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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를 먹는 시간
중고도서

랍스터를 먹는 시간

방현석 | 창비 | 2003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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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82g | 153*224*30mm
ISBN13 9788936436742
ISBN10 893643674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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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방현석
1961년 경남 울산에서 출생하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내딛는 첫발은'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장편소설 <십년간> <당신의 원편>, 산문집 <아름다운 저항> <하노이에 별이 뜨다> 등을 펴냈다. 제9회 신동엽창작기금, 제11회 오영수문학상, 제3회 황순원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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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젊은 연인들에게 100일은 기념의 대상이 된다.
하건만, 나는 기웃거린 지 10년이 되어서야 겨우 베트남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쓸 엄두를 냈다.
베트남에 대해서 몰라서는 아니었다.
알 수 없었던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우리들이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처음부터 베트남이 아니고 여기, 지금의 우리였다.
우리들이 존재하는 형식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어떤 경우에도 문학은 삶,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동시에, 문학은 지금 이 순간을 넘어서는 시간의 신기루 위에서 홀로 나부끼는 깃발이다.
10년을 우회하여 다시 여기로 돌아 올 수 있었던 자신이 다행스럽다.
멀리 우회하는 동안 바래고 찢긴 내 문학의 남루한 깃발이 부끄럽다.
하지만, 괜찮다. 비록 더 뜨겁게 사랑하진 못했지만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것들을 욕보이지 않고 견뎠다. 비록 우회하였지만 투항하지 않고 버텼다. 비록 미지근하지만 예전에 사랑하지 못했던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견디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부질없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깃발 바랜 것은 다만 성급한 사랑을 지워낸 태양의 시간이 묻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나는 분명한 것일수록 희미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저녁 어스름이 드리우는 까오방의 산악도로에서 물소떼를 몰고 가던 소년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물소의 맨등에 올라탄 채 쏟아지는 폭우를 고스란히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소년들의 뒷모습에는 범접할 수 없는 삶의 그 어떤 근원적인 형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 * *

「랍스터를 먹는 시간」을 쓰면서 나는 자주 까오방과 사파를 떠올렸다.
원고를 넘기고 나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며칠을 하릴없이 빈둥거리고 싶다.
마음이 조금 더 비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내가 한 만큼만 남이 하기를 바라는 것이 쉽지 않다.
남이 한 만큼 내가 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무엇이든 내가 즐겁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하면서 살아졌으면 좋겠다.

남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고
자신에게 너무 억울하지 않게, 살아졌으면 좋겠다.

반레, 우얼롱, 수정, 재홍……
베트남의 친구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이천삼년 겨울의 문턱에서 방현석

*까오방: 베트남 동북 국경지대의 산악도시. 이곳에서 호치민이 베트남민족해방전선을 창건하고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사파: 베트남 서북 국경지대의 산악도시. 지난 겨울 눈이 내렸다. 베트남에 30년 만에 내린 눈이었다. 이 도시에서는 주말이면 소수민족 연인들이 모여들어 밤 깊도록 연가를 부르며 상대를 찾는 사랑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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