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영남일보』 『한국일보』 『내외경제신문』 등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추리소설 창작과 번역 일도 병행하며, 1989년 『폭군의 아침』으로 제5회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찬란한 음모』 『바람언덕의 살인』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성서 이야기』 『미술로 읽는 성경』 등이 있다.
엘러리는 충격으로 파랗게 질린 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어깨 너머로 넘겨다보던 도널드 커크와 제임스 오즈번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이윽고 커크가 자제하는 것 같은,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하느님 맙소사, 퀸!” 방은 마치 거대한 손이 방 전체를 건물에서 몽땅 뜯어내어 주사위를 담은 컵처럼 흔들었다가 제자리에 갖다놓은 것 같았다. 언뜻 보기만 해도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모든 가구들의 배치가 이상했다. 벽에 걸린 그림조차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바닥에 깔린 카펫도 마찬가지였다. 의자와 탁자를 포함하여 모든 것이 그랬다……. 인간이 아무리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본다 하더라도 한눈에 파괴 상황 전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처음으로 느낀 인상은 방 안의 모든 것들이 무시무시하게 파괴되고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마치 폐허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인상은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단 하나의 무시무시한 현실 앞에서 그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의 시선은 사무실 쪽으로 통하는, 빗장을 지른 문 앞 바닥에 쓰러져 있는 물체로 향했다. 그것은 바로 그 뚱뚱한 중년 남자의 뻣뻣하게 굳은 시신이었다. 핑크빛이었던 대머리는 창백하게 변색되어 있었고 그 위로 듬성듬성 시뻘건 얼룩이 흩어져 있었다. 시커멓게 움푹 파인 정수리 부분에서 젤리처럼 끈끈하게 흘러내린 핏자국이 사방으로 실처럼 이어져 있었다.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엎드린 자세였으며 짤막한 두 팔이 몸 아래에서 엇갈리게 꺾여 있었다. 마치 뿔처럼 기이하게 생긴 쇠붙이 두 개가 코트의 목깃 뒷부분에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