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작가·북디자이너. 낮에는 북디자인을 하고, 주로 밤에 글을 쓴다. 10년 넘게 외국계 방산업체에서 일하다 30대 후반에 과감히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프리를 선언했다. 『마지막 눈』『마지막 편지』『걷기의 기적』 등을 번역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늑대 소년』 등이 있다. 지금까지 100여 권 이상의 책을 디자인했다.
그림 : 전미영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필명은 탄산고양이로, 숙명여자대학교 산업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 승무원과 만화가를 거쳐, 디자인하우스 등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디자이너로 일했다. 현재는 일러스트를 그리고, 동시에 가벼운 글쓰기와 북디자인을 하고 있다. 그동안 『탄산 고양이 집 나가다』『뉴욕, 매혹당할 확률 104%』『싱글은 스타일이다』『고양이 트렁크』『별을 세는 가장 멋진 방법』 등의 책을 그리고 썼다.
나풀나풀, 그 연약한 날개를 흔들며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자기 인생에 무단침입한 이런 존재들을 참지 못하고 집 밖으로 쫓아 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그들은 무슨 비결이 있는지 우리 곁을 조용히 맴돌다가 어느새 우리를 자기편이 되게 하고, 심지어 우리를 길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치 마술을 부리듯, 일상의 소소한 걱정거리와 쓸데없는 다툼과 부끄러운 비밀에 얽매여 살아가는 우리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죠. --- p.10
“경찰들이 나를 감옥에 보낼까요?” “아이들은 감옥에 가지 않아. 경찰 아저씨들이 너를 집에 데려다 줄 거야.” “경찰들이 우리 엄마를 만나서, 엄마가 나를 포기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를 고육원에 보낼 거여요.” “뭐? 고육원”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가는 곳 말이에요.” “보육원! 고육원이 아니라, 보육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는 고육원에 간 적이 있어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얼마나 울었는지, 엄마는 그런 것도 모를 거여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잘도 지어내는구나. 내가 그런 거짓말에 속을 것 같아?” “나도 데려가 주세요!” “안 돼! 안 돼! 절대로 안 된다!” “만약, 누군가 강제로 양누원에 보내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양누원이 아니라, 양로원이야. 그리고 요즘은 양로원이 아니라 실버타운이라고 해. 어쨌든 나는 양로원에 안 가. 넌 어린애지만, 난 어른이야. 어른은 누가 자기 마음대로 이리저리로 보낼 수 없어. 하지만 어린애는 다르지. 어린애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해. 그리고 지금 양로원, 보육원 얘기가 왜 나와? 자꾸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라!” --- pp.36-37
우리는 때로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 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만, 아이들은 기억력이 3초만 작동한다는 금붕어처럼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분노도, 슬픔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나쁜 성격과 나쁜 버릇과 고정관념과 변덕이 심한 기분을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우리가 그들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듯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우리에게 줍니다. 아이들은 우리를 믿기 전에 조건을 따져 보지도 않고, 우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사랑할 때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그 사랑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뿐입니다. 할아버지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처럼 자기 손안에 들어온 공주의 작은 손을 꼭 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