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연수 씨?” “네? 아. 네. 이름을 아셨어요? 저도 블루 님 이름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저…… 여기…….” “기다리셨습니까?” “아니……. 제가 좀 일찍 도착을 해서. 아직 일이 끝나지 않으신 거죠? 또 죄송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일 천천히 보시고 오세요.” “저를 기다리셨습니까?” “네. 그럼요. 제가……. 블루님을…….”
연수는 테이블에 코를 박고 고개를 내리고 있다가 우뚝 다가선 사람의 기운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다가선 사람은 옆집 남자 세호였다. 그리고 지금 막 휴대폰으로 들려야 할 블루의 목소리가 그렇지 않은 한 쪽 귀로 똑똑히 들리고 있는 것에 놀라야 했다.
“찾았잖아요. 한참이나.” “아, 여기 왜…… 당신이…….” “내가 블루란 것이 이렇게 다행일 줄 몰랐네요. 다른 남자보고 그렇게 웃는 얼굴을 봤어야 했다면 화가 났을 것 같은데…….” “블루…… 블루 님? 그러니까 옆집 님, 아니 그쪽이 블루…… 님?” “다행이에요. 당신이 기다린 사람이 나라서.”
세호는 멋쩍게 웃었다. 정말 뱉어낸 말처럼 다행이었다. 봐버렸다. 너무나 맑게 웃는 모습을. 아무데고 나타나 정신없이 만드는 여자가 자신을 기다리면서 이렇게 해맑게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후 세호는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버렸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저 안도감이 든다. 소리만 내지 않았다 뿐이지 긴 한숨이 흘러나올 것도 같았다. 그 한숨 대신에 세호는 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입술 끝이 가늘게 말려 올라가 둥근 곡선을 그리고 있는 와중에 세호는 가슴이 두근두근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작가님?”
의자를 빼어두고 그 자리에 털썩 앉는 남자를 바라보며 연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슴이 요동을 친다. 블루였어도 그랬을 텐데…… 그 남자라니. 정신이 멍하다 못해 아득하다. 그런데 좋다. 그 사람의 말처럼 다행이다. 다행이라고 말해 주니 고마웠다. ‘사람을 자꾸만 들었다 놨다 하는 거 싫었는데. 이제는 비행기를 태워 아예 날려 버리시네요! 그래도 좋아요. 어쩌나요. 자존심도 없는 나를…….’ 연수가 다물지 못했던 입을 꾹 닫아내는데 살며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자 세호는 답하기라도 하듯 함께 어이없이 웃었다. 어이없이…… 시선을 고정시켰다. 담백한 눈동자가 가슴에 와서 박혀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어이없이 웃고 있으니 그제야 찾고 있던 답이 제대로 내려졌다. 이 순간이 절대로 놓치면 안 되는 타이밍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