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죽을 목숨도 살리는 음식의 추억 _임왕준
1. 남루한 음식의 추억│모힝가 _장윤선 2. 마음을 데워 주는 어머니의 맛│니쿠쟈가 _류화선 3. 꽃보다 두부│유도후 _성혜영 4. 일상이거나, 예술이거나│차노유 _성혜영 5.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의 식량│아이락, 아룰, 보르츠 _김정경 6. 소금 간의 철학│몽골 음식 _신종한 7. 두 개의 달│태국식 볶음밤, 카오팟꿍 _김정묘 8. 개구리, 나의 오랜 미제│레몬그라스 버드칠리 개구리 볶음 _구자명 9. 커피도 좋지만, 차이도 나쁘지 않아│차이 _윤예영 10. 미각의 추억│차쿼이토우 _이화실 11. 대륙을 달리는 뜨거운 바람│훠궈 _최예선 12, 가난한 시절의 호사│콜레노 _김성래 13. 눈 내린 어느 크리스마스의 추억│슈바인스학세 _남기철 14. 파묵칼레에서│케밥, 튀르크 카베시, 체리 향 물담배 _배정희 15. 마이클, 미안해│타코 _김문영 16.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기쁨│치즈케이크 _정인명 17. 서랍 속에서 잠자는 기억│뱅쇼 _정세영 18. 조강지처 같은 음식│포토푸 _임태운 19. 이것은 행복인가 슬픔인가│파테 _임왕준 20. 음식 이데올로기│쿠스쿠스 _이나무 21. 앙드레 셰니에의 운명│쾨프테 _윤신숙 |
저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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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에 콧물을 줄줄 흘리는 아기가 눈에 밟혀서 여인이 애원하는 원 달러를, 아니 우리가 세운 원칙을 지키기가 여간 괴롭지 않다. 남편도 나도 마음이 몹시 심란하다. 이쯤 되면, 원칙이고 나발이고 여인에게 그토록 절실한 원 달러, 줘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길은 여전히 숙소를 향해 달음질치고 있었다. 원 달러, 원 달러, 끈질긴 구걸과 함께 땟국물이 흐르는 작은 손이 윗도리를 잡고 늘어진다. 줄까 말까, 줄까 말까 망설이면서도 여인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진다. 서둘러 도망치듯 걷는 우리 뒤통수에 여인의 앙칼진 외침이 날아든다. “베이비 헝그리!” --- p.15「남루한 음식의 추억-모힝가」중에서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때까지 날 감싸고 있던 겹겹의 갑옷들은 여행 배낭에 미처 다 담아갈 수 없었으니. 타지마할에 해가 뜨길 기다리며, 또 인도의 기차 침대칸 어둠 속에서 이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괜찮아. 타지마할을 봤으니 이걸로 됐어. 커피에 코가 꿰여 가끔 제정신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그게 나니까. 커피가 좋지만, 차이도 나쁘지 않아. 내가 싸구려 커피에 환장 하는 것처럼 여기 어딘가엔 싸구려 밀크티에 환장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야…. 우리가 전쟁 같은 일상을 버티기 위해 선 채로 들이켜는 싸구려 커피의 자리를 그곳에서는 차이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차이 한 잔을 통해 여행이 일상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 p.112「커피도 좋지만, 차이도 나쁘지 않아-차이」중에서 호르호크를 사랑할 수 없었지만, 어느덧 알싸한 취기가 포만감에 앞서 올라온다. 억지 춘향 격으로 양고기를 먹는 내 심정을 혹시라도 몽골인들이 알아챌까 미안해서 얼렁뚱땅 노래 시합을 벌여 놓고는 게르를 나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도시의 야광에 찌든 내 눈 가득히 하늘이 차오른다. 하늘은 온통 별들의 축제다. 땅은 어둡고 오히려 하늘은 밝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임에도 나는 그것이 낯설고 그 낯섦은 이내 감동으로 차오른다. 초원에 누워 다시 하늘을 보자 별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9백 년 전 유럽을 공략하던 몽골인들도 저 하늘을 보며 초원을 지났을 것이다. 말 등에 올라타고 대륙을 질주하던 그들의 힘은 호르호크의 힘이었을 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지극히 단순한 형태와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던 그들이었기에 유라시아 대륙 어디에서든 그들은 몽골의 깃발을 휘날릴 수 있었을 것이다. 복잡할수록, 꾸밀수록 형식은 강해지고 내용은 힘을 잃는다. 그들은 단순함이 내포한 강한 힘을 믿었다. 바람처럼 초원에서 일어나 바람처럼 대륙을 달리고 그들은 다시 돌아와 초원에서 산다. ---p.81 「소금 간의 철학-몽골 음식」 중에서 한겨울 같은 날씨였지만, 시내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마치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배우들처럼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낯선 이국어만큼이나 강한 이질감을 느꼈다. 머뭇대다가 허기를 채우러 들어갔던 식당에서 처음 먹었던 ‘스비치꼬바’라는 음식의 인상은 낯섦과 냉정함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나는 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학교에 입학하여 사귀게 된 몇몇 체코 친구를 만나기까지 프라하는 나 같은 이방인에게 팔을 벌리지 않았고, 나 역시 친해질 수 없는 도시를 덥석 끌어안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내가 지고 온 외로움을 어디다 내려놓아야 좋을지 몰라 힘겹게 짊어지고 다녔을 뿐, 프라하가 유독 내게 못되게 굴었던 것은 아니었다. ---p.190 「가난한 시절의 호사-콜레노」중에서 달콤한 크림치즈와 어울려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쫄깃쫄깃, 새콤하게 씹히는 파인애플 조각은 차별화이고 개성이다. 신선한 자극이다. 주변에 전달되는 긍정의 에너지다. 갈라지지 않고 매끈하게 잘 구워진 사워크림 토핑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깨끗한 캔버스 같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일상을 새롭게 시작할 마음의 여유를 준다. 나는 가끔 치즈케이크를 만들면서 쳇바퀴 도는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 우연히 발견한,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진 스프링폼 팬에 달걀과 치즈와 바닐라를 섞어 만든 반죽을 담으면서 플라센터의 넉넉함을 찾는다. 치즈케이크가 완성되어 스프링폼 팬의 장식을 열 때까지 잠시 쉬어 간다. 치즈케이크를 다시 굽는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정성을 다해 굽는다. 내 안의 나를 만난다. 맛있다. --- p.183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기쁨-치즈케이크」중에서 |
낯선 음식이 환기하는 행복했던 순간들
출간 이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 1권의 후속편. 대학교수, 디자이너, 조각가, 엔지니어, 작가 등 다양한 직종의 20명 필자가 그들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추억을 남긴 음식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얀마의 모힝가 국수에서부터 터키의 쾨프테에 이르기까지 모두 21가지 동서양 음식에 얽힌 사연이 때로 가슴 뭉클하게, 때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음식의 역사적 배경이나 조리법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자료적 가치도 충분하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그들이 맛본 낯선 음식이 환기하는 행복했던 순간들은 오늘날 팍팍한 삶에 지치고 절망한 독자들의 가슴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추억의 길을 걸어 행복을 찾아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동양 음식 11가지와 서양음식 10가지는 진귀한 산해진미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프랑스의 푸아그라와 같은 고급 음식이 자세히 소개되기도 하지만, 인도의 새벽 기차역에서 마신 남루한 차이 한잔, 프랑스 대학 식당 메뉴 쿠스쿠스, 몽골의 게르에서 먹은 아룰처럼 서민적이고 일상적이며 토속적인 음식이 주를 이룬다. 필자들에게 소중한 것은 음식의 질이 아니라, 그 음식에 담긴 추억이기 때문이다. 마들렌 한 조각에서 기억의 거대한 제국을 불러왔던 프루스트처럼 이들은 때로 외롭고 고단했던 외국 생활에서, 혹은 가슴 설레는 외국 여행에서 맛보았던 음식을 통해, 고생도 돌아보면 결국 행복이었던 시절의 감동적인 사연들을 전한다. 음식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음식은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물질에 불과하지 않다.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문화와 민족성, 오래된 지혜가 깊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맹물에 두부 몇 점을 담가 놓은 듯한 일본의 유도후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 있을까? 무뚝뚝한 남자도 니쿠쟈가를 먹으면 마음이 약해지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잡은 양을 삶아낸 몽골의 호르호크에는 어떤 가르침이 숨어 있을까? 프랑스에서 즐겨 먹는 아랍 음식 쿠스쿠스에서 어떤 이념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까? 필자들은 그들이 경험한 음식의 재료와 맛과 모양새를 소개할 뿐 아니라, 거기 담긴 생각과 철학, 이데올로기를 꼼꼼히 읽어내기에 독자들은 이 책에서 음식을 통한 일종의 인문학적 성찰을 접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