가 단번에 자세를 바로 했다. “먼저 취한 척하신 건 팀장님입니다.” “뭐, 어쨌든 둘 다 미련 없으니 됐어.” “왜 져주신 겁니까? 이기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을 텐데요.”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얻을 자신 있으니까.” “그럼, 그런 조건을 내놓을 때부터 이길 생각이 없었단 말입니까?” “떠밀려서 하는 게임도, 회식도 어지간히 싫어하는 것 같아서, 일찍 보내주려고.” “머리가 좋으시군요. 하지만 애초에 그런 조건 걸지 않았어도 게임을 계속 하진 않았을 겁니다.” “일부러 질 생각을 했단 말인가?” “필요하다면요.” “그럼 내가 어떤 조건을 걸어도 수락할 각오가 됐었단 말인가?” “그랬을 겁니다.” “오늘 밤 같이 보내자 해도?” “네.” “어째서? 어째서 망설임도 없이 그런 대답이 나오지?” “1년 안에 결혼하실 분이 그런 짓을 할 리 없으니까요.” “남자를 모르는군.” “압니다.” “그래?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해?” “팀장님은 제 도움이 필요한 분이지 제 몸이 필요한 분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날 돕겠단 말인가?” “네.” “상관하고 싶지 않다면서?” “원하는 것이 떠올라서요.” “뭡니까?” 중하는 그동안의 반말을 싹 지우고 정중히 물었다. “제가 팀장님의 결혼을 도와드리는 대신 팀장님은 제 승진을 약속해 주십시오.” “뭘 잘못 알았나 본데 나한텐 인사권이 없습니다.” “팀장님께 승진을 시켜 달라는 게 아니라 승진할 수 있도록 코치를 해달라는 말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군요.” “그 나이에 그 자리에 오른다는 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겠지요. 그걸 가르쳐 주십시오.” “서른다섯에 기획팀장이면 특별하지. 하지만 난 처음부터 과장으로 스카우트된 거니까 특별 케이스지. 내가 좀 출중하거든, 능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