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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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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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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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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금빛나
한국인 최초의 인도고전무용 오디시 무용수.
서강대학교에서 불문학·종교학·철학을 전공하며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인도 영화 속 춤에 강렬하게 매료된다. 3년쯤 후 그 춤이 인도고전무용의 하나인 ‘오디시(Odiss)’임을 알게 되었을 때, 무작정 인도 오리사(Odisha)로 떠나 오디시의 거장 구루 겅가더러 쁘러단의 제자가 된다. 그리고 드디어 오디시를 시작한 지 만 5년 만인 2010년 2월 인도에서 오디시 무용수로서 인정받는 공식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공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2011~2012 차세대예술인력지원 부문에 선정되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도에서 살며 공부와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www.artbeena.net
artbee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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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생에서 진정 뭘 원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모른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 당장 원하는 건 뭐지? 지금 당장 말이다!
그러자 마음 한쪽에 접어두었던 페이지가 스르르 펼쳐지며 ‘인도… 인도… 인도…’ 하고 크레셴도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인도에 가야 해. 그래, 인도에 가야 해. 꼭 가야 해! 그것 하나는 정말 확실하잖아! 흙 속에 묻혀 있던 눈과 귀가 다시 서서히 반짝이기 시작했다. ---pp.18~19

분명 그러했다. 설혹 잘못 내려진 결정이라 해도, 사실 그것은 멀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목적지와 이어진 길 위에 있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거장이었다. 그 모든 것이 내 길이었다. 내 길이란 멀리 뚝 떨어져 어딘가에 홀로 존재하지 않았다. 스리랑카의 불교학에서 인도의 힌두무용까지, 아니 그 이전부터 그 이후까지 모두가 연결되고 서로 디딤돌이 되어 내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만 어떤 시기에 도달하여 나를 절실히 부르는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될 때, 또 하나의 새로운 변주의 길이 시작되는 것일 뿐이다. ---p.27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는 경험은 분명, 또 다른 나, 좀 더 깊숙한 곳의 나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단절로 인해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다가오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신기하고 재미있으며 흥미로울 수도 있다. 혹여 아픔을 겪는다 해도 피해 가고 싶지는 않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을 테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단, 어떤 아픔이든 그것을 마냥 아픔으로만 받아들이지 말 것. 아파하고 있음을 인식할 것. 그 속에 함몰되지 말 것. ---p.63

「까머수뜨러」를 처음 본 지 십 년이 지났다.
어느덧 영화 속 춤은 나의 것, 나의 현실이 되었다. 영화 속 춤은 이제 내 몸에서 표현된다. 비디오를 돌려가며 수없이 따라 해보아도 턱없이 어설프기만 하던 그 동작이 물결처럼 우아한 움직임으로 내 눈과 손과 가슴과 발을 타고 파도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타악기를 연주하던 그 연주가와 실제로 만나 그의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제 춤의 주인공은 여배우가 아닌 나다. ---p.118

인생이란 이런 것일까?
한창 살아가고 있을 때는 일도 많고, 탈도 많고, 이유도 많고, 욕심도 많아, 차라리 확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전개되고 있는 삶은 끝까지 살아내야 하는가 보다. 그것을 완수해냈을 때는 그것이 실수투성이든 대만족이든 희로애락의 그 모든 색깔을 넘어서 불현듯 투명해지기에… ---p.186

사람들은 나를 보며 헷갈려한다. 흔히 보아온 옷차림이 아니기에 일단 충격적이고, 얼굴은 한국인인데 차림새는 인도인인 것 같아 이상하며, 뭐 하는 사람이기에 왜 저렇게 하고 다니는 것인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사리를 입는 나의 일상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일순 흥미롭고 궁금하게 흔들어놓는 일이 즐겁다. ---p.283

『달·비·잠』의 머리말 중에서…

나는 나를 찾고 싶었다.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진저리치게 만들었다. 답답한 나를 깨뜨리고 싶었다. 나를 발산하고, 나를 표현할, 나만의 방식을 찾고 싶었다. 그 절실함으로 나는 두려움을 몰랐다.
모든 것이 있다면 다 있고, 아무것도 없다면 다 없는, 이 헷갈리는 세상에서 내가 나를 알기 위해 따라간 것은 ‘어느 날 문득’이었다. 그것이 가장 순수하고, 가장 정열적이며, 가장 날것인 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인도로 떠났다. 인도고전무용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 누구도 아닌, 나의 팬이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깨지는 것을 피하고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미 만들어진 울타리 안에서 점점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다시금 몸서리가 쳐졌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도와 한국의 생활 속에서 마주쳤던 소중한 ‘어느 날 문득’들을 다시 하나씩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적고, 나를 읽으며, 나는 다시 생기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빛을 찾을 수 있었다.
내면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적지 않은 망설임이 있었다. 그러나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과 ‘나’를 함께 나누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 우리 각자의 작은 이야기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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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고귀한 것은 현실적 욕망의 울타리를 넘어 삶을 완성하려는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금빛나의 『달·비·잠』은 서른 즈음의 처자가 먼 이국땅에서 온몸으로 찾아가는 꿈의 궤적이며, 그녀의 이름처럼 빛나는 방황과 도전의 기록이다. 많은 사람들이 짐짓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존재와 자아에 대한 탐구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녀의 용기와 앞으로도 이어질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문정희 (시인, 동국대 석좌교수)
금빛나는 이 세상에 떠다니는 ‘달의 한 조각이다’. 몸을 통해 나를 찾기 위해, 거룩한 황홀경의 세계를 춤으로 만나기 위해, 순수와 열정과 용기로 마음을 노래하는 구도자다. 그녀의 진솔하고 진지하고 세밀한 마음 묘사는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모험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젊은 춤꾼의 초상을 읽으며, 금빛나를 만나며 마음에 달빛 가득한 오솔길 하나가 생겼다. 그 오솔길 위에서, 나는 나의 지나간 청춘을 만나 실컷, 울어보고도 싶어졌다. 달빛에 젖은 눈물길을 구부려, 나를 찾아 떠나고 싶은 나에게 팔찌로 채워주고도 싶어졌다.
함민복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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