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리며 미소 짓는 그에게서 진심이 느껴진다. 제인은 주머니에서 꺼낸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남근은 머뭇거리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 가볍게 손을 잡았을 뿐인데 심장이 욱신거렸다.
“어느 바다가 보고 싶어?” “아무 바다나.” “대답이 성의 없잖아.” “동해면 어떻고 서해면 어때, 밤바다는 다 똑같지.” “그렇게 생각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바다든 산이든 상관없어. 너하고 같이 있다는 게 중요하지.” 제인이 나직하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참 예쁜 손을 가졌어.” “손만 예쁘진 않아.” “후후…….”
긴장 사이로 스며든 야릇한 감정이 두 사람이 머무는 넓지 않은 공간을 물들였다. 죽전 휴게소. 광장 한편에 차를 세운 남근은 안전벨트를 풀었다. 답답하게 조이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던 제인의 몸이 힘없이 그에게로 기울었다. 그녀는 남근의 포옹을, 그리고 키스를 거부하지 않았다. 조수석으로 몸을 기울인 남근은 그녀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다디단 입술을 깊숙이 빨아들였다.
“보고 싶었어.”
오직 제인에게만 들릴 정도의 낮은 목소리였다.
“네 생각 많이 했어.”
더운 숨결을 호흡하던 두 사람의 입술이 한 송이 꽃처럼 포개어졌다. 머뭇거림도 주저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밤 길고 길었던 열정의 감각들이 하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