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프랑스 전 지역을 여행하며, 실재 배경이 되는 도시들의 골목과 바닥을 누비고 다녔다. 침묵 수도원, 알프스 만년설, 심지어 빙하와 얼음 동굴까지 답사했으며 방대한 분량의 중세 프랑스 역사와 종교, 문화, 빙하, 생존 기술 관련 자료들을 연구한 작가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연구한 배경 속에 마술적인 역사, 사실적인 판타지, 환상적인 현실을 구축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
실제로 프랑스 남동부의 주도인 리옹(Lyon)을 여행하던 중에는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현지인이 가보라고 한 성당에서 신기한 의문의 표식을 발견해 내기도 했다. 현지인은 그곳의 천문시계를 소개해 준 것이었지만, 그날도 여느 때처럼 바닥과 벽과 기둥을 훑고 다니던 작가의 특이한 버릇 덕분에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된 것이었다. 이 흥미로운 발견은 [블랑샤르] 2권 스토리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보물을 찾아가는 단서로 등장한다.
이처럼 늘 연구하고 직접 찾아가 보고 느끼며 글을 쓰는 작가의 성향은 장르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프랑스적인 감성과 인물들의 특징까지 섬세하게 살려내면서 이 책이 한국 작가의 손에서 쓰여졌다는 사실마저도 잊게 만든다. 우리가 [블랑샤르] 시리즈를 프랑스 판타지 소설이라고 말하는데에 있어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20대 초반, 프랑스로 건너가 불어를 공부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다큐멘터리 구성 작가, 역사 교양 도서 작가로도 다양하게 활동 중이며 다수의 영화제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하였다. 이러한 왕성하고 다양한 작품 활동은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적인 배경과 사건 속에 영화처럼 빠른 스토리 전개와 정교한 반전을 엮어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깊은 밤. 알프스의 성 도미니코 침묵 수도원 문 앞에 버려져 베르제 수도사에 의해 성장한 블랑샤르는 수도원 밖으로 멀리 나갔다 들어온 날 이후부터 악령과 이교도들의 추격을 받게 된다. 악령에 사로잡힌 블랑샤르의 구마의식을 위해 수도원을 찾아온 레옹 라클라우 신부는 소년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피의 세례’를 통해 블랑샤르가 ‘심판의 창’을 손에 넣을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날로 블랑샤르는 ‘아이기스(Aegis 신의 방패)’의 일원이 되기 위해 레옹 라클라우 신부를 따라 샤모니라는 알프스의 도시로 떠난다. 아이기스가 되는 첫 번째 관문인, 물을 포도주로 바꾸라는 엉뚱한 테스트를 시작으로 지상훈련이 시작되려는데, 갑자기 로아라는 이름의 소녀가 찾아와 자신도 제자로 받아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로아는 빙하 아래 얼음 묘지에 냉동인간으로 묻혀 있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 헤매던 중, 아이기스가 되어 이교도의 마을에 숨겨져 있는 전설의 성배를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 블랑샤르와 로아, 두 친구의 앞날에는 ‘신의 피’로 불리는 ‘샤또 드 몽세귀르’ 와인에 얽힌 십자군과 이교도들이 치른 과거의 전쟁, 그리고 그 전쟁에서 ‘영생의 잔’을 소유하고 살아남은 성배의 여인 아닉끄와의 800년 역사를 건 운명적인 미래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