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언어가 사라지는 속도와 생물 종이 사라지는 속도는 비례한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언어학적 다양성도 가장 높다. 문화는 자연과의 밀접한 상호 작용으로 말미암아 감탄하고, 조응하고, 때로 서로 간질이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이 시이고, 노래이며, 문학이고, 건축이다.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노래하는 것이 문화였다.---p.45 목수정, 「야생의 삶이 들려주는 영롱한 서사시」,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 백혈병 사태의 진실을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르포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룬 책을 거의 찾기 힘든 현실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 (…) 책의 제목은 삼성의 장수 광고 캠페인인'또 하나의 가족'을 패러디 했다. 국민 모두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삼성이 정작 진짜 가족인 노동자에겐 철저히 남인 현실을 꼬집는다. ---p.114 곽정수, 「이것은 책이 아니라 분노이자 절규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우리는 흔히 평화의 반대는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인의 가치관에서 평화는 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넓은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히 전쟁이 없다거나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편안한 세상을 만드는 실천, '반대'를 넘어 '긍정'의 세계를 지향하는 적극적인 비전이 바로 평화인 것이지요. 그래서 코스타리카인들은 군대를 폐지하고, 교도소의 콘크리트 담장을 없애고, 어린이도 위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누구나 무상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p.140 김이경, 「코스타리카의 작지만 온전한 평화」, 『군대를 버린 나라』
사후 10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출간된 고토쿠 슈스이 저작집 『나는 사회주의자다』에 해제를 쓴 박노자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그런 우리의 무지를 질타한다. "우리가 그를 모르는 것은 우리 역사 교육의 한심한 수준과 일본학 전공자들의 일본 및 동아시아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에 대한 한탄스러운 무관심을 노골적으로 보여 줄 뿐이다."---p.172 장동석, 「동아시아 사회주의 운동의 선구자」, 『나는 사회주의자다』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는 무림 최강의 비급(秘)이다. (…) 만약 이 책의 진단과 대안을 학습하고 검증해서 정책과 공약으로 구현하는 경쟁이 진보와 보수 간에 치열하게 벌어진다면 2013년 이후 한국의 경제와 사회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다.---p.196 김대호, 「우리 경제를 위한 최강의 비급」,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
가난하던 시절에 10퍼센트씩 심지어 그 이상의 GDP 성장률을 보여 주는 일은 이러한 목적에 아주 잘 부합한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벌써 몇 십 년째 3퍼센트대에 머물러있는 GDP라는 숫자에 계속 집착한다면 정치인들은 스스로가 철저하게 무능한 집단이요 자신들이 이끄는 사회 전체도 무언가 위기 상태, 최소한 심각한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는 암울한 결론에 당도하게 된다. ---p.251 홍기빈, 「시장을 개혁할 새로운 경제 지표 보고서」, 『GDP는 틀렸다』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비결을 알려 드리자면 아주 간단하다. '만약에 …라면?'이라는 하나의 상상에서 출발하면 된다. (…) 『SF 명예의 전당 4: 거기 누구냐?』는 인류 상상력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SF의 하위 주제들을 다룬다. 외계인 괴물, 과학 기술적 디스토피아, 초인간, 시간 여행, 과학 기술의 재앙 등 사실상 SF의 효시 격인 작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p.270 김민식, 「상상력의 은하수로 떠나다」, 『SF 명예의 전당 4: 거기 누구냐?』
인간은 통증을 느낄 때마다 남에게 동정심을 일으키려는 듯한 행동(앞뒤로 몸 흔들기, 소리 내기, 찡그리기, 울기)을 하지만 사람과 대다수 짐승은 동료가 부상당하면 오히려 거리를 둔다. 저자의 남자 친구도 결국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상처 입은 짐승이 본능적으로 무리를 떠나듯 상당수의 만성 통증 환자들이 혼자 지낸다. 통증은 당사자에게는 언제나 새롭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금세 지겹고 뻔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정모, 「나를 미치게 하는 통증, 나를 수호해 주는 통증」, 『통증 연대기』
서경식은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존재, 사회적 신분과 맞부딪는 갈등 관계 속에서 성장해 나가야 했다. '상처 입은 용'이라 불리는 윤이상의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고, '삼중의 국외자'라고 스스로 한탄한 말러에 천착했다. ---p.394 김갑수, 「슬픔과 비통 다음의 이야기」, 『나의 서양음악 순례』
구제해야 할 것은 잠시 잃어버렸던 가치이다. 히키의 말대로 아름?움은 죽지 않는다. "왕조는 소멸하며 국가는 붕괴한다. 학설은 효력을 상실하며 기관은 영락한다. 그러나 작품은 살아남는다." 이 불멸의 비밀을 풀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지점에서,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용'의 귀환을 촉구하는 기원제로서 의미를 갖는다.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진숙, 「아름다움의 귀환을 촉구하는 기원제」, 『보이지 않는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