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런던에서 태어난 영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이자 극작가, 소설가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재학 시절에 잡지 〈펀치〉에 글을 투고하여 재능을 인정받아 편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어른을 위한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작품을 써서 널리 알려졌으며, 대표적인 희곡으로는 「핌 씨 지나가시다」, 「도버 가도」 등이 있다. 1913년 결혼해 1920년에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태어났으며, 그 후에는 아들을 위한 어린이책을 쓰기 시작했다. 대표작인 『곰돌이 푸우 이야기』는 아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의인화해 숲 속에서 유쾌하게 노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1977년 월트 디즈니 사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등장인물과 천진난만한 동심이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역자 : 전하림
한국교원대학교 영어교육과와 호주 맥쿼리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는 아동청소년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기』, 『컷』, 『그리핀 선생 죽이기』, 『소공녀』, 『곰돌이 푸우 이야기』 등이 있다.
“둘 중에 어떤 게 마음에 들어?” 네가 푸우한테 물었어. 그러자 푸우는 잠시 앞발로 머리를 감싸고 신중하게 생각했지. “그게 말이야. 풍선을 가지고 꿀을 따러 갈 때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왔다는 사실을 꿀벌들이 모르게 하는 거거든. 내가 초록 풍선을 타고 간다면 벌들이 나를 나뭇잎으로 착각하고 못 알아볼 거야. 그런데 만약 파랑 풍선을 타고 간다면, 아마도 벌들은 나를 하늘의 일부로 착각하고 못 알아보겠지. 그렇다면 문제는 이거야.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할까?” “그렇지만 벌들이 풍선 밑에 있는 너를 알아보지는 않을까?” 네가 물었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꿀벌들은 좀처럼 예측하기가 힘들거든.”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푸우는 또 이렇게 말했지. “아무래도 내가 작은 먹구름으로 변장하는 게 좋겠어. 그렇게 하면 벌들을 무사히 속일 수 있을 거야.” --- p. 17~18
피글렛이 크리스토퍼 로빈의 손을 잡아끌며 외쳤어. “정말 무시무시하지 않아?” 피글렛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리스토퍼 로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어. 하하하…… 웃고 또 웃고…… 또 웃었지. 그리고 그렇게 웃는 사이에 ‘꽝’ 하는 굉음이 울리면서 헤팔룸푸의 머리가 나무뿌리에 부딪혀 ‘쩍’ 하고 갈라졌어. 그리고 푸우의 머리가 밖으로 나오게 되었지. 그제야 피글렛은 자기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깨달았어. 그러고는 너무도 창피한 나머지 집으로 곧장 달려가서 정말로 심한 두통이 생겨 머리를 싸매고 누웠지. 한편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우는 함께 아침을 먹으러 집으로 향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어. “아, 푸우! 이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우를 보고 말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푸우가 이렇게 대꾸했어.
꿀과 노래를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 겁쟁이 꼬마 돼지 피글렛, 늘 구시렁거리는 당나귀 이요르, 재치 있는 토끼와 아는 척하길 좋아하는 올빼미 그리고 모두의 영웅이자 친구인 크리스토퍼 로빈. 이들이 사는 백 에이커 숲에는 매일매일 즐겁고 신 나는 일들이 가득하다. 나무 위 꿀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푸우 이야기에서부터 너무 많이 먹어서 토끼집에 몸이 끼인 푸우를 구출하기 위해 총출동한 친구들 이야기, 또 겁쟁이 피글렛이 헤팔룸푸를 잡으려다 경기를 일으킨 이야기는 물론이고 사라진 이요르의 꼬리를 올빼미 집에서 찾은 이야기까지……. 조금 부족하고 서툰 구석이 있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이 전하는 우정의 메시지가 독자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