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아마 작년 겨울인가봐요.눈보라가 몹시 쳐서 문풍지는 덜덜 떨고..잠은 점점 달아나고 무섭기는 하고,그래 제가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고 웅크리고 있노라니 눈보라가 버석버석 창에 부딪치는데 어디선지 이상한 소리가 들여와요.쩡쩡...그때 '석'하시는 스님은 아직 안나오시고 온 절이 괴괴한데 이 난데없는 소리를 듣고 저는 간이 콩만했다가 겁결에도 오 옳지 이 어른이 이 눈 오시는 새벽에도 탑을 지으시나부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겠지요!제가 그대로 뛰어나와 버석버석하는 눈 위로 줄달음질을 쳐서 탑 모시는 곳으로 올라가보았지요.
새벽이라 해도 아직 날이 덜 새어서 어둑어둑 했지만 눈길은 환했습니다.올라가보니 아니다다를까 그 어른이 정을 들고 한참 바쁘게 일을 하시더군요.제가 곁에 가도 사람 오는 줄도 모르시고 머리에 등에 눈을 뒤집어쓰신 채 정과 망치를 번개같이 놀리셨지요.거기가 워낙 바람모지가 되어서 저는 얼마를 서 있지를 못해 귀가 떨어져 달아날 것 같고 발이 쓰리고 온 몸이 덜덜 떨려서'에이 추워'소리가 저절로 나와버렸습니다.그제야 그 어른이 놀란듯이 저를 돌아보시는데 그 얼굴에는 구슬같은 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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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늙으면 죽어야. 킁킁. 하던 얘기는 끝도 안 내고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을까. 그러나 차마 이 소리를 어떻게 할까. 그래 하루는, 하루가 아니라 바루 어제 밤 일인데 아사녀가 또 젊으신 양반을 찾아가신다고 이 불국사엘 왔더라오. 왔다가 또 아마 저 몰풍스러운 문지기에게 문전축객을 당했나보오. 내가 하도 궁금해서 찾아 나왔더니 절 문 앞에서 만나가지고 울고불고 몸부림을 하는 것을 가까스로 말리고 달래고 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콩콩이는 흉격이 막힌다는 듯이 말을 뚝 끊었다.
"가는 길에 어떻게 되었단 말씀이오?"
아사달은 말 허두에 벌써 불안을 느끼며 급하게 물었다.
"왜, 그, 그림자못 있지 않소. 킁킁. 탑 그림자가 나타난다는 그 못 가엘 또 갔더라오. 달은 낮같이 밝은데 역시 그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더라오. 별안간 무엇에 홀린 듯이 몸을 날려서 물 속으로 뛰, 뛰어들었다오."
콩콩이는 제가 붙들고 간 사실은 쑥 빼 버리고 아사녀의 죽은 원인은 어디까지 문지기에게 뒤집어씌우려 하였다.
"물, 물 속에, 뛰, 뛰어들다니요?"
아사달의 목소리는 황황하였다.
---pp.245-246
"사람이란 늙으면 죽어야. 킁킁. 하던 얘기는 끝도 안 내고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을까. 그러나 차마 이 소리를 어떻게 할까. 그래 하루는, 하루가 아니라 바루 어제 밤 일인데 아사녀가 또 젊으신 양반을 찾아가신다고 이 불국사엘 왔더라오. 왔다가 또 아마 저 몰풍스러운 문지기에게 문전축객을 당했나보오. 내가 하도 궁금해서 찾아 나왔더니 절 문 앞에서 만나가지고 울고불고 몸부림을 하는 것을 가까스로 말리고 달래고 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콩콩이는 흉격이 막힌다는 듯이 말을 뚝 끊었다.
"가는 길에 어떻게 되었단 말씀이오?"
아사달은 말 허두에 벌써 불안을 느끼며 급하게 물었다.
"왜, 그, 그림자못 있지 않소. 킁킁. 탑 그림자가 나타난다는 그 못 가엘 또 갔더라오. 달은 낮같이 밝은데 역시 그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더라오. 별안간 무엇에 홀린 듯이 몸을 날려서 물 속으로 뛰, 뛰어들었다오."
콩콩이는 제가 붙들고 간 사실은 쑥 빼 버리고 아사녀의 죽은 원인은 어디까지 문지기에게 뒤집어씌우려 하였다.
"물, 물 속에, 뛰, 뛰어들다니요?"
아사달의 목소리는 황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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