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오늘의 할 일만 산뜻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찜찜한 기분으로, 내일을 두려워하면서 잠들고 싶지 않다. 오늘의 할 일을 말끔하게 끝낸 후 승리의 맥주를 마시고 싶다. 남은 일이라고는 침대에 얌전히 들어가 이불을 덮고 발을 뻗은 채로 잠을 드는 것밖에 없다면, 그거야말로 오늘 나는 승리한 거 아닌가.
---「승리의 맥주」중에서
우리가 바라던 대로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랬다. ‘완벽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적당히 느슨하게, 적당히 지저분하게, 적당히 게으르게, 적당히 헤매게, 적당히 비겁하게. 뭐든 우리의 행복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쓰기 완벽한 장소」중에서
피해는 주지 않되, 눈치는 보지 말자. 요즘 많이 생각하는 말이다. 이러다가는 내가 좋아하는 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사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될지도 모른다. 고작 목표가 ‘남과 다르지 않게’, ‘너무 튀지 않게’라니, 너무 슬픈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목표로 삼을 만한 일은 아니다.
---「원피스 수영복 철학」중에서
빵 한 조각과 사과 한 알,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의 단출한 밥상이라도 즐기고 음미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국 오늘 저녁의 메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 저녁의 메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서, 우리는 저녁 메뉴에 대해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또 요리책을 읽는 것일 테다.
---「요리책을 읽는 기분」중에서
인생은 결국 선택의 문제고, 어느 쪽을 선택하건 선택하지 않은 쪽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는데 그게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인생이 선택의 문제라면 인생은 이를테면 자장면과 짬뽕처럼 중국집의 메뉴 같은 것이 되어 버리는데, 살아 보면 알겠지만 실은 그렇지는 않다. 인생은 그냥 닥치는 건지도 모른다. 닥치고, 수습하는 일의 반복이다.
---「숲길을 걷는 법」중에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고민과 두려움도 어차피 내일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면 부질없다. 그냥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 즐거우니까 하는 거고, 즐거울 만큼만 하면 된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며 후회 없이 살아가자. 미래 같은 건 운에 맡기자. 어차피 미래란 건 차곡차곡 쌓아올린 현재의 다른 이름일 테니 말이다.
---「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몰라」중에서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그들처럼 건강한 처녀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싶다. 모두가 나를 사랑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눈빛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완벽한 미모가 아니라도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중에서
평생을 싸워온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잘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평생을 걸쳐 우리가 부단히 노력해 이룰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과 화해하는 일이 아닐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닐까. 그건 어떤 변명이나 무례가 아니라, 일종의 무겁고도 홀가분한 체념 같은 일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중에서
건강한 어른은 자신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어른일 거다.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했을 때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일 거고, 완벽하진 못해도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어른일 거다. 농담하는 여유를 잃지 않고, 크게 웃는 법을 잊지 않고, 싸울 때는 싸울 줄 알고, 화해할
때는 화해할 줄 아는 어른일 거다.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중에서
고민해 봤자 달라질 것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 해가 나면 볕을 쬐고, 비가 오면 처마 아래서 빗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다. 내년도 올해와 같을 거라고, 올해 굶어 죽지 않았으니 내년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살고 싶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좋은 인상을 갖고 싶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