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셋 모옴 영국의 소설가, 극작가, 수필평론가. 의학교를 나오고 의사 면허까지 받았으나 문학으로 전향. 60년에 걸친 문단생활에서 25편의 희곡, 30편의 장편, 125편의 단편, 수많은 수필평론집 등, 기록적인 다작(多作)을 했으며 그 간결하고 유려한 문체와 한결 같이 흥미 있고 인상적인 스토리로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애독되어 온 작가이기도 하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반(半) 자서전적인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 ‘과자와 맥주’ (장편), ‘비’, ‘붉은 머리’, ‘주차장’ (단편), ‘상전들(上典)’ ‘윤회(輪廻)’(희곡), ‘요약하면’(회상록) 등이다. 이 ‘비’에 대해 ‘모음’ 자신이 그의 ‘회상록’ (1962)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쓴 모든 단편소설 가운데서 ‘비’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나는 ‘타히티’섬으로 가는 배편을 잡으려고 ‘호노루루’에 갔었다… 우리가 탄 배가 출항하기 직전에 탄 젊은 여인이 갑판위로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다. 창녀였다. 선객들 가운데 의사 부부와 선교사 부부가 있었다. 배가 ‘파고파고’ 항구에 들어갔을 때 그곳엔 ‘카나카’인에겐 불치의 병인 홍역이 만연되어 있었다. 우리는 ‘우폴루’섬의 항구 ‘아피아’ 당국으로부터 우리 선객들 중에 감염자가 없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우리가 탄 배와 선객들은 그곳에 입항시키지 않겠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래서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우리는 ‘파고파고’에 머물러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파고파고’에서 지체한 것이 내가 ‘비’라는 단편소설을 쓸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어쨌든 ‘비’를 쓴 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작중 여러 군데에 나오는 충동적으로 퍼붓는 비의 멋진 묘사, 남양의 이상한 기후와 환경, 거기에 전개되는 이상한 인간 갈등, 미리 계산된 결말을 향하여 찬찬히 진행시키는 능숙한 화술(話術), 그리고 그 밑바닥에 깔린 반청교도적인 주제 등이 이 작품을 ‘모옴’ 문학의 압권(壓卷)으로 만들고 있다. 창녀를 교화(敎化)하려다가 오히려 휘어 잡힌 ‘데이빋슨’ 목사가 그 일이 있었던 밤에 ‘네브래스카’주의 (밋밋한 유방처럼 생긴) 산들의 꿈을 꾸었다고 말한 것은 ‘프로이드’ 이상 심리도 한몫 낀 것으로 이야기를 더 한층 깊이 있게 해준다. 그리고 휴머니스트인 동시에 항상 인간성에 대한 초연하고 냉철한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는 ‘맥페일’ 의사는 ‘모옴’ 자신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