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독서에 익숙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책에 압도되어 마음대로 읽지를 못한다. 이것이 책읽기를 꺼리는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다. 자기가 읽고 있는 책의 첫페이지에서부터 한자도 빼지 않고 전부를 정성들여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 부분을 때에 따라서는 건너뛰고, 가운데부터 읽어가는 것이 좋은 때가 있다. 그것은 책을 쓰는 사람은 하나의 책다운 체계를 세우기 위해서,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실제로 읽어 보지도 않을 것을 첫머리에 길게 써 놓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 따라서는 소설과 같이 한 사건, 혹은 하나의 인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책이 아니라 그 책의 목차를 보고 꼭 참고로 할 것이 들어 있으면 사는 수도 있다. 이런 때 그 책을 산 사람은 나중에라도 그 책을 전부 읽는 것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읽게 된다. 물론 이것은 특수한 예이지만 책을 사서 한 자도 빼지 않고 전부 읽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리 신통한 독서법이 되지 못한다.
물론 두 번 이상 읽어 볼 가치가 없는 책이면 한 번 읽을 필요조차 없다는 말도 있듯이 좋은 책이면 차근차근 여러 번 읽어 보는 방법도 있다.
둘째, 책 하나를 잡고 읽어버리고 또 다른 책으로 옮겨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떤 책을 꼭 읽어야 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없이 이것저것을 쉴 새 없이 읽되, 무슨 계통을 세우는 것이 아닌 소위 거리를 산책하는 식으로 책을 읽는 방법도 있다. 유명한 역사가인 기번 같은 사람은 거리를 산책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가는 동안에 그 책 안에 있는 것이 자기와 다르다면, 그 책을 덮어버리고 자기 생각과 알맞은 다른 책을 찾아 읽었다고 한다. 생각나는 대로 책을 여러 권 골라서 책상 위에 놓고,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읽다가 또 다른 것으로 바꿔 읽는 방법, 이것이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독서를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