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예술대학교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교육학박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글로벌 리더』『예술예찬』『문화의 힘, 교육의 힘』『예술혼을 찾아서』『교육이야기』『2012 젊은 수필(공저)』??공업입문(공저)』 등이 있다. 2010년「문학나무」수필 부문 작품상을 수상, 수필가로 활동 중이다.
로맹 롤랑의『민중예술론』은 조국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동랑의 막연한 생각에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주었고, 인생의 지표가 되었다. 그때부터 동랑은 일생 동안 연극을 하기로 결심한다. 연극으로 민족계몽 운동을 해 일본과 싸울 각오를 한 것이다. 이후 동랑은 대학 생활은 거의 포기한 채 극장만 찾아다니며 연극 공부에 빠져들었다. 동랑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었고, 스타니슬라브스키(Constantin Stanislavski)의『배우론』도 읽었다. 그러면서 연극이 사회와 인생을 가장 진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 8
『토막』은 식민지하 우리 민족의 참상을 가식 없이 묘사한 작품으로 일종의 비극적 빈궁 문학이다. 동랑은『토막』을 완벽하게 공연하기 위해『토막』의 무대와 비슷한 마포의 빈민굴을 제작진과 함께 답사해 무대를 제작했고, 당시 작품을 관람한 관중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우는 사람, 분노하는 사람, 환호하는 관중이 뒤얽혀 경성공회당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일부 격정적인 관객은 분장실로 뛰어 들어와 동랑과 연출자 홍해성을 헹가래쳤고, 조금 뒤에는 춘원 이광수까지 찾아와 이 땅에 비로소 희곡 문학이 탄생되었다며 격려해 주었다. ---pp.43~44
동랑의 고백 속에는 허약한 예술인으로서의 무기력과 함께 중견 연극인으로서 피할 수 없던 핍박한 처지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일제 치하 말기 암흑시대에 문인들과는 달리 단 한 사람의 반일연극인이 없었던 것은 이상스러운 일이다. 이와 같이 선구적 극작가 유치진의 굴절 과정은 식민시대 한국연극의 굴절과정 그대로인 것이다. 유치진이 비록 일제 치하 같은 불행한 시기에 처해 어쩔 수 없이 변신의 흠을 남겼다 하더라도 한국연극을 문화운동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린 대표적 연극지도자였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