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부하직원 앞에서 자신만의 몸짓으로 마음속 풍경을 보여준다. 팔짱을 굳게 끼고 있는 상사는 마음을 닫아놓은 상태이며, 다리를 떠는 상사는 만성 스트레스에 빠져 있음을 바로 눈치 채야 한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오는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어려운 일을 맡길 예정이며, 자신의 진심을 감추고 싶을 때 상사는 자연스레 입가에 손을 갖다댄다.
이유야 어떻든 팔짱을 낀다는 것은 그가 이쪽으로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애사심에 가득 차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라도 눈앞에 있는 당신의 상사가 팔짱을 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섣부르게 상사를 설득하려고 했다가는 괜히 ‘눈치없는 녀석’이라는 인상만 주기 십상이다. --- p.16
상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행동이 곧 ‘반대’나 ‘부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상사는 부하직원이 제출한 서류를 보고는 ‘그래, 이거야. 내가 왜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라는 대견스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물론 부하직원의 업무태도에 대해 부정적일 때 정말 대안이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면 따끔한 질책이 동반될 것이다. --- p.31
상사의 몸짓만큼이나 직설적으로 상사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은 상사의 외형이다. 상사의 가방, 휴대폰, 지갑, 안경테, 수첩, 손목시계 등 일상적인 소품에서도 상사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다.
어깨에 메는 가방을 선호하는 상사는 임기응변에 강하다. 끈 있는 가방 중에서도 비교적 커다란 가방을 애용하는 상사는 걱정이 많다. 주머니와 칸막이가 많은 가방을 쓰는 상사는 단계적으로 일처리를 잘하는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해도 깔끔히 정리하고 싶어한다. --- p.36~37
장지갑을 쓰는 상사는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면서도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는 전형적인 관리직 스타일이다. 접는 지갑을 쓰는 상사는 실용성을 중시한다. 그러나 접는 지갑을 윗주머니 안쪽에 넣느냐 바지 주머니에 넣느냐에 따라 그 성격도 조금씩 다르다. 스타일에 신경을 쓰면서도 도둑맞지 않도록 대비하는 상사는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다. 사용하기에도 불편한 안쪽 윗주머니에 지갑을 넣는 상사는 꼼꼼하지 못하다. --- p.41~42
상사의 패션에도 눈여겨볼 점이 있다. 패션에 무관심한 상사는 오히려 인간관계에 민간한 편이다.
상사가 이런 타입이라면 부하직원은 어느 정도 긴장을 강요당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만나도 될 사람과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을 단호하게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부하직원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을 할 때 본인 스스로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 않는 부하직원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 p.50
상사의 언어 습관에는 더욱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다. 만약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상사라면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따로 있음을 즉각 알아차려야 한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까 자네가 판단해서 진행하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부하를 키우겠다는 상사 나름의 생각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 상사는 무능력자이거나 보신주의자임에 틀림없다. 그의 말은 어느 쪽이든 괜찮다는 의미가 결단코 아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판단력의 부재 혹은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비겁함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 p.70
그 외에도 말꼬리를 자르는 상사에게서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외래어를 남발하는 상사에게서 열등감을 읽어낼 수 있다. 심지어 목소리 크기, 말투의 차이에서도 상사의 복잡한 심리는 투명하게 드러난다.
아래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도 않은 채 ‘괜찮겠지?’ ‘좋지 않아’라는 말로 수긍하는 상사의 심중은 둘 중 하나이다. ‘그건 당신 일이니 혼자 책임져’ 혹은 ‘그깟 일로 피곤하게 하나?’ 이와 함께 ‘과연 그렇군!’이라는 말을 연발하는 상사도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얼핏 들으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당신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표시이다. --- p.96~97
상사들은 누구나 일 이외의 취미 하나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낚시를 즐긴다거나, 음악이나 영화 감상을 취미로 삼고 있다거나, 여행?등산?사진 촬영 등이 취미일 수도 있다. 상사의 취미를 통해서도 상사의 성향을 구분해볼 수 있다. 또는 상사의 수집품 종류에 따라서도 진취성이 있는 상사인지, 과시욕이 있는 상사인지, 건실한 상사인지 세분해볼 수 있다.
재즈를 듣는 상사는 ‘재즈를 듣는 나는 멋있어’라는 자아도취를 심리 밑바탕에 깔고 있다. 게다가 자기 방에서 듣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재즈바에 앉아 음악에 취하는 상사는 대단한 나르시시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의 부하직원이 된다는 것은 그리 행복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회사 일을 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상사는 적어도 회식 자리에서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설교나 해대는 상사보다는 가슴으로 대화하기 좋은 사람이다. --- p.104~105
상사와의 거리가 조금 좁혀졌다는 느낌이 든다면 상사와의 대화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도 분명해진다. 상사가 어떤 내용을 화제로 삼는지에 따라 상사의 현재 심리 상태를 확인해볼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통쾌한 역전승을 거둔 다음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전날 있었던 골인 장면을 이야기하는 상사는 부하직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직장 내에서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을 즐기는 상사보다 훨씬 더 업무 장악력이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다. 부하직원의 긴장감마저 조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마음 놓고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34~135
“아, 옛날에는 회사 분위기 참 좋았는데.” 이런 상사는 일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상황에 눈을 감은 채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던 과거에 자신을 가둬놓고 그 추억만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 p.140
상사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사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그러나 상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속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상사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어느덧 반말투로 바뀌었을 때는 그리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이제 상사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사가 갑자기 답배를 끊었을 때, 어지럽던 책상을 정리했을 때와 같은 당혹스런 순간에도 부하직원은 상사를 변하게 만든 내적ㆍ외적 상황을 분명하게 간파할 수 있다.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많은 꿈들을 다시 불러내며 삶의 계획표를 다시 짜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열심히 책상을 정리하는 상사는 지금 희망에 차 있다. 상사가 책상을 정리한다면 당신도 책상을 정리해 상사에게 무언의 지지를 보내라. “저도 같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당신이 상사라도 이런 부하직원이 믿음직스럽지 않겠는가. --- p.184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상사의 여가활용 습관이다.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휴가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심지어는 술 마시는 스타일에도 상사의 심리가 드러난다. 정해진 술집을 찾는 상사,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스포츠 센터를 찾는 상사, 퇴근길에는 반드시 술을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가는 상사에게는 다 이유가 있다. 보다 즐겁고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위한 첫걸음, 그것은 ‘상사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그들의 허전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부하직원이라면 직장 생활의 성공에도 한 발짝 다가선 셈이다.
공격과 수비의 위치를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언젠가는 당신도 ‘상사’라 불릴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서 여러 유형의 상사들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나중에 훌륭한 상사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실천만이 남았다. 새로운 관계는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다. --- 맺음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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