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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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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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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2쪽 | 568g | 153*224*30mm
ISBN13 9788958720188
ISBN10 895872018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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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쉽게 철학하기 재미있게 영화보기,『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신필립(aska1206@yes24.com)
철학 이야기를 하는 영화 책? 영화 이야기를 하는 철학 책?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라는 제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영화라는 소재를 가지고 철학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즉, 저자는 영화에서 철학을 읽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은 철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영화를 떠나서는 재미가 없다. 철학에 초점을 두지만 영화에는 방점을 찍으면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자. 많은 영화평들이 철학에 의존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나오는 많은 영화잡지의 글을 보면 아리스토텔레스, 푸코, 프로이트, 들뢰즈, 가타리 등의 이름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거처럼 이 책도 미장센의 예술적 구성이나 서사구조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철학의 잣대로 영화를 들여다본다. 흔한 방법이라고 하면 흔한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의 말하기 방식이 바로 그 이유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려운 철학적 언어와 도상학적 해석을 동반한 이미지. 이 둘의 결합을 아주 쉽게 풀이하면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이 까다로운 작업을 저자는 탁월히 해냈고 일반독자도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철학적 영화읽기에 빠져들 수 있다.

<트루먼쇼>에서 들뢰즈의 '유목민'을, <슈렉>에서 칸트의 '숭고함'을, <동사서독>에서 베르그송의 '심층자아'를, <매트릭스>에서 샤르트르의 '실존적 인간'을, <피아노>에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와 존재'를, <와호장룡>에서 장자의 '무위'를, <간장선생>에서 수잔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친절한 금자씨>에서 들뢰즈의 '기계되기'등 총 29편의 영화를 다루면서 많은 철학사상을 설명한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작업 속을 들여다 보자.

내가 가장 공감했고, 탁월했다고 생각했던 영화 분석인 <디 아더스(The Others)>를 예로 살펴보자. <디 아더스>는 반전으로 유명했던 영화이다. 영국의 어느 변두리 지역에서 주인공 그레이스는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두 아이와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하인 세 명이 들어오고 그들이 온 후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레이스는 그들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들도 유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런 서사구조 속에서 저자가 읽어내고 있는 바는 '타자성'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유령은 타자이고 유령의 입장에서 인간은 자신의 삶을 방해하는 존재이다. 등장하는 인간들은 자신과는 다른 타자들에 대해서 위협을 느끼며 그들을 제거하려 한다. 여기서 저자는 푸코의 말을 슬그머니 꺼낸다. 타자 앞에 선 동일자의 전략은 두 가지인데 동일화 시키거나 아니면 무화시키는 것이다. 동일화에서는 지식이, 무화시키는 방법에서는 권력이 동원된다. 또한 동일화를 추구하더라도 타자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는 식민의 상태로 남겨둔다. 근세 이후의 유럽이 걸어갔던 길이 바로 푸코가 말하는 권력적 지식체계, 에피스테메(episteme)의 길이다. 모든 타자, 객체, 대상을 자신의 분류표에 넣고 분류표에 벗어나는 타자는 제거한다. 즉,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의 입장, 서구ㆍ백인ㆍ남성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동일화 전략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유령이 우리를 두려워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디 아더스>의 마지막으로 다시 가보자. 동일자의 입장에서 한 순간 타자의 입장이 된 그레이스는 말한다 "분명한 건 엄마는 너희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이 집은 우리 거라는 것이지." 타자와 동일자가 바뀔 수도 있다는 기준의 문제를 다시금 짚어내는 말을 남기고 영화는 끝난다. <디 아더스>를 공포물, 여름 더위를 식혀줄 만한 으스스한 영화로만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내딛어 동일성과 타자성을 읽어보는 것. 이런 영화읽기도 재미있지 않은가?

다음으로 <일 포스티노(Il Postino)>를 보자. 저자는 이 영화에서 헤겔의 '의식의 변증법'을 일어낸다. 네루다가 이탈리아의 한 마을로 망명을 오게 되면서 주인공 마리오 루폴로는 그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일을 맡는다. 그와 접촉을 하면서 '메타포'에 눈을 뜨게 되고, 사랑을 만나고, 의식이 생기고, 실천하는 삶을 살게 된다. 저자는 처음의 무지한 마리오를 정(正)으로, 네루다를 반(反)으로 그래서 생겨나는 묻는 자 마리오를 합(合)으로, 다시 새로운 마리오를 정으로, 네루다를 반으로 이제는 사랑하는 마리오가 탄생한다. 또 한번 사랑하는 마리오를 정으로 네루다를 반으로 이제 언어를 사랑하는 자 마리오가 합이 되고, 시인 마리오는 네루다와 다시 부딪혀 실천하는 자 마리오로 합이 된다. 저자는 이런 변증법을 가지고 영화가 전개되어 가는 과정을 감상한다. 마지막에 행동하고 실천하는 자 마리오가 투쟁의 현장에서 군중에 밀려 죽지만 그의 아들 파블리오가 생을 이어나가고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맹목의지에 의해 내몰리기만 하는 허망한 싸움이 아닌 절대 선으로 나아가는 끊임없이 혁신되는 삶의 투쟁을 이 영화가 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칠레의 망명시인이자 정치가와의 시골 촌부와의 만남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로만이 아니라 역사의 발전과정, 인생의 전개과정을 헤겔의 변증법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헤겔이라면 이미 프로이센에서 역사상의 최고 발전 단계까지 이르렀기에 더 이상의 발전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의 방법론을 취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마리오가 죽게 되는 것은 행동하는 노동자로서 집회에 참가하다가 죽은 것이 아닌가? 헤겔의 방법론을 받아들인 마르크스의 모습이 투영되어 그 기반에 흐른다는 생각을 하면 저자의 설명은 꽤나 흥미있게 들린다.

두 영화만 맛을 보였지만 저자는 이런 식으로 8개의 분야에서 29개의 영화를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분석해 나간다. 어떤 장, 어떤 페이지를 무심코 펼쳐도 좋다. 그렇게 해도 한 철학자와 한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영화를 단순히 스토리만 보는 것, 이미지의 화려함에 도취되어 실제감을 느껴 보는 것도 좋지만 그 내부를 파헤쳐 다시 배열해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시작해보자. 자신이 본 영화나 봤지만 이해하지 못한 영화를 다시 펼쳐서 읽어보자. 이제는 무엇인가 더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해체와 결합을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책, 그것도 영화와 철학 둘 다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책, 쉽게 철학으로 한 걸음 다가서게 해주는 책이 바로 『철학, 영화를 캐스팅 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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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인생이 있다, 행복의 철학이 있다

영화의 한살이가 너무도 짧다.
대박을 터트려서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는
영화들조차 한 철을 버티지 못한다.
한번 보고 나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영화들.
그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동기 중 하나다.
냉엄한 시장 논리만이 이 비극의 이유인가.
혹시 우리가 영화를 만나는 방법의 서투름 때문은 아닐까.

영화와 사귀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영화를 작품work이 아닌 텍스트text로 만나야 한다.
작품은 닫혀 있으나 텍스트는 열려 있다.
작품은 때로 고통을 안기지만 텍스트는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
우리를 홀리고 꼬시며 에로틱하게 자극하는 멋진 이성처럼.

영화와 사귀기 위해 지은이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글쓰기다.
여기서 글쓰기란 영화들이 사라지면서 남기는
안타까운 흔적들로 무늬를 짜는 것이다.
무늬로 뭔가를 만들어내어 추억의 증거로 삼아보라.
추억이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죽지 않는다.
이 책은 지은이가 영화 텍스트들과 함께 놀면서 만들어낸 무늬들이다.
그 놀이의 흔적, 추억은 우리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환기시켜 준다.
--- 표지글
그렇다. 그것은 복수가 아니라 축제였다. 그들은 결국 친절한 금자씨가 초대한 축제에 칼춤을 추며 들러리를 섰던 것이다. 가죽 재킷의 옷깃을 코끝까지 올리고 뒤로 물러서 있는 금자씨. 이제는 복수가 아니라 축제를 즐기고 있는 까닭이리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수를 부추기던 금자씨가 정작 피해자들이 복수하려는 순간에는 복수의 질을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응징자들이 칼을 휘두르는 것은 슬픔과 분노에서가 아니라 축제판의 신명을 위해서였다. 칼을 휘두르고 나오는 사람마다 관객 앞의 배우처럼, 청중 앞의 연사처럼 언어와 행동을 과장한다.
--- p.219 '친절한 금자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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