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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자 이내로 배우는 일본어
단어만으로도 대화가 되는

10자 이내로 배우는 일본어

천채정 글그림 | 플럼북스 | 2013년 03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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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top100 1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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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84g | 128*188*30mm
ISBN13 9788993691238
ISBN10 89936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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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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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 일본어는 한국어로 무슨무슨 뜻’이라는 식으로 일본어를 익힌 게 아니라 그냥 일본어를 일본어로, 그 느낌과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번역할 때면 단어가 어떤 느낌의 무슨 의미인 줄은 알겠는데 그것을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막막할 때가 종종 있다. 그중에서도 이 「どうぞ」와 「どうも」는 그 느낌과 감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을 수도 없다. 이유는 아마도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진리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핑계를 대고 싶다. ---「내겐 너무 어려운 일본어」

나는 일본에서 쓰던 こたつ를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 보일러가 있기도 하고 110V라 전기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대신 보일러를 켜기는 뭐 하지만 으슬으슬 추운 날이면 こたつ의 전원을 켠다. 처음에는 다리만 넣고 일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몸의 높이가 낮아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 샌가 쿨쿨 코를 골고 있다. 고양이까지 こたつ 속으로 들어와 내 몸에 기대면 그날 일은 종 치는 셈이다. 저녁때가 다 되어 부스스 몸을 일으키면서 생각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친구에게 こたつ와 고양이를 추천해야겠다고. ---「 고타츠에 녹아내리는 도쿄의 겨울녹차를 宇治(うじ)라 하고 팥을 金時(きんとき)라 부르는데, 세 가지 재료, 즉 녹차, 팥, 얼음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시키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얼음을 곱게 가는지, 아니면 약간 거칠게 갈아 식감을 살리는지에 따라서도 맛의 차이는 생긴다. 약간 쓴맛이 나는 녹차를 쓰는지 달달한 녹차 시럽을 쓰는지, 그 녹차를 얼음 위에 얹는지, 아니면 얼음 아래 까는지도 지역이나 가게에 따라 다르다. 가게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팥이다. 팥알이 살아 있는지 아닌지, 얼음 위에 얹는지 아래에 묻어 두는지도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빙수처럼 찹쌀떡이나 아이스크림을 얹어주는 곳도 있다. ---「입으로 즐기는 한여름의 호사」

고맙다, 맛있었다,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의 자리로 찾아갈 용기가 나질 않아 복도에서 마주치길 바랐지만 그런 기막힌 찬스는 역시나 일어나지 않았다. 혼자 몇 달 동안 열병을 앓았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 몇 달 뒤 그는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회사를 옮겼다. 열병은 나았고 벽은 다시 굳건히 세워졌다. 만약 그때 커피 잘 마셨다며 그 보답으로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더라면 대단히 로맨틱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왜 그땐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가끔 밀려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밥 먹자고 했다가 거절이라도 당했다면 얼마나 창피했을까 싶어 말 안 하길 잘했다 싶기도 하다.
역시, 무슨 일이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긴 하나 보다. ---「짝사랑은 커피 향기를 타고」

일본에서 집을 구할 때는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역과의 거리다. 서울은 회사가 도심에 몰려 있어 버스와 전철을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게 보통이지만 도쿄는 사무실 주변에도 주택지가 있어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하면 편하고 또 만만치 않은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회사 건물은 주로 전철 역 주변에 있고 월세는 전철역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비싸기 때문에 여러 각도로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집 구하기」

일은 양배추 써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お好み?き의 주재료가 양배추다 보니 매일 엄청난 양의 양배추가 소비된다. 먹을 때 양배추 가운데의 심이 거슬리지 않도록 써는 방법을 터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써는 속도는 좀처럼 빨라지지 않았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부치는 것도 처음에는 버리는 게 더 많았고, 층층이 쌓아올린 재료를 흐트러지지 않게 뒤집는 성공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사방으로 튄 재료를 재빨리 긁어모으는 기술만 늘어갔을 뿐이었다. 일본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주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을 만큼 실수투성이였던 나를 사장님은 그저 허허거리며 용서해주셨고 어쩌다가 잘하는 날이 있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일본에서 사는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나는 늘 신세만 지고 실수만 하면서 폐만 끼쳤고, 그분들은 그런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지금 나의 일부는 그 분들의 배려와 사랑으로 만들어진 셈이지만 나는 그 사랑에 보답할 길이 없다 ---「오코노미야키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인연」

그때는 힘들고 지쳐 있던 내게 하늘이 힘내라고 주신 선물이라며 마냥 좋아라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판기 주인은 그만큼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 자판기 하나가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 희망의 작은 조각을 훔쳐왔다고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돼 있다. 나는 소심하다. 내가 손해를 보면 봤지 남에게 손해를 끼쳐가면서까지 이익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하나님은 이런 내 마음을 아시고 일부러 이벤트도 ‘꽝!’, 추첨도 ‘다음 기회에!’만 주시나 보다. 그때 그 ビックル 값, 갚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갚았으면 좋겠다. ---「넝쿨째 굴러 떨어진 음료수」

コミケ는 매년 8월과 12월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되며 동인지 작가가 부스를 내면 동인지의 팬들이 그 부스를 찾아오는 행사인데 아마추어 집단의 행사라고 보기에는 그 규모나 인원이 엄청나다. 나도 친구의 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갔다가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튕겨 나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コミケ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을 사기 위해 그 부스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예사도 아니고 혹시라도 매진되어 구매를 못하면 그 실망감이 말도 못한다. 생전 처음 경험한 새로운 세상에 놀랐지만 일본의 문화 콘텐츠가 지닌 저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든든한 아마추어의 기반이 있지 않고서는 프로의 세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아마추어들의 노력에 가진 자들이 찬물을 끼얹지 않는다는 점도 이러한 기반을 이루는 데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아마추어의 파워」

사실 그때는 그 웃음의 의미를 몰랐다. 서른다섯 살에 멈춘 나이와 형님이 돌아가신 시간에 멈춘 시계가 왜 곧 쓰러질 것만 같은 꼬부랑 할아버지의 얼굴에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를 만들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업 시간 내내 나누어주신 프린트 내용이 지금에 와서 이해가 되고 그 프린트가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이제야 깨닫는 것처럼 그 웃음의 의미는 과거가 소중해지는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선생님에게 그 시간들은 행복했던 날들의 추억이며 노쇠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서른다섯 살은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腕(てつわん) アトム(철완 아톰)’이며 ‘ガッチャマン(독수리 5형제)’을 그려내던 인생의 전성기였고, 11시 30분에 멈춰 있는 시계는 돌아가신 형님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였던 것이다.
---「깨진 손목시계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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