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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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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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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692g | 140*210*35mm
ISBN13 9788954649919
ISBN10 895464991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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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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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태초에는 항상 빛이 있는 걸까? 도리고 에번스에게 최초의 기억은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앉아 있던 교회 안으로 햇빛이 쏟아지던 모습이었다. 나무로 지은 교회. 눈부신 빛. 자신을 반기는 그 초월적인 빛 속을 아장아장 들락거리다가 여자들의 품에 안기던 자신. 그를 사랑하던 여자들. 바다에 들어갔다가 해변으로 돌아오는 것과 비슷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p.13

행복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없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과거만 있다. 노인이 된 뒤 도리고 에번스는 이것이 어디서 읽은 말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만들어냈다가, 이것저것 뒤섞었다가, 다시 부숴버렸나? 가차없이? 바위가 자갈이 되고, 자갈이 흙이 되고, 흙이 진흙이 되고, 진흙이 바위가 되는 식으로 세상은 굴러간다. 그가 세상이 왜 이러저러한 모습인지 설명해달라고 다그칠 때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 그대로다. 세상은 그냥 그런 거야. 원래 그래, 아들.--- p.15

그는 이상한 데서 놀라움을 느꼈다. 돌로 지어진 그들의 집. 그들이 사용하는 식기의 무게.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무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눈. 그는 가족들을 사랑했지만,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았다. 식구들이 가장 잘한 일은 살아남은 것이었다. 그것이 어떤 업적인지 그가 제대로 알아보기까지는 평생이 걸렸다.--- p.27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전쟁영웅이 된 것을 그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유명한 외과의였으며, 세월과 비극의 대중적인 상징이었고, 전기와 연극과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었다. 숭배의 대상, 위인전의 대상, 아첨의 대상이었다. 자신의 외모 중 일부, 그리고 습관과 과거사 중에 그 전쟁영웅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가 아니었다.--- p.32

어떡해.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을 정말 원해.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꼴사납게 보일 정도로 저 사람을 원해. 자신이 수치도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고, 마음속에 못된 생각이 들어찬 것 같고, 온 세상이 그녀에게 벌을 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다른 생각에 밀려났다. 수치심도 모르고 못된 내 심장이 온 세상 사람들보다 더 용감해. 순간적으로 자신이 맞서서 물리치지 못할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이것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임을 알면서도 그녀는 더욱더 들뜨고 용감해졌다.--- p.167

에이미에게 사랑은 우주에 닿는 것, 한 사람 안에서 폭발하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우주 안으로 폭발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세상을 파괴하는 멸절이었다.--- p.202

라인은 비와 햇빛을 환영했다. 많은 사람들이 묻힌 묘지의 머리뼈와 넙다리뼈와 부러진 곡괭이 자루 사이에서 씨앗이 싹을 틔우고, 레일을 고정하는 대못과 빗장뼈 옆에서 나란히 덩굴손이 자라나서 티크 침목과 정강이뼈, 어깨뼈, 등뼈, 종아리뼈, 넓다리뼈 주위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p.374

지진이 끝날 때가 가까워지면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알아요? 사토가 물었다. 저물어가는 햇빛 속에서 그의 지친 얼굴이 점점 어둑해졌다. 그가 말을 이었다. 땅의 정신없는 흔들림이 멈추면, 모든 것이, 그러니까 벽에 걸린 그림, 거울, 창문, 고리에 걸어둔 열쇠 등 모든 것이 부르르 떨면서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밖에서는 당신이 친숙하게 알던 모든 것이 영원히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고요.
그거야 당연하죠. 나카무라가 말했다.
마치 세상이 그 어렴풋한 소리를 내는 것 같죠?
맞습니다. 나카무라가 말했다.
해부실 천칭의 스테인리스 접시가 미국인의 심장 때문에 떨릴 때가 꼭 그랬습니다. 마치 세상이 떠는 것 같았어요.--- p.438

기운이 다 빠져버린 공허가 그를 에워쌌다. 뚫을 수 없는 공허가 사교성 좋기로 유명한 이 남자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벌써 다른 세상에 가서 살고 있는 듯했다. 한없는 꿈 또는 끝나지 않는 악몽을 풀었다 되감기를 영원히 반복하면서. 꿈과 악몽 중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거기서 영원히 탈출할 수 없을 터였다. 그는 다시 불을 켤 수 없게 된 등대였다.--- p.483

그는 사흘 동안 사경을 헤매며 평생 가장 놀라운 꿈에 사로잡혔다. 빛이 흘러넘치는 교회에 그가 에이미와 함께 앉아 있었다. 눈이 멀 것같이 밝고 아름다운 빛이었다…… 그동안 온 나라는 미리 그를 애도할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청년들의 타락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전 세대의 숭고한 영웅들과 지금 세대의 비열하고 살인적인 범죄성을 비교했다. 정작 그는 자신의 삶이 이제 막 시작했음을 깨닫고 기가 막혔다. 이미 오래전에 깨끗이 개간된 멀고 먼 티크 정글에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시암이라는 나라에서, 더이상 살아 있지 않은 남자가 마침내 잠들었다.
--- p.528~52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몇 해간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맨부커 상을 받았지만, 올해 수상작은 걸작이다. 이 책은 전쟁소설이라기보다는 사람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격조 높고 강렬한 문장으로 써내려간 최고의 소설. 리처드 플래너건은 이 책을 쓰려고 태어난 게 아닐까. 이제 이 책은 세계문학의 카논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A. C. 그레일링(2014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

리처드 플래너건은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를 썼다! ―앨런 츄스(미국공영방송라디오 해설가, 작가)

애정과 사랑이 어우러진 한 편의 교향악이자, 깊이 있고 폭넓은 삶을 포착해낸 감동적이고 강렬한 이 작품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가디언

이 책의 주인공 도리고 에번스는 현대판 율리시스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제 꿈을 좇는. ―위마니테

기억, 트라우마, 공감에 관해 유연한 숙고로 이끄는, 수정같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서사시이자 진정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 ―퍼블리셔스 위클리

다시 읽어봐도 이 소설은 더없이 신중하고 아름답게 축조된 눈부신 작품이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매혹적인 이 소설은 세계 최정상의 작가가 쓴 전쟁소설의 고전이다. 코맥 매카시 『더 로드』 이후로 이처럼 날 뒤흔들어놓은 작품은 없다. ―론 찰스(워싱턴 포스트)

정교하고 치밀하게 멜로드라마 같지 않은 어조로 격조 있게 그려낸 작품, 플래너건의 소설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휴머니티와 그 의의를 지켜내는 데 있어 빠지면 안 될 감동적인 소설. ―시애틀 타임스

수려한 서사로 엄청난 감정을 뒤흔드는, 비상한 작품성을 지닌 소설. 이제 고전의 반열에 들어섰다. ―옵서버

그 누구도 감히 이런 결실을 내놓지 못할, 비교 불가의 작품. ―오스트레일리안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아름다운 소설. ―선데이 타임스(런던)

리처드 플래너건은 이 책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 ―이코노미스트

호메로스 같다고 해야 할까. 플래너건의 언어감각, 역사의 밑바닥을 흐르는 끝없는 불온성, 섬세한 묘사력은 그의 소설을 따로 떼놓고 보게 한다. 이 책에서 잘못 친 음이라곤 없다. ―아이리시 타임스

이 책에 반했다. 그저 훌륭한 소설이라서가 아니라, 끔찍한 것을 바라볼 줄 아는 힘과 거기서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낼 줄 아는 힘을 지닌 귀한 책이란 점에서. 모두 꼭 읽어보기를! ―에비 와일드(영국 소설가)

잊지 못할 전쟁시의 인간을 그린 소설. ―타임스(런던)

압도적이다. 플래너건이 이 책을 다 쓴 날 그의 아버지는 죽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써낸 것을 분명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인디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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