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장소'는 그리 깨끗하지 않은 짚더미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포도주와 치즈 또한 말 그대로였다. 포도주 잔도,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접시나 촛불도 없이, 휑하니 놓인 한 병의 포도주와 한 덩어리의 치즈, 어쨌든, 말 냄새와 오래된 가죽 냄새가 진동하는 마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제임스는 짚더미 위에 앉아 머리 위로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 저기에 있소」그는 왼쪽 어깨너머에 있는 포도주 병을 가리켰다.
그리고 제임스는 그가 등에 연고를 발라주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그녀는 스스로가 개화된 사람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웬일인지 적절치 못한 생각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고 포도주 병을 건네준 뒤 그냥 밖으로 나가? 아니면 반쯤 벗은 남자와 단둘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까? 하지만 그건 굉장히 어리석은 말처럼 들릴 거야, 바로 십 분 전만 해도 스케이트를 타고 그의 다리 사이를 지나기까지 했으면서 어떻게.....「도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거요?」그가 초조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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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는 없소.'
제임스가 그녀에게만 들릴 듯 조용하게 말했다. 그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부족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지 말라고 애원을 하고 있었다.
'만일 당신이 떠나면 나는 맥케인을 잃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집을 빼앗기게 될 거요.'
다시 한 번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싫다'고 말하는 것은 템퍼런스가 이제까지 해온 그 어떤 일보다도 어려웠다. 만일 지금이라도 그가 단 한마디의 말만 해준다면 자신이 해미시-여전히 성경책을 들고 놀라움에 입을 벌리고 서 있는-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템퍼런스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고 있었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었기에, 템퍼런스는 결혼식을 계속 진행할 수 없었다. 마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 남자와 결혼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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